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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보다 무서운 ‘철피아’
안전불감증 걸린 ‘철피아’, 사고 위험 노출된 ‘국민’... 민관 유착 비리 무더기 적발… 철도 분야가 ‘최다’
repoter : 유준상 기자 ( Lostem_bass@naver.com ) 등록일 : 2014-10-10 10:06:52 · 공유일 : 2014-10-10 13:03:50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일명 `김영란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약속한지 벌써 5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공사, 공단 등 가장 투명성이 담보돼야 할 영역에서 부정부패가 수그러들기는커녕 가중되는 추세에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 강영일·이하 철도공단)은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로 불리며 공단 중 단연 비리 의혹 최고 성적을 기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철도 관련 업체 간 고질적인 유착뿐 아니라 정치권, 감사원 간부와 특정 부품업체와의 삼각 유착 구도가 드러났다. 여기에 공단 내 부당 해임 등 인사 문제까지 발생하며 사실상 철도공단은 검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민관 유착 비리 수사의 첫 타깃으로 삼을 빌미를 제공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5월부터 철도공단을 대상으로 철도 관련 비리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치권, 공무원 및 철도업계 사이에 뿌리박힌 유착 관계가 드러났으며 현역 국회의원 2명 등을 포함해 18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본보는 승객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직종으로서 공정성과 투명성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철도공단이 최근 철피아라는 오명을 쓰고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실정과 관련해 자세히 그 내막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정 분야에 치중되지 않고 다방면에서 혐의가 드러나는 등 곪아 터진 상처들을 되짚어보기로 했다.
안전불감증 걸린 `철피아`, 사고 위험 노출된 `국민`
철도공단의 비리는 달마다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특정 부품업체의 수주를 돕고 정치권에까지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승객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철도 자재와 공법에 관한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해 충격을 낳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연구원 A씨는 AVT사(社) 직원 B씨와 공모해 AVT가 수입한 오스트리아 게츠너(Getzner)사의 레일 체결 장치의 시험성적서를 KRRI 원장 명의로 위조한 후 철도공단에 제출, 적격심사를 통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적격심사일 전날인 지난 5월 17일 미리 반복하중시험을 제외한 시험 결과를 빼돌려 B씨에게 전달했고, B씨는 이를 다른 제품의 시험 결과와 짜깁기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실시하지도 않은 반복하중시험 결과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철도공단 성능검증위원회는 A씨의 위조 행각을 적발했지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의하면 철도공단은 납품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철도 궤도 공사 전문 기업인 S사와 수의계약으로 124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이행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S사는 `콘크리트 궤도용 고속분기기`를 개발한 이후 독점 납품이 가능하도록 철도공단에 뇌물을 건네줬다. 철도공단은 그 대가로 호남고속철도 공사를 위해 지난해 4월 S사와 179억원 상당의 고속분기기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철도공단이 그동안 S사와 수의계약 한 금액은 모두 1240억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관련 업계 종사자는 "철도공단이 호남고속철도용 분기기 일반경쟁입찰에서 외국 업체 참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특정 업체인 S사에게 몰아줄 목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철도공단-S사 간 유착 의혹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 철도 부품 납품업체인 S사가 2010년 말부터 자체 개발한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발주처인 철도공단과 정치권에 로비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S사의 PST 공법은 지난해 6월 실시된 현장 점검에서 곳곳에 균열이 발견되는 등 부실시공 논란이 제기됐지만 이후에도 관련 시공을 따내는 등 상용화 과정에 미심쩍은 면이 적지 않다. 콘크리트궤도의 경우 균열 상태에 따라 철로의 폭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유관 업계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PST 공법이 적용된 중앙선 망미터널에 깔린 콘크리트궤도에 균열과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 성능검증위원회가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으나 호남고속철도 시공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인사권 남발로 `구설`… 성과 평가보다 개인감정이 먼저?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철도공단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사장이 특정 인사의 해임을 추진하는 등 직위를 남용해 인사권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다.
