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디지털화 되다 보니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변하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산다.
법도 마찬가지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시대 변천에 따라 법의 해석과 판단이 달라 기존 판례가 변경되기도 하고, 때로는 위헌 논란으로 법과 현실의 의문을 종종 갖게 된다.
예컨대 시대적인 가치 변화로 간통죄 폐지 논란, 부부 이혼 시 재산분할에 있어서의 동등성, 양심과 사상에 따른 「병역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이 그간 논란이 되어 온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정비사업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신설되어 10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법원마다 판단이 다르다 보니 소송이 봇물을 이루었고,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들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며 불필요한 비용 발생과 시간 낭비로 큰 손실을 보았다.
2008년 서울 중구 순화동의 어느 조합이 동의서의 하자로 인한 조합설립무효확인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그 파장이 전국 조합에 미쳐 큰 혼돈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조합들로서는 뼈아픈 경험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정비사업의 공익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이라는 법리 해석으로 그간 민사소송의 엇갈린 판결들이 일시에 정리되었다.
이때 일부에서는 이 대법원 판결이 민사와 행정의 법원 관할을 정리한 것이라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였지만 결국 행정법원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조합설립동의서 하자를 다수의 이익과 공익성이라는 큰 틀에서 기사회생시킨 것이다. 이 사건으로 상당수 조합들은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행정소송의 취소와 무효의 개념에 대해 많은 상식을 갖게 되었고, 이후 법원은 정비사업의 애매한 법령의 규정들의 선례를 만들어 가며 상당 부분 도정법 해석의 기틀을 구축하였다.
얼마 전 서울 성북구 어느 조합은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의 절차를 한창 진행하던 중 대법원으로부터 전혀 예기치 않은 뜻밖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그간 1·2심 판결과 달리 원심을 파기하는 선고를 하였고, 해당 조합은 패소함으로써 청천병력 같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원심 파기 이유를 보면 조합설립동의서의 75% 요건은 인가 신청 시를 기준으로 판단했어야 함에도 인가 신청 이후 처분 시까지 변동된 토지등소유자를 동의율에 포함시킨 것은 법리를 잘못 판단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최초 인가 신청 시점에서 75%의 동의 요건을 판단할 경우 동의서 매수가 부족하여 75%에 미달되므로 원심은 이러한 법리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합으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가권자가 75%의 동의율 판단 시점을 잘못 판단하여 조합설립인가가 되었고 이를 정당한 인가 처분으로 믿고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는데 조합 설립이 무효라고 하니 정말로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인가는 제3자의 법률행위를 보충하여 그 법률적 효력을 완성시켜 주는 행정행위이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법인을 설립하겠다며 서류 요건을 만들어 인가를 신청하면 행정청은 법률행위에 동의함으로써 조합 설립의 법적 효력을 완성시키는 것으로 75%의 동의율 충족의 판단 시점은 최종 인가 처분 시가 아니라 인가 신청 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도정법 시행령 제28조제4항은 인가 신청 전에 동의를 철회하거나 반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거나, 인가 후에는 제26조제2항이 변경되지 않으면 동의를 철회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인가 신청 시를 기준으로 동의율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에 허가 신청을 하는 경우 해당 공무원은 신청 서류의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허가 심사를 하고 요건에 미달되면 곧바로 반려하거나 불허하는 게 통상적인 행정처분의 기준이다.
이 조합의 대법원 원심 파기는 하급심에서 법리적으로 간과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법 이론상 아무런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주변에서는 원심 법원이 상고심 판결에 구속되어 75%의 동의율에 미달할 경우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을 할 것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그렇다. 통상 대법원에서 원심을 뒤집고 파기환송을 하는 경우 특별한 증거나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거의가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결론이 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조합의 사건은 원심에서 다시 재판을 하더라도 쉽게 조합 설립을 무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조합이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분양신청 절차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조합설립동의서가 불과 몇 장 부족하다 하여 그간의 행정처분을 무효화하고 다시 조합 설립의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전체 조합원들에게 재산적인 손실을 가져 올 뿐 아니라 행정의 공정력 등 법적 안정성에도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가 처분 후 90일 이내에 조합설립인가 취소의 소를 제기했을 경우 동의서 1~2장 부족으로 조합 설립 요건에 미달할 경우 곧바로 인가 취소가 될 수 있겠지만 무효 소송에서는 동의서가 75%에 미달된다고 하여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정소송에 있어 대법원 판례는 무효확인의 소에 대한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에 관하여는 행정행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익 상황, 법적 안정성, 관계 법령의 취지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84누419, 91누6863).
따라서 이 사건의 원심 법원은 일단 조합설립인가 신청서의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75%의 동의 요건의 법리 판단을 새롭게 할 것이고, 이어 동의서 부족으로 요건에 미달할 경우 공익사업이라는 측면에서 행정의 실효성과 법적 안정성, 다수의 이익 등 여러 방향에서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므로 주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조합설립인가 무효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가끔 어떤 사회 현상에 있어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곤 한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디지털화 되다 보니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변하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산다.
