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해 온 바와 같이 시는 시인이 지은 언어의 집, 즉 시가 들어가 사는 집이다. 사물들이 제공하는 유무상의 언어 질료를 이용해서 어떤 미적 주제 의식을 표현한 집이다. 따라서 시적 언어들의 유기적 기능들에 의해 한 편의 시는 다양한 세계를 반영한다. 시인의 인생관, 시대의식, 세계관, 윤리관, 또는 미학관, 그 시인의 인식양식까지 다성적 언표와 언지가 들어 있다. 그래서 시는 그 사람이요 거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시에 대한 시인들의 매우 진지한 시정신과 그에 걸맞는 시적 역량을 요구한다. 시인은 시를 시로서 제자리에 서게 하고 시인 스스로도 시인다운 정도에 서야 한다. 잘 갖춘 시적 품격을 가장 우선하는 미학이 시이다. 어쩌면 가장 엄격한 순교주의를 시가 요구한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시만은 선비정신이 시 정신에 수평축으로 버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시는 후기 자본주의가 가진 세기말적 종말 현상이 공학적 상업미학으로 변태하여 비굴한 굴종을 겪고 있다. 시가 인간 삶 속에 깨끗하고, 편하고, 순진하고, 정직하게 다가서서 구원자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온갖 세기말적 단말마에 함물되고 있다.
시는 독자들 위한 것보다 시인 자신의 구제 내지는 구원 기능이 일차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시인 되는 데 급해져 있고 그래서 그게 권위를 넘어 권력이 되는 속물적 타락이 일고 있다. 문학에 대한 자기 철학 없이 언어를 교묘하게 다루어 시작 기술자들로 전락하는 현상이다. 시인보다 인간이 먼저 되라는 말이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중언부언했지만 결국 독자를 깔보는 시를 함부로 내보내는 것은 시 세계의 공해라는 요지였는데, 나 자신의 이런 상재 행위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셈이다. 문학으로 밥 먹고 행세한 사람이 왜 아직 창작집 한 권 제대로 없었느냐는 주위의 질타를 면피하려는 속셈이기도 하다. 나의 능력도 문제지만 저간의 지나친 내 시적 결벽증 또는 순종 가리기 같은 것이 한몫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작품 앞에서는 겸허하자는 생각이 도를 넘어 자기변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상재의 용기를 내기로 하였는데, 여기에 몇 가지 욕심까지 부리게 되었다. 기왕의 출간이라면 천문시학이라는 나의 저간의 주장을 실험적으로 시도를 해보기로 한 것이 그 하나다. 일종의 '테마시집'을 생각해 본 것인데 욕심이 너무 과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 시는 단편적인 소재의 기술적 언어 조탁보다는 일관된 자기 시세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천문시학, 즉 자연의 천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천도의 재도 미학이 시임을 주장하려는 것도 이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 각 장마다 의도적으로 시에 대한 촌감을 조금씩 곁들인 것도 이런 테마성에 연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집의 전 시가 일관된 테마일 수는 없을 것이다. 시학에 의거한 시론의 일관성에 의존할 뿐일 것이다.
참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 이번 나의 출판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이번 시집 발간 동기가 천문시학이라는 내 나름의 시론을 정립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를 염두에 두기도 했기 때문이다. 감당이 너무 벅차게 되었다. 시는 시인의 기술적 언어 조탁보다 자연의 천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천도의 재도 미학임을 주장하려는 것이었다.
