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뉴타운 개발이 사실상 무산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는 여성ㆍ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옛 구로공단의 배후 주거지로, 2003년 11월 18일 뉴타운사업지구 지정 후 `디지털비즈니스시티` 개발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와 주민 갈등 속에 10년 동안 개발이 지연됐고 건축허가가 제한돼 기반시설 등이 방치되고 `슬럼화` 됐다. 전체의 72.3%가 20~30년 이상이 되는 노후ㆍ불량 주택들이다.
지난 16일 서울시는 `가리봉지구`의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을 11월 중 해제하고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0년 만에 사업이 전면 백지화했다.
이미 진행된 사업 찬반 투표에서 토지등소유자 1899명 중 32.49%인 617명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지구 해제 조건(30%)을 충족했다. 주민 간 이견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지역이었지만 막상 뉴타운 백지화에 마주치자 가리봉동 주민들과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지정 해제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매물은 쌓이는데 거래는 `뚝`… 개발 기대감 살리려면?
가리봉동 일대 부동산업계는 지정 해제가 공식 발표되기 전이라 큰 변화는 없지만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 역시 풀이 죽은 지 오래라는 목소리가 높다.
남구로역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용적률 460%까지 적용받을 수 있던 지역이 200%로 내려갔는데 투자가치가 있겠느냐"며 "최근엔 매물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며 "분담금이나 보상금에 대한 불만으로 뉴타운을 반대한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부동산시장에 호재는 분명 아니다"고 못 박았다.
게다가 매물이 많아도 실거래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10년 이상 방치된 노후 지역인 만큼 실수요자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이에 거래가 뜸하면서 가격마저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뉴타운 지정 직전인 2002년 ㎡당 100만원에 못 미치던 공시지가는 400만원대를 넘나들다 현재 350만원 정도로 급락했다. 실제 다가구주택의 경우 2~3층 건물은 3.3㎡당 1200만~1300만원 선에서, 단층은 100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뉴타운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2009년 최고가를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에 주민 불안감 증폭… "개발 반대는 아냐"
서울시에서 뉴타운 대신 추진하겠다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주민의 뜻을 반영한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현장 소통 마당과 주민 협의체를 늦어도 올해 안에 마련해 `다문화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동네`라는 밑그림 위에 역사 문화 프로그램인 ▲`벌집촌` 체험 거리 조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년 공공건축가 활동의 장 마련 ▲노후 주택 수리ㆍ기반시설 개량 등 주거환경 개선 ▲골목길 보안등 및 폐쇄회로TV(CCTV) 설치 통한 치안 강화 등을 이번 재생사업의 방향으로 제시한바 있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민 의견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재생사업을 잘하려면 돈이 드는 것 아니냐"며 "서울시나 구로구에서 투자를 별로 안할 것 같기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개발을 하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개발 없이 흐지부지될 것 같다"고 회의감을 나타냈다.
가리봉시장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재정비 움직임이 본격화돼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투자(자)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어 주택을 소유한 가리봉동 주민들은 뉴타운 해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사업 포기와 기존 개발계획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지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뉴타운이 해제될 경우 본격적인 재개발 논의가 가동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도 주민들이 원한다면 재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LH의 사업이 무산된 것은 사업성 때문인데 재개발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도시재생사업은 개발에 대한 별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한다면 절차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뉴타운이 해제된 종로구 창신ㆍ숭인 지역은 창신2구역, 숭인2구역 등에서 재개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창신2구역 한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어느 정도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완전히 낙후된 우리 지역에는 맞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조선족 갈등 심화 우려… 해법은 "글쎄"
한편 가리봉동 일대에 대한 개별 증축이 이뤄져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조선족 세입자들은 대림동과 구로동 일대로 이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집주인과 중국 동포 간 갈등의 심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벌집촌`의 경우 저렴한 임대료 덕에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전단지 등을 통해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국동포타운센터 김용필 소장은 "대부분이 외국인 등록을 위해 거주지 신고를 하지만 시간이 없고 법적 사항을 잘 모르는 일부 중국 동포들은 거주지 신고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이나 이사비 등 비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리봉 일대는 주거 문제 이전에 가리봉동 주민과 전체 주민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동포 간 갈등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은 드러난 지 오래다.
가리봉동에서 40년 동안 거주했다는 이모 씨는 "중국 동포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50~60년대 수준의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쓰레기 규격 봉투도 이용하지 않고 고성방가를 하는 등 문화적 차이가 심하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동포들이 소외될 가능성도 높다. 가리봉동에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임대 주택이 들어설 경우 외국인인 중국 동포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대상을 세대주로 한정했는데 현행법상 세대주는 내국인만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가리봉동 일대에 중국 동포와 우리나라 거주민들의 갈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도시재생사업에 `다문화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동네`라는 이름을 달아 놓은 만큼 주거 문제를 포함해 주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뉴타운 개발이 사실상 무산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는 여성ㆍ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옛 구로공단의 배후 주거지로, 2003년 11월 18일 뉴타운사업지구 지정 후 `디지털비즈니스시티` 개발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와 주민 갈등 속에 10년 동안 개발이 지연됐고 건축허가가 제한돼 기반시설 등이 방치되고 `슬럼화` 됐다. 전체의 72.3%가 20~30년 이상이 되는 노후ㆍ불량 주택들이다.