철도공단은 작년 8월 29일 공단 상황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공단의 주요 임원 중 한 명인 A본부장을 해임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철도공단 내 자체 `2012년 임원 성과 평가 결과표`를 기준으로 A본부장은 6명의 임원 중 ▲부서 평가 ▲전략 달성 ▲윤리 지표 ▲정부 기관 등 전체 6개 객관적 평가 항목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사장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리더십 지수`에서는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성과 평가 결과표의 평균 점수를 토대로 볼 때 A본부장의 해임은 이사장의 개인감정을 내세운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유관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사장이 A씨를 해임키 위해 평가 전 자체적으로 성과 평가표 목록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한 철도공단 내부 관계자는 "설령 성과 평가 결과가 낮고 업무 소홀과 지시 불이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임기 6개월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돌연 해임시킬 만한 중대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 잡음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작년 철도공단은 부이사장 연임 인사를 단행한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공단 측은 작년 10월 29일 내부 공문을 통해 전 직원에게 부이사장을 연임 발령한다고 알렸으나 다음 날인 10월 30일 다시 부이사장 연임을 철회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철도공단 측은 갑작스런 연임 발령 철회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단 인재개발원 관계자는 "내부 공문은 연임 발령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알린 것`으로 `발령을 한 것`은 아니며 국토교통부 회신이 있을 때까지 인사 발령을 보류한 상태"라고 전했다.
비록 공단 측이 연임 발령하겠다는 내부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상임이사(부이사장)의 인사권은 기관장(이사장)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어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또 인사 결과에 상관없이 하루 사이에 고위직인 부이사장의 `발령`과 `철회`가 양극단으로 오간 것을 놓고 철도공단이 인사 관리에 있어 신중치 못한 처사를 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관행 타파 노력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민관 유착 비리 무더기 적발… 철도 분야가 `최다`
철도공단은 지난 7월과 8월 연이어 특별 태스크포스(이하 TF) 설치, KR인클린10훈 공표 등을 통해 고질적인 관행과 비리 척결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는 더 방치할 경우 철도공단이 존폐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내부 위험 신호를 감지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는 게 유관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TF는 부이사장을 포함, 분야별 5개 팀으로 구성돼 내부 개혁을 단행하고 KR인 클린10훈은 `청렴 DNA 2U`라는 구호를 앞세워 청렴한 조직 문화 구현을 위한 행동 요령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단-납품업체-정치권의 삼각 유착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그 노력이 `헛된` 구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 7월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김모 전 철도공단 이사장이 새벽에 숨진 채 발견돼 공단 내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 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지난 5월 말부터 진행해 온 철도 관련 비리 수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업체 관계자들의 횡령 등 개인 비리를 추가 확인하고 이번 달 안으로 모든 수사를 끝낼 예정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철도 업체-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및 철도공단-정치권` 유착 고리가 낱낱이 드러났다. 철도공단 부이사장 등 간부들과 철도기술연구원 소속 책임연구원 9명이 혐의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주목할 점은 민관 유착의 정점에 현역 국회의원이 개입된 사실이다. 조현룡 의원(새누리당)은 2011년 12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국내 철도 건설업체인 S사로부터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 공법 개발 및 실용화 과정에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1억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의원은 현재 구속 수감 상태로 1심 재판 중에 있다. 같은 당 송광호 의원도 납품업체 AVT로부터 납품 편의를 봐준 대가로 11차례에 걸쳐 총 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철도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궤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나눠 먹기 식 업체 간 담합도 적발됐다. 이는 철도업계가 ▲동종 업체 간 치열한 경쟁 ▲철도고, 철도대학 등으로 얽힌 학연 ▲이해관계가 같은 업체에게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으며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철도공단이 발주처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철도 궤도 공사 업체 S사가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 송정 구간의 궤도 1·2공구를 나눠 응찰하는 과정에서 K사와 투찰 가격을 조율하는 방법으로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오송~익산 구간은 K사가 1370억원에, 익산~광주 송정 구간은 S사가 1802억원에 각각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 업체 2곳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먼저 기소했다"며 "입찰 및 수주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고 전했다.
한편 철도공단 측은 본보의 취재 요청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비리 등과 관련해 공단이 연루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해 전적인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철도공단 한 관계자는 "본부장 해임 등 인사 관련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S사와 현역 국회의원이 연루된 납품 비리에 관해서는 "국회의원과 업체 관계자들의 유착 사건에 철도공단이 연루된 것은 인정하지만 공단 측이 거기에 대해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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