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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증축’ 날개 단 리모델링, 9·1대책 ‘유탄’에 주저앉나
repoter : 서승아 기자 ( nellstay87@naver.com ) 등록일 : 2014-10-10 10:18:21 · 공유일 : 2014-10-10 13:03:54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이 정부의 9·1대책 발표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지난 9월 1일 정부는 현재 최대 40년으로 설정된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사업 진행을 쉽게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 4월 `수직증축`이란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했던 리모델링사업은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재건축시장 활성화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시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조금만 기다렸다가 재건축으로 갈아타자는 주민들의 아우성에 업계는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에 술렁이는 리모델링 단지
안전진단 기준 합리화도 `재건축 문턱` 낮춰

9·1대책이 낡은 집을 새 집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에 무게를 실어준 조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가뜩이나 사업성 측면에서 재건축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던 리모델링으로선 지난 4월 시행에 들어간 `수직증축`이란 날개를 펴 보지도 못하게 된 셈이다.
9·1대책으로 1987~1990년 사이에 준공된 아파트는 현행 기준보다 최소 2년에서 최대 8년까지 앞당겨 재건축을 시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991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무려 10년이나 재건축 연한이 단축됐다.
재건축 연한이 단축되면서 리모델링 추진을 저울질하던 단지의 주민들 상당수가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를 내면서 발목이 잡히는 사업이 늘 전망이다. 재건축 연한이 줄어든다고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곧바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몇 년 정도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사업성이 나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1991년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과 재건축 추진 시 사업 시기 차이가 17년(▲리모델링 2014년 ▲재건축 2031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리모델링은 지금 당장 가능한데 비해 재건축 가능 시기는 이번 규제 완화로 2031년에서 2021년으로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사업 시차가 `8년 이내`인 아파트가 서울·수도권에서만 60만가구 이상으로 추산된다.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갈아타기`가 성행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합리화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아 리모델링을 할 수 밖에 없는 단지들에게 `재건축 문턱`을 낮춰주는 효과를 불러왔다.

반년도 되지 않아 정책 무게중심 `리모델링→재건축`
주민 "재건축으로" vs 조합 "원래대로 리모델링"… 건설업계 "코미디"

이에 따라 최근 분위기는 `재건축`으로 급격히 쏠리는 모양새다. 리모델링 투자 문의가 9·1대책 이후 급감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이하 개포대청)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9·1대책으로 리모델링은 물 건너갔다"며 "사실 그 이전에도 리모델링은 실익이 없으니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리모델링을 찬성했던 사람들도 대책 발표 후 반대로 돌아서는 등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포대청 리모델링주택조합 측은 리모델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개포대청뿐 아니라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주공5단지 등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지들도 9·1대책을 기점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재건축시장 활성화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시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과 5개월 만에 정책 기조를 바꿔 혼란만 부추긴다는 불만이 높다.
수직증축 허용 뒤 리모델링에 공을 들여온 건설업체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삼성물산과 쌍용건설은 리모델링 관련 부서를 운영하고 있고 포스코건설, 금호건설 등은 올 들어 리모델링사업 부서를 따로 만들었다.
한 대형 건설사 리모델링 담당 부서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가 불과 5개월도 안 돼 재건축 연한을 10년이나 당긴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며 "코미디도 아니고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측은 "주민들이 선택할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게다가 재건축 연한이 앞당겨지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선택하더라도 실질적인 수혜는 강남권에만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지역에도 단기적으론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론 재건축 수익성이 높은 강남권 위주로 시장이 재편돼 수혜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리모델링? 재건축? 관건은 용적률·사업 속도
기존 용적률 200% 넘으면 리모델링이 `유리`