이 시집 각 장마다 의도적으로 시에 대한 코멘트를 조금씩 곁들인 것도 이런 연유이다. 아울러 시를 아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를 선보이고자 했다. 나름의 때 묻지 않은 솔직담백한 시, 현학적으로 꾸미지 않은 시를 보이고자 노력했다. 즉 천문시학과 접목해 보고자 했다. 누구하고도 소통되는 쉬운 시가 마치 유치한 미숙과 무지로 보이는 허세를 꺾어 보고 싶기도 했다. 진실 내지 진리에 굴복하고 정직한 시가 이제 필요하다고 본다. 자기 시를 자기가 해설 못하는 것을 마치 시적 경지에 든 시성이나 된 양 기만하는 것도 그쳐야 한다고 본다. 시의 애매성과 모호성을 시어의 숙명성과 연계 못 시키고 구별이 안 되는 것이 이제 반성돼야 한다. 아무리 난해한 철학적 이론도 초등학교 3학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계의 철학교육론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어쨌든 목적과 이념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기가 창작한 작품의 발표는 항상 두렵고 계면쩍다. 상재를 쉽게들 하지만 시간 가면 부끄러운 것이 실로 창작집이 아닌가한다.
그간 해를 거듭해 미루다가 내게 주어진 세월의 한계를 핑계 삼아 우를 범하기로 하였지만 솔직히 부끄럽다. 부족한 것은 다음에 재출발의 기회로 삼겠다. 그간 나에게 출간을 채근해 온 문우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났든 못났든 분신인 작품들, 마치 오래 품고 있던 자식 출가시키는 것 같다. 예의를 갖춰 깨끗하게 단장시켜 출가시키고 싶었지만 역시 안목이 까짓이다. 혹 단 한 편이라도 마음에 들어 하시는 독자가 있다면 값진 삶의 동반자가 되어 주는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시집에는 여러 시들이 모여 산다. 시들은 각자 이름표를 달고 저를 감상해 달라고 한다. 시들과 즐겁고 유익한 만남이 되기를 바란다.
― 전문수, 상재의 말씀(책머리글) <천문시학을 위한 시론試論>
- 차 례 -
제1장 천문
천문
하얀 시
시를 위한 시 1
시를 위한 시 2
시를 위한 시 3 새
마음의 날개
가을 독서
그사람
시의 지평
개미
콩을 심는다
미루나무 한 그루
허공
꼭 가져갈 것
고구마
대제
강둑에서
무명
쌍계사 쪽의 하의
흑백사진 한 장
등산
돌탑에 끼어
결실
더 파랗다
칼1
모기 살해범
벽에 못을 박다가
지하철
뒷모습
바람의 뼈
하늘에게
확대경
바람과 바람
나사못
어느 오후
산
흑장미
나무의 신
제2장 시의 꽃
천문
선과 악
집 속에 앉아서
입구
생각의 반대쪽
몸의 신비
만남
어느 가을 산행
거울 2
거목 1
그대에게
꽃
도자기
그대 등 뒤
거울 1
뒤집히지 않는 돌
농월
행간 읽기 농사
행복
어느 표지판
허공의 문
죽은 시계
계단
가을 향기
바다에 와서
바다
여유
옷과 몸
수평
수수께끼 놀이
제3장 가장 아름다운 무덤
한계령을 넘으며
우연의 진실
문
어느 날의 확인
시계 소리
뿌리
바위의 뜻
길 찾기
요리 들국화 퍽 주저앉고 싶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
마라톤 법칙
말이 썩을 때
제4장 시의 자궁
뻐꾸기 노래
눈높이
시선
나의 배
비원 슈퍼 앞에는
뻐꾸기 소리
바람과 나무
문패
무기징역
비문
못
모순
유리 벽
대로
이정표
극락은 혼자 못 간다
도시에서는
대원사 계곡에서
돌
존재
진짜 세계
진짜 시계
제5장 언어의 새 길 내기
어느 반환점
꿈
집
칼 2
풍뎅이
시작
안경 닦기
거목 2
집짓기
산책길
석양의 행간에서
대둔산을 오르며
바위의 문
아령에게
월해사 종소리
달
가을 꽃
허공의 글씨
7월 백도라지 꽃들
피아노 소리
결실 2
귀향
새 길 내기
노을
반복
본전
역지사지
기적
더위
벚꽃을 보며
바위
귀가
이명
소방울 소리처럼 사는 삶
중심
인생길
산정
진해
나의 사용기
만남의 주제
시간
천문 (天文)
전문수 시집 / 경남 刊