법도 마찬가지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시대 변천에 따라 법의 해석과 판단이 달라 기존 판례가 변경되기도 하고, 때로는 위헌 논란으로 법과 현실의 의문을 종종 갖게 된다.
예컨대 시대적인 가치 변화로 간통죄 폐지 논란, 부부 이혼 시 재산분할에 있어서의 동등성, 양심과 사상에 따른 「병역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이 그간 논란이 되어 온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정비사업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신설되어 10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법원마다 판단이 다르다 보니 소송이 봇물을 이루었고,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들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며 불필요한 비용 발생과 시간 낭비로 큰 손실을 보았다.
2008년 서울 중구 순화동의 어느 조합이 동의서의 하자로 인한 조합설립무효확인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그 파장이 전국 조합에 미쳐 큰 혼돈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조합들로서는 뼈아픈 경험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정비사업의 공익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이라는 법리 해석으로 그간 민사소송의 엇갈린 판결들이 일시에 정리되었다.
이때 일부에서는 이 대법원 판결이 민사와 행정의 법원 관할을 정리한 것이라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였지만 결국 행정법원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조합설립동의서 하자를 다수의 이익과 공익성이라는 큰 틀에서 기사회생시킨 것이다. 이 사건으로 상당수 조합들은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행정소송의 취소와 무효의 개념에 대해 많은 상식을 갖게 되었고, 이후 법원은 정비사업의 애매한 법령의 규정들의 선례를 만들어 가며 상당 부분 도정법 해석의 기틀을 구축하였다.
얼마 전 서울 성북구 어느 조합은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의 절차를 한창 진행하던 중 대법원으로부터 전혀 예기치 않은 뜻밖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그간 1·2심 판결과 달리 원심을 파기하는 선고를 하였고, 해당 조합은 패소함으로써 청천병력 같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원심 파기 이유를 보면 조합설립동의서의 75% 요건은 인가 신청 시를 기준으로 판단했어야 함에도 인가 신청 이후 처분 시까지 변동된 토지등소유자를 동의율에 포함시킨 것은 법리를 잘못 판단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최초 인가 신청 시점에서 75%의 동의 요건을 판단할 경우 동의서 매수가 부족하여 75%에 미달되므로 원심은 이러한 법리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합으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가권자가 75%의 동의율 판단 시점을 잘못 판단하여 조합설립인가가 되었고 이를 정당한 인가 처분으로 믿고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는데 조합 설립이 무효라고 하니 정말로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인가는 제3자의 법률행위를 보충하여 그 법률적 효력을 완성시켜 주는 행정행위이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법인을 설립하겠다며 서류 요건을 만들어 인가를 신청하면 행정청은 법률행위에 동의함으로써 조합 설립의 법적 효력을 완성시키는 것으로 75%의 동의율 충족의 판단 시점은 최종 인가 처분 시가 아니라 인가 신청 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도정법 시행령 제28조제4항은 인가 신청 전에 동의를 철회하거나 반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거나, 인가 후에는 제26조제2항이 변경되지 않으면 동의를 철회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인가 신청 시를 기준으로 동의율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에 허가 신청을 하는 경우 해당 공무원은 신청 서류의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허가 심사를 하고 요건에 미달되면 곧바로 반려하거나 불허하는 게 통상적인 행정처분의 기준이다.
이 조합의 대법원 원심 파기는 하급심에서 법리적으로 간과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법 이론상 아무런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주변에서는 원심 법원이 상고심 판결에 구속되어 75%의 동의율에 미달할 경우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을 할 것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그렇다. 통상 대법원에서 원심을 뒤집고 파기환송을 하는 경우 특별한 증거나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거의가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결론이 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조합의 사건은 원심에서 다시 재판을 하더라도 쉽게 조합 설립을 무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조합이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분양신청 절차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조합설립동의서가 불과 몇 장 부족하다 하여 그간의 행정처분을 무효화하고 다시 조합 설립의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전체 조합원들에게 재산적인 손실을 가져 올 뿐 아니라 행정의 공정력 등 법적 안정성에도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가 처분 후 90일 이내에 조합설립인가 취소의 소를 제기했을 경우 동의서 1~2장 부족으로 조합 설립 요건에 미달할 경우 곧바로 인가 취소가 될 수 있겠지만 무효 소송에서는 동의서가 75%에 미달된다고 하여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정소송에 있어 대법원 판례는 무효확인의 소에 대한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에 관하여는 행정행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익 상황, 법적 안정성, 관계 법령의 취지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84누419, 91누6863).
따라서 이 사건의 원심 법원은 일단 조합설립인가 신청서의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75%의 동의 요건의 법리 판단을 새롭게 할 것이고, 이어 동의서 부족으로 요건에 미달할 경우 공익사업이라는 측면에서 행정의 실효성과 법적 안정성, 다수의 이익 등 여러 방향에서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므로 주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조합설립인가 무효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