9·1대책이 리모델링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당장 재건축으로 갈아타더라도 수익이 리모델링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재건축은 말 그대로 기존의 아파트를 부수고 새 아파트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새집` 프리미엄은 물론 공간 활용과 설계가 기존 아파트에 비해 뛰어나고 더 좋은 소재를 쓴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에 추진하던 리모델링사업을 접고 처음부터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그동안 투입한 비용 문제가 불거질 공산이 크고, 사업 기간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라 사업 기간이 재건축에 비해 짧다. 설계에 한계가 있지만 변수가 많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게다가 재건축의 경우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되레 비용 부담이 클 수 있어 리모델링 수순을 밟고 있는 단지가 모두 재건축으로 돌아서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건축 규모를 결정하는 용적률(사업 대지 대비 지상 건축 총면적의 비율)이 사업성을 좌우하게 된다. 현재 아파트가 지어진 기준 용적률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의 용적률 차이가 관건이다. 차이가 클수록 일반분양분이 늘어 분양 수입이 증가한다. 일분분양 수입이 많으면 주민들의 사업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업계는 일률적으로 정하긴 어렵지만 대개 `용적률 200%`를 기준으로 사업성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으면 리모델링이 유리하고 그 밑이면 재건축이 낫다는 설명이다.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는 단지는 리모델링의 용적률 등 건축기준 완화 덕에 법적상한(300%) 이상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지만 재건축은 법적 한도까지만 가능하다. 기존 용적률이 258%이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두산아파트(이하 청담두산·현 `청담래미안로이뷰`)는 370%의 용적률로 리모델링됐고 강남구 대치동 우성2차를 리모델링한 `대치래미안하이스턴`의 용적률은 237%에서 347%로 높아졌다. 반면 용적률이 200% 미만인 경우 리모델링으론 250%까지 정도만 높일 수 있지만 재건축은 300%까지 가능하다. 현재 용적률은 목동 일대가 120~130% 선이고 상계·중계동과 분당 등은 180~200% 선이다. 강남권 단지들엔 200% 넘는 단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용적률 규제에 묶여 재건축을 할 수 없는 단지는 재건축 연한 단축에 상관없이 계속 리모델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재건축 시 용적률 상한선 기준이 여전히 남아 있고 지방에 비해 수도권 지자체는 고밀도 개발을 지양하고 있다"며 "아파트 공급 확대 시기인 1991~2000년 사이에 지어진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용적률은 이미 300%에 육박해 새로 짓는 아파트의 용적률 상향은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리모델링 "이대로 죽지 않아"… 완공 후 시세 `껑충`
기간은 최대 3년, 비용은 `절반` 줄어… 업계 "재건축이 능사 아냐"

이 같은 재건축 열풍 속에서도 리모델링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와 눈길이 간다. 리모델링 공사 후 급상승한 시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옛 청담동 청구아파트를 `수평증축` 리모델링한 `청담아이파크`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으면서 리모델링사업의 경쟁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청담아이파크는 2011년 3월 리모델링 시공자로 현대산업개발을 선정해 이듬해 2월부터 2년여의 공사를 거쳐 올해 3월 입주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5㎡는 시공자 선정 전 시세가 7억원대였다. 그러나 가구당 2억6000만원을 들여 전용면적 110㎡로 증축한 뒤 입주를 마치자 시세가 13억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시공자 선정 전 시세인 7억원대에 리모델링 분담금 2억6000만원을 더해도 3억원의 웃돈이 더 붙은 것이다. 이 아파트 소유자들은 사업 추진 당시 리모델링사업의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결과적으로 리모델링은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당시 관련 법규상 `수직증축`이 불가능해 수익성 낮은 수평증축을 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이득을 봤다.
이 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을 맡았던 현대산업개발 측은 "리모델링 중에서도 첨단 최신 기법인 `뜬구조공법`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 단지여서 가구당 분담금이 다른 리모델링보다 많이 나왔지만 입지가 우수하고 수요가 많아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리모델링은 필요에 따라 공사 규모를 다르게 할 수 있어 재건축 외에 노후 아파트를 살리는 좋은 대안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역시 리모델링을 선택한 청담두산 역시 청담래미안로이뷰로 거듭나며 리모델링사업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했다. 2006년 6억원대였던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본격화한 2011년 상반기 10억원으로 뛰더니 입주를 마친 현재는 15억원대까지 치솟았다. 가구당 리모델링 분담금이 2억9000만원 수준이어서 2006년 당시 입주했다가 리모델링을 마쳤다면 6억원대에 분담금 약 3억원을 더하더라도 6억원이나 이득을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례를 들며 리모델링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리모델링 등 재건축보다 효율적인 대안 모색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지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서울의 다수 노후 아파트들의 경우 수익성 면에서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므로 비용이 많이 드는 재건축 외에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관련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 한 리모델링 전문 건설업체 연구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에서 리모델링 공법을 사용할 경우 추진 기간과 비용 등에서 기간은 2~3년, 비용은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준공된 전용면적 70㎡짜리 1000가구를 재건축한다고 가정할 경우 추진 기간은 7~8년 걸리지만 리모델링 시 4~5년 걸린다. 비용 또한 재건축 시 가구별 분담금이 1억8000만원 수준이지만 리모델링을 하면 9000만원으로 재건축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재건축의 경우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다시 짓기 때문에 자원 낭비가 심각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재건축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리모델링 등 재건축보다 효율적인 대안 모색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재건축은 사업 기간이 길어 기대 수익성이 재건축 완료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사업 방식을 택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리모델링사업이 이대로 버려질지, 새 돌파구가 마련돼 `유망주`로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지에 업계의 눈과 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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