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무명시인'이 되겠다고 작정한 이후, / 나는 노숙(露宿)을 시작했다. / 세상 귀퉁이 어디엔가 있을지도 모를 나의 거처, / 세상 귀퉁이 어디에도 없을 나의 거처, / 버리기로 했다. // 은둔과 칩거. / 그러나 내내 시인으로 살아왔다. // 시인은 곡비(哭婢)다. 곡비여야 한다. / 하여, 나는, / 한 시대를 함께 건너는 사람들의 충실한 곡비가 되고 / 나의 시들은, 새로 태어날 시들의 효시(嘻矢)가 되고자 한다. // 나는 우리 가계(家系)의 자손이면서 시(詩)의 자손이다. / 그러므로 나는 시의 혈통을 잇고자 한다. // 여전히 바람이 분다. / 그 바람 속에 혀를 파묻는 뜨거운 키스를 하고 싶다.
― 권천학, <서문> 중에서
- 차 례 -
1 유명한 무명 시인
유명한 무명시인
노숙(露宿)
혀
목숨을 부러트리다
사소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
그대, 나의 명왕성
사람이 그립다
신발 속 세상
각(覺), 12월을 깨닫다 개미지옥의 아침
강 1번지 희망의 집
절망이 향기롭다
가을 조문(弔問)
길 끝 풍경
2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모자를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탄천(炭川)
푸른 약국이 있는 신도림역
풍경
신의 코털 어디쯤에
손을 믿지 못한다
백운란
검은 도시
포경, 그 무렵에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겨울 안개비
석굴암
3 2H₂+O₂=2H₂O
2H₂+O₂=2H₂O
독약을 마신다
강은 넝쿨진 생애를 연주한다
어둠이 따뜻하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 시인
거울 앞에서
내출혈
꽃가루주의보 1호
꽃가루주의보 2호
꽃가루주의보 3호
꽃가루주의보 4호
꽃가루주의보 5호
꽃가루주의보 6호
4 →대로 가는 길은 더디다
사과의 슬픔
→대로 가는 길은 더디다
개발
똥쉬파리
탈출하고 싶다
번지점프
사람냄새 나는 시가 좋다
삼재(三災)
?~?
똥도 닦지 않는다
침묵의 집 한 채
5 사랑, 그 낡은 이름이
사랑, 그 낡은 이름이
강의 노래
종이에 가슴에 베이다
직지(直指,) 돌아오다
선운사 동백
눈물 속에
빛이
봄 유죄
산수유
남한산성에서 한밤중을
묵계서원에서 바람차 한 잔
누군가 흩어지고 있다
탈모
비움과 채움
노숙
권천학 시집 / 월간문학 출판부 刊
‘유명한 무명시인'이 되겠다고 작정한 이후, / 나는 노숙(露宿)을 시작했다. / 세상 귀퉁이 어디엔가 있을지도 모를 나의 거처, / 세상 귀퉁이 어디에도 없을 나의 거처, / 버리기로 했다. // 은둔과 칩거. / 그러나 내내 시인으로 살아왔다. // 시인은 곡비(哭婢)다. 곡비여야 한다. / 하여, 나는, / 한 시대를 함께 건너는 사람들의 충실한 곡비가 되고 / 나의 시들은, 새로 태어날 시들의 효시(嘻矢)가 되고자 한다. // 나는 우리 가계(家系)의 자손이면서 시(詩)의 자손이다. / 그러므로 나는 시의 혈통을 잇고자 한다. // 여전히 바람이 분다. / 그 바람 속에 혀를 파묻는 뜨거운 키스를 하고 싶다.
― 권천학, <서문> 중에서
- 차 례 -
1 유명한 무명 시인
개미지옥의 아침
유명한 무명시인
노숙(露宿)
혀
목숨을 부러트리다
사소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
그대, 나의 명왕성
사람이 그립다
신발 속 세상
각(覺), 12월을 깨닫다
강 1번지 희망의 집
절망이 향기롭다
가을 조문(弔問)
길 끝 풍경
2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모자를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탄천(炭川)
푸른 약국이 있는 신도림역
풍경
신의 코털 어디쯤에
손을 믿지 못한다
백운란
검은 도시
포경, 그 무렵에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겨울 안개비
석굴암
3 2H₂+O₂=2H₂O
2H₂+O₂=2H₂O
독약을 마신다
강은 넝쿨진 생애를 연주한다
어둠이 따뜻하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 시인
거울 앞에서
내출혈
꽃가루주의보 1호
꽃가루주의보 2호
꽃가루주의보 3호
꽃가루주의보 4호
꽃가루주의보 5호
꽃가루주의보 6호
4 →대로 가는 길은 더디다
사과의 슬픔
→대로 가는 길은 더디다
개발
똥쉬파리
탈출하고 싶다
번지점프
사람냄새 나는 시가 좋다
삼재(三災)
?~?
똥도 닦지 않는다
침묵의 집 한 채
5 사랑, 그 낡은 이름이
사랑, 그 낡은 이름이
강의 노래
종이에 가슴에 베이다
직지(直指,) 돌아오다
선운사 동백
눈물 속에
빛이
봄 유죄
산수유
남한산성에서 한밤중을
묵계서원에서 바람차 한 잔
누군가 흩어지고 있다
탈모
비움과 채움
후기
나는 좋은 곡비(哭婢)인가,
나의 시는 효시(曉矢)가 되고 있는가?
[2014.07.15 초판발행. 130쪽. 정가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