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총체적 부실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1999년으로 돌릴까 우려스럽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다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대우건설(대표이사 박영식)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대우건설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가 발표한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이하 도급순위)는 작년 3위보다 2계단 떨어진 5위에 그쳤다. 매출 규모가 전년 9조4538억원에서 7조4900억원(-20.77%)으로 급감한 탓으로 분석된다.
도급순위 하락이 단순히 매출 감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입찰 담합과 부실시공, 소속 구성원의 비리 등으로 얼룩진 대우건설의 현주소를 돌아볼 때 `양대산맥`인 삼성물산(대표이사 최치훈)과 현대건설(대표이사 정수현), 파죽지세로 3위 자리를 꿰찬 포스코건설(대표이사 황태현), 올해 재개발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4위 대림산업(대표이사 김동수) 등을 제치고 `4강`에 진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심지어 업계 한편에서는 대우건설이 현재 위기를 등한시한 채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워크아웃 상태에 빠졌던 1999년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이에 본보는 대우건설의 현주소를 살펴 그 잘못을 지적하고 대우건설 경영진이 변하지 않으면 실패했던 선배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연속 보도함으로써 그들의 변화를 주문해 보기로 했다.
고질적 담합… 2009년 4차례 가담 과징금만 447억원
경제개혁연대 `주주대표소송` 제기… "내부 통제 구멍"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우건설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로 고질적인 입찰 담합이 꼽혔다. 대우건설도 건설업계에 만연한 짬짜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외려 담합을 선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지난 8월 20일 인천지방법원은 대우건설에게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대우건설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에 참여하면서 담합을 저질렀다는 판단에 따른 처분이다. 더욱이 이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13개 건설사 중 최고 액수다. 공동 2위인 현대건설 등 5개 사가 8000만원, 공동 7위인 3개 사가 6000만원, 태영건설(대표이사 윤석민) 등 4개 사가 가장 낮은 액수인 4000만원을 물어야 하는 점과 대조를 이룬다. 대우건설의 죄질이 그만큼 무겁다고 판단한 셈이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7공구를 낙찰하기 위해 현대건설과 짜고 입찰에 참여했다. 인천시는 207공구를 발주한 뒤 2009년 4월에 입찰마감을 진행했다. 대우건설 국내영업본부 상무보 백모 씨는 같은 해 1월 현대건설 국내영업본부 부장 이모 씨에게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207공구의 입찰에 현대건설이 들러리로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고, 현대건설 측이 이에 동조하면서 담합이 이뤄졌다. 양측은 투찰 가격과 설계 품질을 사전 조율하는 형태로 담합,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또 대우건설은 209공구 입찰에서 207공구와 비슷한 방식으로 S건설이 낙찰을 받도록 들러리를 섰다. 독점규제법 제19조제1항제8호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수주를 위해 저지른 행위는 이 법이 정하고 있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대우건설의 담합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와 남양주별내신도시 등의 폐기물 소각시설 공사 입찰(발주자=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담합한 혐의로 대우건설 등 4개 건설사를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직원 송모 씨가 불구속기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잦은 담합으로 비난을 사고 있는 코오롱글로벌(대표이사 윤창운, 본보 2014년 8월 26일자 <3대 이어 온 코오롱의 `正道경영` 코오롱글로벌이 망친다?> 기사 참조) 등과 함께 별내클린센터 건설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동부건설(대표이사 이순병)을 들러리로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23일 경제 전문 민간 연구소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대우건설이 4대강 사업 등에서 입찰 담합해 주주들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며 담합 가담 당시 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고, 8월 4일 기준 1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주대표소송이란 소액주주가 일정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모아 제기하는 집단소송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법적 수단이다. 