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트랜스젠더 인구 중 과반수가 차별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해 5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국내에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들을 대상으로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 주제의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응답자 591명 중 384명(65.3%)이 `최근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91명(16.4%)은 신분증을 제시하기 어려워 술ㆍ담배 구입, 술집 방문 등을 포기한 바 있다고 답했다. 같은 사유 때문에 의료 기관 이용을 포기한 응답자 수는 119명으로 집계됐다.
트랜스젠더들은 선거 참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해 진행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590명 중 115명(19.5%)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중 27명(4.6%)은 신분증 확인으로 출생 시 법적 성별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 26명(4.4%)은 신분증 확인으로 현장에서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트랜스젠더들은 가족 관계에서도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가족들이 모르는 경우는 591명 중 203명(34.4%)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는 152명(25.7%), 지지하거나 반대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96명(16.2%)인 것으로 집계됐다.
373명 중 147명(39.4%)은 `가족이 언어적 폭력을 가했다`라고 답했고 104명(27.9%)은 `가족이 오랜 시간 대화하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응답했다. 이들 중 48명(12.9%)은 `가족이 경제적 지원을 끊었다`라고 답변했고 39명(10.5%)은 `가족과 관계를 끊었다`라고 답했다.
트랜스젠더는 화장실 이용에 대한 어려움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간 성별이 분리된 공공화장실에서의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된 경험에 대해 589명 중 241명(40.9%)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내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231명(39.2%)은 `화장실 이용을 피하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고 답했고 212명(36%)은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화장실 이용을 포기했다`라고 응답했다. 72명(12.2%)은 `화장실 이용을 제지당했다`라고 답변했다.
이러한 실태는 우리나라 특유의 유교적 문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부 보수단체 및 종교단체의 반대 입장을 비롯해 성 보수주의를 외치는 기득권 세력의 영향 때문이다. 감각적ㆍ본능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 시킨 채 이성을 도덕적 생활의 주도적 힘으로 평가하는 윤리적 이상주의인 엄숙주의 역시 트랜스젠더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 주도 아래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대법원 호적상 성별 정정 허가 결정이 난 이후 `성 전환자 성별 정정에 관한 사무 처리 지침`이라는 대법원 예규가 제정됐지만 여전히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되레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인 통계청에서 최근 트랜스젠더 등 성전환증을 정신 장애로 분류하며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이는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를 철저히 배척하고 외면하는 정부 기관의 정책 실태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항목에서 제외하며 성 소수자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따라서 이번 통계청 결정은 국제 질서에 반하는 역행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트랜스젠더는 고용시장 및 교육환경, 미디어, 행정서비스, 의료시설, 금융 기관 이용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최근 국무총리를 상대로 중앙행정기관 등이 수행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및 실태 조사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뚜렷한 계획이나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통계청 등의 유관 기관을 중심으로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가 정부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인구주택총조사, 국민보건의료실태통계조사, 가족실태조사 등에서 성별 정체성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수집하는 국가 승인 통계 조사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
아울러 트랜스젠더의 피해 사례가 더욱 확대되기 전에 신속하게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전국적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접하는 경로 대다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만큼 이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역시 절실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없애고 혐오와 차별 유발 사례를 억제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트랜스젠더 인구 중 과반수가 차별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해 5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국내에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들을 대상으로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 주제의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응답자 591명 중 384명(65.3%)이 `최근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91명(16.4%)은 신분증을 제시하기 어려워 술ㆍ담배 구입, 술집 방문 등을 포기한 바 있다고 답했다. 같은 사유 때문에 의료 기관 이용을 포기한 응답자 수는 119명으로 집계됐다.
트랜스젠더들은 선거 참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해 진행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590명 중 115명(19.5%)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중 27명(4.6%)은 신분증 확인으로 출생 시 법적 성별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 26명(4.4%)은 신분증 확인으로 현장에서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트랜스젠더들은 가족 관계에서도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가족들이 모르는 경우는 591명 중 203명(34.4%)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는 152명(25.7%), 지지하거나 반대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96명(16.2%)인 것으로 집계됐다.
373명 중 147명(39.4%)은 `가족이 언어적 폭력을 가했다`라고 답했고 104명(27.9%)은 `가족이 오랜 시간 대화하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응답했다. 이들 중 48명(12.9%)은 `가족이 경제적 지원을 끊었다`라고 답변했고 39명(10.5%)은 `가족과 관계를 끊었다`라고 답했다.
트랜스젠더는 화장실 이용에 대한 어려움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간 성별이 분리된 공공화장실에서의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된 경험에 대해 589명 중 241명(40.9%)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내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231명(39.2%)은 `화장실 이용을 피하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고 답했고 212명(36%)은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화장실 이용을 포기했다`라고 응답했다. 72명(12.2%)은 `화장실 이용을 제지당했다`라고 답변했다.
이러한 실태는 우리나라 특유의 유교적 문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부 보수단체 및 종교단체의 반대 입장을 비롯해 성 보수주의를 외치는 기득권 세력의 영향 때문이다. 감각적ㆍ본능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 시킨 채 이성을 도덕적 생활의 주도적 힘으로 평가하는 윤리적 이상주의인 엄숙주의 역시 트랜스젠더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 주도 아래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대법원 호적상 성별 정정 허가 결정이 난 이후 `성 전환자 성별 정정에 관한 사무 처리 지침`이라는 대법원 예규가 제정됐지만 여전히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되레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인 통계청에서 최근 트랜스젠더 등 성전환증을 정신 장애로 분류하며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이는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를 철저히 배척하고 외면하는 정부 기관의 정책 실태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항목에서 제외하며 성 소수자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따라서 이번 통계청 결정은 국제 질서에 반하는 역행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트랜스젠더는 고용시장 및 교육환경, 미디어, 행정서비스, 의료시설, 금융 기관 이용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최근 국무총리를 상대로 중앙행정기관 등이 수행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및 실태 조사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뚜렷한 계획이나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통계청 등의 유관 기관을 중심으로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가 정부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인구주택총조사, 국민보건의료실태통계조사, 가족실태조사 등에서 성별 정체성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수집하는 국가 승인 통계 조사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
아울러 트랜스젠더의 피해 사례가 더욱 확대되기 전에 신속하게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전국적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접하는 경로 대다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만큼 이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역시 절실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없애고 혐오와 차별 유발 사례를 억제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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