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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환 법무사] 분양계약 체결 시기에 관하여
분양신청 종료 후 신청자에 대한 분양계약 체결 의무화 필요… 포기자에 청산금 지급 시기는 별도로 규정해야
repoter : 이부환 편집인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14-09-19 10:14:59 · 공유일 : 2014-09-19 13:03:48


정비사업은 변수가 많다. 과거 많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들은 정비사업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해 대박을 꿈꿨다. 하지만 정비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 정치인들의 정략적인 이용, 조합 내부의 대립 등으로 끝없이 추락하면서 대박의 꿈은 점차 멀어져 갔다. 최근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여러 정책을 발표해 그나마 꺼져 가던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 듯해 의기소침해 있던 조합들도 다소 생기를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 바람을 타고 서울 강북의 어느 조합은 1500가구가 넘는 일반분양분을 분양해 40평형대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분양을 마쳤다는 희소식도 있다.
그간 건설사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혹독한 시련을 겪은 탓에 조합에 대한 자금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그러다 보니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많은 조합들은 이주비 지급과 동시에 조합원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달리 공사비 회수의 불확실성에서 조기에 벗어나겠다는 시공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리처분인가 후 이주·명도 시점에 조합원의 분양계약 체결은 정비사업의 총론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자칫 조합에 예기치 못한 리스크와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46조, 제47조는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과 청산자의 지위를 규정하고 있을 뿐 분양계약 체결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도정법이 정비사업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분양신청 종료 다음 날 분양대상자와 청산자의 구분 시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나 분양계약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즉 분양신청 마감으로 현금청산자가 확정되고 이에 근거하여 조합원의 분담금이 정해져 관리처분이 이루어지는 등 어느 측면에서 보면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은 분양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갖게 되는 것으로 해석되어 질 수 있다.
그러나 착공이 되어 분양신청자가 끝까지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으로서 권리와 의무의 관계가 어떻게 변동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어 이는 도정법상 입법 미비로 보인다. 때문에 2003년 당시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이하 국토부)는 분양신청 한 조합원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현금청산자로 준하여 청산금을 지급하도록 표준 정관에 그 규정을 뒀다.

이 표준 정관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경우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분양성의 불확실성으로 청산자가 쏟아질 경우 조합을 큰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또 이 정관 규정에 의거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명도 과정에 분양계약 체결 포기자가 속출할 경우 착공 지연 사태를 초래할 수 있어 조합은 막대한 사업비 손실을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정비사업은 관리처분이 이뤄져 이주비가 지급되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업비가 투입되므로 시공자의 도급계약은 통상 7~10개월 이내에 착공을 하도록 약정되어 있다. 때문에 조합이 착공 기일에 명도와 철거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과 물가 상승률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므로 조합은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러기에 일단 이주비가 지급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하든 착공 기일 내에 명도를 마무리해야 하는 명제를 갖게 되는데 이주 과정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포기한 조합원이 청산금을 요구하며 명도를 거부할 경우 조합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도정법 제49조제6항에 의거 조합은 청산금을 지급하지 않고는 명도를 요구할 수 없으므로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분양계약을 포기하는 경우 서둘러 수용재결의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실무상 수용재결은 관리처분 이전에는 청산자와 사전 협의가 되거나 보상계획공고를 하더라도 조합 일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게 되고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통상 6~7개월이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관리처분 이후 이주가 시작되어 조합원이 현금청산자로 전환될 경우 주도권은 조합에서 청산자로 넘어가게 되므로 보상액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사 추천이나 협의 절차 과정에 청산자는 법에 보장된 시간을 최대한 끌게 되므로 훨씬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또 청산자의 수용재결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도 소장이나 가처분이 신청될 경우 법원이 이를 기각하게 될 것이므로 조합은 명도를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 재건축에서도 청산자를 상대로 소유권 등을 가져오기 위한 매도청구 소송 역시 일반 소송과 달리 감정평가 등 여러 절차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에 명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계약 포기자 등이 청산금을 요구하며 명도를 거부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조합은 조합원의 분양계약 체결 시점을 잘못 선택할 경우 전체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지급하여 이주가 마무리되는 착공 시점에 일부 청산자에 대한 수용재결 절차를 진행하여야 하고, 청산자가 이를 이유로 명도를 거부하더라도 조합으로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실제 상당수 조합들은 명도 업무에 있어 사전 준비 부족이나 기초 자료 부실로 명도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청산자에 대한 안이한 판단과 대처 소홀로 수용·명도 업무가 완료될 때까지 착공을 연기해야 하므로 이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조합원의 분양계약 체결의 시점은 현금청산자의 지위와 명도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따라서 조합원의 분양계약 체결을 명도 시점에 병행할 경우 청산자의 수용재결의 절차로 그 만큼 착공은 늦어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국토부는 분양신청 종료 후 사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분양신청자는 분양계약 체결이 의무임을 명시하거나 부득이 분양계약을 포기하는 경우 청산금 지급 시점을 별도로 규정하는 등 도정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국토부 표준 정관에서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현금청산자로 준하여 청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은 관련 법령에 따른 강행규정이라 할 수 없으므로 조합원이나 청산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합마다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수정하거나 변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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