「상법」 제403조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9조 등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09년 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총 4건의 담합에 가담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 턴키 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 공사 ▲경인운하사업 ▲경북 영주시 다목적댐 건설공사 등이다. 이 4차례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ㆍ이하 공정위)가 대우건설에 부과한 과징금만 446억6000만원(▲4대강 96억9700만원 ▲인천 지하철 160억3200만원 ▲경인운하 164억4000만원 ▲영주 댐 24억91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대우건설이 기록한 당기순이익(800억원ㆍ대우건설 `2009년 연간 실적` 기준)의 55.85%에 달하는 것으로, 한 해 수익의 절반가량을 담합 과징금으로 날리게 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이 소송은 대우건설이 2009년 1~10월 부당하게 시장의 경쟁을 저해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은 것과 관련해 회사가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라며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반복ㆍ집중적으로 담합이 이뤄졌다는 것은 대우건설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 대우건설 이사들이 기본적인 임무를 해태함(게으름)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그에 따른 회사 손실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개발ㆍ재건축서도 들러리 수주 정황 포착
단일 기업 담합 성적은 "내가 제일 잘나가"
대우건설의 담합은 관급 공사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2013년 약 1조2000억원을 수주한 것을 비롯해 2005년 이후 9년 연속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도 대우건설이 들러리 수주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의 A재건축 현장에서 B건설에 비해 우세하다는 초반 평가를 지키지 못한 채 역전패했다. 경쟁사보다 3.3㎡당 공사비가 약 44만원이나 낮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섰음에도 참패해 충격을 줬다. 그런데 같은 날 부산의 C재건축 현장에서 B사를 누르고 수주에 성공했다. 양측이 `더블헤더(야구에서 같은 팀이 하루에 같은 상대 팀과 연달아 두 번 경기를 하는 일)`에서 각각 1승씩 기록하자 업계 한편에서는 "A구역을 내어 준 대우건설에 B건설이 `보은` 차원에서 C구역을 넘겼다", "A구역 대가로 대우건설이 B사를 들러리로 세워 C구역을 수주했다"는 등의 말이 떠돌았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기득권을 쥐고 있던 경기 과천시 주공7-1단지(재건축)를 제외하고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4차(재건축) 외에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던 대우건설이 저가 입찰 의혹을 사면서까지 공을 들였던 A구역을 B사에 넘긴 것에는 `제 살 깎아 먹기` 식 과열 경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염려한 나머지 C구역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발을 뺐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도급순위나 아파트 브랜드 파워 등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두 건설사가 맞불은 현장에서 B사의 사업 제안 조건이 대우건설에 비해 열세였던 점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B사와 공정한 경쟁을 펼친 끝에 C구역을 수주했다"며 "A구역의 경우 낮은 공사비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B사가 제안한 기타 조건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아쉽게 패배한 것이지 한편에서 주장하는 담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B건설 관계자도 "A구역에서는 대우건설에 비해 공사비에서는 열세였지만 사업비 대여 한도와 지질 여건에 따른 공사비 변동, 공사 기간 등에서 우세해 역전극을 펼친 것"이라며 "C구역에서는 경쟁사의 사업 제안 조건이 전반적으로 뛰어나 그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쉽사리 가시질 않고 있다. 외려 대우건설의 상습적인 담합 행태를 이유로 대우건설이 최근 수주한 관급 공사에서도 `비리`가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구을)이 지난 7월 2일 공개한 자료 `노대래 공정위(원)장과 동석했던 6개 건설사… 담합의 왕`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12년부터 지난 6월까지 총 6차례 약 1조2351억원 규모 입찰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따른 공정위 과징금만 489억2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 의원 측이 지적한 담합 적발 상위 6개 건설사 중 ▲횟수에선 현대건설, D건설 등과 함께 공동 1위 ▲관련 매출액 규모에선 2위에 해당한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6월 노대래 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6개 건설사는 최근 2년 6개월간 `담합 최다 적발 건설사`로 드러났다"며 "(대우건설을 비롯한) 6개 기업은 업체당 평균 5회 적발됐는데, 이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2회에 해당하며 `담합의 왕`, `담합 마피아`로 부를 만하다"고 꼬집었다.