주지해 온 바와 같이 시는 시인이 지은 언어의 집, 즉 시가 들어가 사는 집이다. 사물들이 제공하는 유무상의 언어 질료를 이용해서 어떤 미적 주제 의식을 표현한 집이다. 따라서 시적 언어들의 유기적 기능들에 의해 한 편의 시는 다양한 세계를 반영한다. 시인의 인생관, 시대의식, 세계관, 윤리관, 또는 미학관, 그 시인의 인식양식까지 다성적 언표와 언지가 들어 있다. 그래서 시는 그 사람이요 거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시에 대한 시인들의 매우 진지한 시정신과 그에 걸맞는 시적 역량을 요구한다. 시인은 시를 시로서 제자리에 서게 하고 시인 스스로도 시인다운 정도에 서야 한다. 잘 갖춘 시적 품격을 가장 우선하는 미학이 시이다. 어쩌면 가장 엄격한 순교주의를 시가 요구한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시만은 선비정신이 시 정신에 수평축으로 버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시는 후기 자본주의가 가진 세기말적 종말 현상이 공학적 상업미학으로 변태하여 비굴한 굴종을 겪고 있다. 시가 인간 삶 속에 깨끗하고, 편하고, 순진하고, 정직하게 다가서서 구원자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온갖 세기말적 단말마에 함물되고 있다.
시는 독자들 위한 것보다 시인 자신의 구제 내지는 구원 기능이 일차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시인 되는 데 급해져 있고 그래서 그게 권위를 넘어 권력이 되는 속물적 타락이 일고 있다. 문학에 대한 자기 철학 없이 언어를 교묘하게 다루어 시작 기술자들로 전락하는 현상이다. 시인보다 인간이 먼저 되라는 말이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중언부언했지만 결국 독자를 깔보는 시를 함부로 내보내는 것은 시 세계의 공해라는 요지였는데, 나 자신의 이런 상재 행위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셈이다. 문학으로 밥 먹고 행세한 사람이 왜 아직 창작집 한 권 제대로 없었느냐는 주위의 질타를 면피하려는 속셈이기도 하다. 나의 능력도 문제지만 저간의 지나친 내 시적 결벽증 또는 순종 가리기 같은 것이 한몫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작품 앞에서는 겸허하자는 생각이 도를 넘어 자기변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상재의 용기를 내기로 하였는데, 여기에 몇 가지 욕심까지 부리게 되었다. 기왕의 출간이라면 천문시학이라는 나의 저간의 주장을 실험적으로 시도를 해보기로 한 것이 그 하나다. 일종의 '테마시집'을 생각해 본 것인데 욕심이 너무 과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 시는 단편적인 소재의 기술적 언어 조탁보다는 일관된 자기 시세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천문시학, 즉 자연의 천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천도의 재도 미학이 시임을 주장하려는 것도 이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 각 장마다 의도적으로 시에 대한 촌감을 조금씩 곁들인 것도 이런 테마성에 연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집의 전 시가 일관된 테마일 수는 없을 것이다. 시학에 의거한 시론의 일관성에 의존할 뿐일 것이다.
참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 이번 나의 출판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이번 시집 발간 동기가 천문시학이라는 내 나름의 시론을 정립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를 염두에 두기도 했기 때문이다. 감당이 너무 벅차게 되었다. 시는 시인의 기술적 언어 조탁보다 자연의 천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천도의 재도 미학임을 주장하려는 것이었다.