지난 16일 서울시는 `가리봉지구`의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을 11월 중 해제하고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0년 만에 사업이 전면 백지화했다.
이미 진행된 사업 찬반 투표에서 토지등소유자 1899명 중 32.49%인 617명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지구 해제 조건(30%)을 충족했다. 주민 간 이견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지역이었지만 막상 뉴타운 백지화에 마주치자 가리봉동 주민들과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지정 해제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매물은 쌓이는데 거래는 `뚝`… 개발 기대감 살리려면?
가리봉동 일대 부동산업계는 지정 해제가 공식 발표되기 전이라 큰 변화는 없지만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 역시 풀이 죽은 지 오래라는 목소리가 높다.
남구로역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용적률 460%까지 적용받을 수 있던 지역이 200%로 내려갔는데 투자가치가 있겠느냐"며 "최근엔 매물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며 "분담금이나 보상금에 대한 불만으로 뉴타운을 반대한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부동산시장에 호재는 분명 아니다"고 못 박았다.
게다가 매물이 많아도 실거래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10년 이상 방치된 노후 지역인 만큼 실수요자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이에 거래가 뜸하면서 가격마저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뉴타운 지정 직전인 2002년 ㎡당 100만원에 못 미치던 공시지가는 400만원대를 넘나들다 현재 350만원 정도로 급락했다. 실제 다가구주택의 경우 2~3층 건물은 3.3㎡당 1200만~1300만원 선에서, 단층은 100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뉴타운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2009년 최고가를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에 주민 불안감 증폭… "개발 반대는 아냐"
서울시에서 뉴타운 대신 추진하겠다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주민의 뜻을 반영한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현장 소통 마당과 주민 협의체를 늦어도 올해 안에 마련해 `다문화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동네`라는 밑그림 위에 역사 문화 프로그램인 ▲`벌집촌` 체험 거리 조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년 공공건축가 활동의 장 마련 ▲노후 주택 수리ㆍ기반시설 개량 등 주거환경 개선 ▲골목길 보안등 및 폐쇄회로TV(CCTV) 설치 통한 치안 강화 등을 이번 재생사업의 방향으로 제시한바 있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민 의견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재생사업을 잘하려면 돈이 드는 것 아니냐"며 "서울시나 구로구에서 투자를 별로 안할 것 같기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개발을 하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개발 없이 흐지부지될 것 같다"고 회의감을 나타냈다.
가리봉시장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재정비 움직임이 본격화돼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투자(자)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어 주택을 소유한 가리봉동 주민들은 뉴타운 해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사업 포기와 기존 개발계획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지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뉴타운이 해제될 경우 본격적인 재개발 논의가 가동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도 주민들이 원한다면 재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LH의 사업이 무산된 것은 사업성 때문인데 재개발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도시재생사업은 개발에 대한 별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한다면 절차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뉴타운이 해제된 종로구 창신ㆍ숭인 지역은 창신2구역, 숭인2구역 등에서 재개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창신2구역 한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어느 정도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완전히 낙후된 우리 지역에는 맞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조선족 갈등 심화 우려… 해법은 "글쎄"
한편 가리봉동 일대에 대한 개별 증축이 이뤄져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조선족 세입자들은 대림동과 구로동 일대로 이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집주인과 중국 동포 간 갈등의 심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벌집촌`의 경우 저렴한 임대료 덕에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전단지 등을 통해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국동포타운센터 김용필 소장은 "대부분이 외국인 등록을 위해 거주지 신고를 하지만 시간이 없고 법적 사항을 잘 모르는 일부 중국 동포들은 거주지 신고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이나 이사비 등 비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리봉 일대는 주거 문제 이전에 가리봉동 주민과 전체 주민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동포 간 갈등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은 드러난 지 오래다.
가리봉동에서 40년 동안 거주했다는 이모 씨는 "중국 동포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50~60년대 수준의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쓰레기 규격 봉투도 이용하지 않고 고성방가를 하는 등 문화적 차이가 심하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동포들이 소외될 가능성도 높다. 가리봉동에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임대 주택이 들어설 경우 외국인인 중국 동포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대상을 세대주로 한정했는데 현행법상 세대주는 내국인만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가리봉동 일대에 중국 동포와 우리나라 거주민들의 갈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도시재생사업에 `다문화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동네`라는 이름을 달아 놓은 만큼 주거 문제를 포함해 주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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