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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주택정비사업 ‘제2의 뉴타운’ 되진 않겠지?
repoter : 유준상 기자 ( Lostem_bass@naver.com ) 등록일 : 2014-10-10 09:55:02 · 공유일 : 2014-10-10 13:03:45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낙후된 주거환경을 정비하고 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됐던 뉴타운사업이 각종 비리로 얼룩지고 사업 진행 과정이 지지부진해짐에 따라 사실상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2년 1월 `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을 내놓고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섰다. 더불어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게 같은 해 8월 도입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2기가 시작된 지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사업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업이 활성화한 곳은 거의 없을뿐더러 낮은 사업성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서울시 `불통행정`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통용?
"오락가락하지만 국토부는 사업성 제고 방안 고민하는데…
정책 사안 및 안건 처리와 관련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소통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시장은 지난달 23일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역 고가를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와 같은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반대에 나서고 있다. 도로 기능이 사라질 경우 지역 상권 침체와 향후 교통난 발생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남대문 상인들의 반대와 정비사업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달 국제 공모를 거쳐 2년 내 완공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시민과의 공감은 어디에도 없는 불통의 자세란 지적이다. 이를 발표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불통 행정`은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그대로 통용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기부채납 적용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정부 간 소통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갈등을 빚고 있는 실정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원인 제공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있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는 9·1대책의 일환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층수 규제 완화`라는 선물을 주는 듯한 행동을 하다가 `기부채납`이란 생뚱맞은 조치를 취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는 지난달 19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는 `7층`이던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층수 제한을 `15층`으로 완화하는 게 주요 골자다.
지난 5월 개정돼 오는 11월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도정법에 따라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 동의율이 현행 9/10 이상에서 8/10 이상으로 하향 조정돼 사업 절차가 간소화하는 것과 더불어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행에 `날개`가 돼줄 조치로써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도정법 시행령 등이 입법예고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업계 한편에서는 국토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기부채납을 도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주거환경과 관계자는 "국토부가 층수 완화를 얘기했지만 사실 대상 지역 안에서는 7층 이상 올리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국회에서는 규제를 풀어주면 각 시·도에서 관리할 것이란 생각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는지 모르지만 층수 제한 자체만 풀어주게 될 경우 자칫 `나홀로` 아파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서울시라고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층수 규제 완화를 발표했을 때 서울시는 방어적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업성 제고를 위해 절차 간소화 및 층수 규제 완화라는 대책을 2차례나 내놓는 동안 정착 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 부동산 관련 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정비사업 형태에 국토부가 상당히 적극적인 내용을 발표하며 호응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서울시는 지자체별로 주택 수요와 개발 방식 등의 여건이 다름에 대비한 대책을 내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소한 절차, 1가구 3주택 공급 등 잠재력 `여전`
업계 "사업성만 높이면 되는데…"
2012년 8월 도입된 후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음에도 서울시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박원순 시장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라는 것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로 훌륭한 사업 메리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른 정비사업 평균 사업 기간이 대략 8년인 것에 비해 이 사업은 길어야 3년을 넘지 않는다. 또한 정비구역 내 20가구 이상만 되면 이른바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
도시개발연구소(대표 권기헌)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 등 3단계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곧바로 조합 설립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면서 "무엇보다 조합원 1인당 3가구씩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은 최대 메리트로 꼽힌다"고 말했다.
또 사업시행에 있어서도 주민 10% 동의만 얻으면 서울시에서 정비사업비 추정 분담금을 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발생할 경우 서울시에서 공공주택으로 매입한다. 공사비도 전체 공사비의 40%를 이자 2%에 지원해준다.