또 한 조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1년간 담합행위로 공정위에 적발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은 조사 대상 49개 중 36개(73.4%)에 달했다. 개별 기업의 담합 건수는 346건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우건설은 건설 업종 적발 건수 107건 가운데 12건을 차지, 1위에 올랐다. 더욱이 ▲2003년 1건 ▲2004ㆍ2005ㆍ2008년 각 2건 ▲2009년 5건 등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대우건설이 이미 수주했거나 수주에 관심을 보이는 곳에서도 의혹을 낳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전남 광양항 묘도 항만 재개발사업(4조7000억원 규모)의 우선협상대상자(지분 30%)로 선정됐다. 특히 이곳의 공동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건설사가 지난 5월 경기 안양시 청원아파트(재건축) 수주전에서 들러리 수주 의혹을 받았던 한양건설(대표이사 윤영구)이라는 점에서 구린내가 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대우건설이 현재 수주를 노리고 있는 경기 광명시 철산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에서도 대우건설의 전과를 거론하며 이른바 `판짜기` 수주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명시 철산동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최근 우리 단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우건설에 이 같은 `흑역사`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 "아무리 시공자 선정이 어렵다고 해도 선정 과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하라고 (정비사업)조합 측에 요청해야겠다"고 말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동종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대우건설의 담합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재개발ㆍ재건축 수주 잔고가 작년 말 기준 13조8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과거 이뤄진 입찰에서도 담합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되물은 뒤 "저가 입찰 혹은 들러리 수주 등 담합행위는 필연적으로 부실시공을 부르고, 그로 인한 피해는 조합원과 입주자에게 이어지는 만큼 시공자 선정을 앞둔 조합원들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행정 당국과 입법기관 등은 약발이 없는 일회성 위주의 솜방망이 처벌보다는 이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대우건설 측은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부 현장 사례를 확대 해석해 `담합을 했을 것`이라는 문제 제기는 억측에 불과하다"며 "당사는 핵심 비전인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공정 경쟁을 위해 각 현장마다 최선을 다해 왔고, 현재 수주 영업을 벌이고 있는 곳에서도 조합원들의 권익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경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우건설 홍보실은 본보의 공식 취재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대우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담당자 김모 차장이 답변해야 할 사안"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김 차장은 수차례 전화 연결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총체적 부실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1999년으로 돌릴까 우려스럽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다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대우건설(대표이사 박영식)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대우건설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가 발표한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이하 도급순위)는 작년 3위보다 2계단 떨어진 5위에 그쳤다. 매출 규모가 전년 9조4538억원에서 7조4900억원(-20.77%)으로 급감한 탓으로 분석된다.
도급순위 하락이 단순히 매출 감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입찰 담합과 부실시공, 소속 구성원의 비리 등으로 얼룩진 대우건설의 현주소를 돌아볼 때 `양대산맥`인 삼성물산(대표이사 최치훈)과 현대건설(대표이사 정수현), 파죽지세로 3위 자리를 꿰찬 포스코건설(대표이사 황태현), 올해 재개발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4위 대림산업(대표이사 김동수) 등을 제치고 `4강`에 진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심지어 업계 한편에서는 대우건설이 현재 위기를 등한시한 채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워크아웃 상태에 빠졌던 1999년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이에 본보는 대우건설의 현주소를 살펴 그 잘못을 지적하고 대우건설 경영진이 변하지 않으면 실패했던 선배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연속 보도함으로써 그들의 변화를 주문해 보기로 했다.