J&K도시정비컨설팅(대표 백준)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구역은 임대주택 건설 의무가 없고 주로 100가구 내외 소규모 개발 지역이 사업 대상이어서 사업성만 확보되면 일반 재개발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다"며 "기존에 빌라 등만 건립할 수 있던 지역에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 높여도 모자랄 판에 `기부채납`하라고? 헐~
정부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지역 사정에 따라 층고 제한이 기존 7층에서 15층으로 대폭 완화된다. 이 같은 내용의 법제 개선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조치를 두고 "정부가 사업성 제고에 앞서 늘어난 사업성만큼 `기부채납`으로가져가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개발 토지 가운데 일부나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부채납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지난달 22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최근 층수 제한 완화가 적용된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관련해 기부채납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4월 시행할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층수 제한 완화를 앞두고 기부채납을 도입하는 방안을 지자체와 검토할 예정"이라며 "규제 완화로 사실상 재개발사업과 유사한 사업이 됐기 때문에 공공성 확보를 위해 기부채납을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기부채납 도입은 그리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에선 당장 사업성 악화를 우려하고 나섰다.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 기부채납 도입 시 15% 수준을 계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주요 개발 대상지인 제2종일반주거지역 내 사업 지구에서 건설사가 소규모 주택 위주로 진행되는 사업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내기가 어렵다는 게 유관 업계의 중론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층수 제한 완화로 용적률을 높여 연립이나 빌라 대신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부채납으로 15%가량 일반분양분이 줄면 외려 사업성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최대 300가구 규모 1~2개동짜리 아파트 등 소규모로만 지을 수 있는 사업이라 구조적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부채납이 적용되는 기준도 균등하지 않다. 각 지자체별로 개발 사업지마다 기부채납 적용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아파트 대지 총면적 6만7436㎡ 중 1만3144㎡(약 19%)를 기부채납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사업승인을 받은 다른 아파트의 경우 전체 사업 대지 3만4679㎡의 4~5%에 불과한 1500㎡만 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요구받았다"며 "반면 또 다른 개발사업은 전체 대지의 약 50%를 공원ㆍ청사ㆍ녹지 등의 사회기반시설 설치를 요구받는 등 기부채납 기준이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이 같은 기준 부재가 건설사의 투자 의지를 꺾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B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기반시설 기부채납 적정 수준을 이루도록 `기부채납 운영 기준`을 마련했으나 강제성 부족으로 개선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전히 높은 조합설립동의율, 난개발 우려… 제도 보완 목소리 ↑
2007년 4월 뉴타운사업지구로 지정됐던 서울 종로구 창신·숭의동 일대는 지난해 11월 지구 지정이 해제돼 지역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인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관심을 보였다. 뉴타운과 달리 이 사업이 단독주택 밀집 지역 위주의 소규모 정비사업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숭의동 주민은 "정부가 책임지고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비사업이 필요하다"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이라는 것도 지자체에서 사업 추진 과정과 내용을 보증해준다거나 비슷한 성공 사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가로주택정비사업 모범 사례로서 활성화한 지역은 사실상 없다. 현재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서초구 반포동 577 서래마을 지구(55가구)와 동대문구 장안동 326 일대(56가구)가 있지만 두 곳도 아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업 난항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낮은 수익성을 꼽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본의 주택을 초고층으로 지어 재테크하는 대규모 방식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소규모 개발 방식은 추후 되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염려로 인해 선호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원인으로 까다로운 사업 조건을 들었다.
A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는 꾸준히 해 오고 있는데 그동안 신청 들어온 것이 하나도 없다"며 "기존의 재개발·재건축처럼 하는 게 아니라 소규모 블록별로 직접 신청해야 하는 데다 토지 소유자의 동의율을 80%로 낮췄다고 해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더 있다. 사업 대상지 선정 기준이 현실성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이에 해당한다.
은평구 주민 A씨는 "주민 동의율이 90%에서 80%로 완화되고 서울시가 지난 7월 활성화 방안도 내놓았으나 실제로 사업지 선정마저도 쉽지 않았다"라며 "일반적으로 계획도로는 8m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불량·노후주택이 밀집한 곳에 차가 2개 지나갈 만한 큰 도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강서구 주민 B씨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1만㎡ 이하 가로구역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보다 4.5배는 더 넓은 우리 구역의 경우 5개 구역으로 쪼개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부분별 따로 하다보면 되레 난개발이 될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업 주체의 비전문성도 큰 장애 요인이다. 사업 대상지 주민 대부분이 연로한 노인이기 때문에 기존 재개발·재건축사업과 이 사업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사업 진행 주체인 주민의 공동 사업자가 공공이 아닌 민간 사업자일 경우 사업비 부담 증가와 더불어 주객전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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