고질적 담합… 2009년 4차례 가담 과징금만 447억원
경제개혁연대 `주주대표소송` 제기… "내부 통제 구멍"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우건설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로 고질적인 입찰 담합이 꼽혔다. 대우건설도 건설업계에 만연한 짬짜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외려 담합을 선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지난 8월 20일 인천지방법원은 대우건설에게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대우건설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에 참여하면서 담합을 저질렀다는 판단에 따른 처분이다. 더욱이 이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13개 건설사 중 최고 액수다. 공동 2위인 현대건설 등 5개 사가 8000만원, 공동 7위인 3개 사가 6000만원, 태영건설(대표이사 윤석민) 등 4개 사가 가장 낮은 액수인 4000만원을 물어야 하는 점과 대조를 이룬다. 대우건설의 죄질이 그만큼 무겁다고 판단한 셈이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7공구를 낙찰하기 위해 현대건설과 짜고 입찰에 참여했다. 인천시는 207공구를 발주한 뒤 2009년 4월에 입찰마감을 진행했다. 대우건설 국내영업본부 상무보 백모 씨는 같은 해 1월 현대건설 국내영업본부 부장 이모 씨에게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207공구의 입찰에 현대건설이 들러리로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고, 현대건설 측이 이에 동조하면서 담합이 이뤄졌다. 양측은 투찰 가격과 설계 품질을 사전 조율하는 형태로 담합,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또 대우건설은 209공구 입찰에서 207공구와 비슷한 방식으로 S건설이 낙찰을 받도록 들러리를 섰다. 독점규제법 제19조제1항제8호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수주를 위해 저지른 행위는 이 법이 정하고 있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대우건설의 담합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와 남양주별내신도시 등의 폐기물 소각시설 공사 입찰(발주자=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담합한 혐의로 대우건설 등 4개 건설사를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직원 송모 씨가 불구속기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잦은 담합으로 비난을 사고 있는 코오롱글로벌(대표이사 윤창운, 본보 2014년 8월 26일자 <3대 이어 온 코오롱의 `正道경영` 코오롱글로벌이 망친다?> 기사 참조) 등과 함께 별내클린센터 건설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동부건설(대표이사 이순병)을 들러리로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23일 경제 전문 민간 연구소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대우건설이 4대강 사업 등에서 입찰 담합해 주주들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며 담합 가담 당시 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고, 8월 4일 기준 1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주대표소송이란 소액주주가 일정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모아 제기하는 집단소송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법적 수단이다. 「상법」 제403조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9조 등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09년 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총 4건의 담합에 가담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 턴키 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 공사 ▲경인운하사업 ▲경북 영주시 다목적댐 건설공사 등이다. 이 4차례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ㆍ이하 공정위)가 대우건설에 부과한 과징금만 446억6000만원(▲4대강 96억9700만원 ▲인천 지하철 160억3200만원 ▲경인운하 164억4000만원 ▲영주 댐 24억91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대우건설이 기록한 당기순이익(800억원ㆍ대우건설 `2009년 연간 실적` 기준)의 55.85%에 달하는 것으로, 한 해 수익의 절반가량을 담합 과징금으로 날리게 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이 소송은 대우건설이 2009년 1~10월 부당하게 시장의 경쟁을 저해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은 것과 관련해 회사가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라며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반복ㆍ집중적으로 담합이 이뤄졌다는 것은 대우건설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 대우건설 이사들이 기본적인 임무를 해태함(게으름)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그에 따른 회사 손실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개발ㆍ재건축서도 들러리 수주 정황 포착
단일 기업 담합 성적은 "내가 제일 잘나가"
대우건설의 담합은 관급 공사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2013년 약 1조2000억원을 수주한 것을 비롯해 2005년 이후 9년 연속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재개발ㆍ재건축시장에서도 대우건설이 들러리 수주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의 A재건축 현장에서 B건설에 비해 우세하다는 초반 평가를 지키지 못한 채 역전패했다. 경쟁사보다 3.3㎡당 공사비가 약 44만원이나 낮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섰음에도 참패해 충격을 줬다. 그런데 같은 날 부산의 C재건축 현장에서 B사를 누르고 수주에 성공했다. 양측이 `더블헤더(야구에서 같은 팀이 하루에 같은 상대 팀과 연달아 두 번 경기를 하는 일)`에서 각각 1승씩 기록하자 업계 한편에서는 "A구역을 내어 준 대우건설에 B건설이 `보은` 차원에서 C구역을 넘겼다", "A구역 대가로 대우건설이 B사를 들러리로 세워 C구역을 수주했다"는 등의 말이 떠돌았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기득권을 쥐고 있던 경기 과천시 주공7-1단지(재건축)를 제외하고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4차(재건축) 외에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던 대우건설이 저가 입찰 의혹을 사면서까지 공을 들였던 A구역을 B사에 넘긴 것에는 `제 살 깎아 먹기` 식 과열 경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염려한 나머지 C구역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발을 뺐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도급순위나 아파트 브랜드 파워 등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두 건설사가 맞불은 현장에서 B사의 사업 제안 조건이 대우건설에 비해 열세였던 점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B사와 공정한 경쟁을 펼친 끝에 C구역을 수주했다"며 "A구역의 경우 낮은 공사비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B사가 제안한 기타 조건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아쉽게 패배한 것이지 한편에서 주장하는 담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B건설 관계자도 "A구역에서는 대우건설에 비해 공사비에서는 열세였지만 사업비 대여 한도와 지질 여건에 따른 공사비 변동, 공사 기간 등에서 우세해 역전극을 펼친 것"이라며 "C구역에서는 경쟁사의 사업 제안 조건이 전반적으로 뛰어나 그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쉽사리 가시질 않고 있다. 외려 대우건설의 상습적인 담합 행태를 이유로 대우건설이 최근 수주한 관급 공사에서도 `비리`가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구을)이 지난 7월 2일 공개한 자료 `노대래 공정위(원)장과 동석했던 6개 건설사… 담합의 왕`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12년부터 지난 6월까지 총 6차례 약 1조2351억원 규모 입찰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따른 공정위 과징금만 489억2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 의원 측이 지적한 담합 적발 상위 6개 건설사 중 ▲횟수에선 현대건설, D건설 등과 함께 공동 1위 ▲관련 매출액 규모에선 2위에 해당한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6월 노대래 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6개 건설사는 최근 2년 6개월간 `담합 최다 적발 건설사`로 드러났다"며 "(대우건설을 비롯한) 6개 기업은 업체당 평균 5회 적발됐는데, 이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2회에 해당하며 `담합의 왕`, `담합 마피아`로 부를 만하다"고 꼬집었다.
또 한 조사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1년간 담합행위로 공정위에 적발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은 조사 대상 49개 중 36개(73.4%)에 달했다. 개별 기업의 담합 건수는 346건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우건설은 건설 업종 적발 건수 107건 가운데 12건을 차지, 1위에 올랐다. 더욱이 ▲2003년 1건 ▲2004ㆍ2005ㆍ2008년 각 2건 ▲2009년 5건 등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대우건설이 이미 수주했거나 수주에 관심을 보이는 곳에서도 의혹을 낳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전남 광양항 묘도 항만 재개발사업(4조7000억원 규모)의 우선협상대상자(지분 30%)로 선정됐다. 특히 이곳의 공동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건설사가 지난 5월 경기 안양시 청원아파트(재건축) 수주전에서 들러리 수주 의혹을 받았던 한양건설(대표이사 윤영구)이라는 점에서 구린내가 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대우건설이 현재 수주를 노리고 있는 경기 광명시 철산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에서도 대우건설의 전과를 거론하며 이른바 `판짜기` 수주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명시 철산동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최근 우리 단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우건설에 이 같은 `흑역사`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 "아무리 시공자 선정이 어렵다고 해도 선정 과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하라고 (정비사업)조합 측에 요청해야겠다"고 말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동종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대우건설의 담합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재개발ㆍ재건축 수주 잔고가 작년 말 기준 13조8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과거 이뤄진 입찰에서도 담합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되물은 뒤 "저가 입찰 혹은 들러리 수주 등 담합행위는 필연적으로 부실시공을 부르고, 그로 인한 피해는 조합원과 입주자에게 이어지는 만큼 시공자 선정을 앞둔 조합원들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행정 당국과 입법기관 등은 약발이 없는 일회성 위주의 솜방망이 처벌보다는 이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대우건설 측은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부 현장 사례를 확대 해석해 `담합을 했을 것`이라는 문제 제기는 억측에 불과하다"며 "당사는 핵심 비전인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공정 경쟁을 위해 각 현장마다 최선을 다해 왔고, 현재 수주 영업을 벌이고 있는 곳에서도 조합원들의 권익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경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우건설 홍보실은 본보의 공식 취재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대우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담당자 김모 차장이 답변해야 할 사안"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김 차장은 수차례 전화 연결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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