이 시집 각 장마다 의도적으로 시에 대한 코멘트를 조금씩 곁들인 것도 이런 연유이다. 아울러 시를 아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를 선보이고자 했다. 나름의 때 묻지 않은 솔직담백한 시, 현학적으로 꾸미지 않은 시를 보이고자 노력했다. 즉 천문시학과 접목해 보고자 했다. 누구하고도 소통되는 쉬운 시가 마치 유치한 미숙과 무지로 보이는 허세를 꺾어 보고 싶기도 했다. 진실 내지 진리에 굴복하고 정직한 시가 이제 필요하다고 본다. 자기 시를 자기가 해설 못하는 것을 마치 시적 경지에 든 시성이나 된 양 기만하는 것도 그쳐야 한다고 본다. 시의 애매성과 모호성을 시어의 숙명성과 연계 못 시키고 구별이 안 되는 것이 이제 반성돼야 한다. 아무리 난해한 철학적 이론도 초등학교 3학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계의 철학교육론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어쨌든 목적과 이념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기가 창작한 작품의 발표는 항상 두렵고 계면쩍다. 상재를 쉽게들 하지만 시간 가면 부끄러운 것이 실로 창작집이 아닌가한다.
그간 해를 거듭해 미루다가 내게 주어진 세월의 한계를 핑계 삼아 우를 범하기로 하였지만 솔직히 부끄럽다. 부족한 것은 다음에 재출발의 기회로 삼겠다. 그간 나에게 출간을 채근해 온 문우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났든 못났든 분신인 작품들, 마치 오래 품고 있던 자식 출가시키는 것 같다. 예의를 갖춰 깨끗하게 단장시켜 출가시키고 싶었지만 역시 안목이 까짓이다. 혹 단 한 편이라도 마음에 들어 하시는 독자가 있다면 값진 삶의 동반자가 되어 주는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시집에는 여러 시들이 모여 산다. 시들은 각자 이름표를 달고 저를 감상해 달라고 한다. 시들과 즐겁고 유익한 만남이 되기를 바란다.
― 전문수, 상재의 말씀(책머리글) <천문시학을 위한 시론試論>
- 차 례 -
제1장 천문
새
천문
하얀 시
시를 위한 시 1
시를 위한 시 2
시를 위한 시 3
마음의 날개
가을 독서
그사람
시의 지평
개미
콩을 심는다
미루나무 한 그루
허공
꼭 가져갈 것
고구마
대제
강둑에서
무명
쌍계사 쪽의 하의
흑백사진 한 장
등산
돌탑에 끼어
결실
더 파랗다
칼1
모기 살해범
벽에 못을 박다가
지하철
뒷모습
바람의 뼈
하늘에게
확대경
바람과 바람
나사못
어느 오후
산
흑장미
나무의 신
제2장 시의 꽃
천문
선과 악
집 속에 앉아서
입구
생각의 반대쪽
몸의 신비
만남
어느 가을 산행
거울 2
거목 1
그대에게
꽃
도자기
그대 등 뒤
거울 1
뒤집히지 않는 돌
농월
행간 읽기 농사
행복
어느 표지판
허공의 문
죽은 시계
계단
가을 향기
바다에 와서
바다
여유
옷과 몸
수평
수수께끼 놀이
제3장 가장 아름다운 무덤
한계령을 넘으며
우연의 진실
문
어느 날의 확인
시계 소리
뿌리
바위의 뜻
길 찾기
요리 들국화 퍽 주저앉고 싶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
마라톤 법칙
말이 썩을 때
제4장 시의 자궁
뻐꾸기 노래
눈높이
시선
나의 배
비원 슈퍼 앞에는
뻐꾸기 소리
바람과 나무
문패
무기징역
비문
못
모순
유리 벽
대로
이정표
극락은 혼자 못 간다
도시에서는
대원사 계곡에서
돌
존재
진짜 세계
진짜 시계
제5장 언어의 새 길 내기
어느 반환점
꿈
집
칼 2
풍뎅이
시작
안경 닦기
거목 2
집짓기
산책길
석양의 행간에서
대둔산을 오르며
바위의 문
아령에게
월해사 종소리
달
가을 꽃
허공의 글씨
7월 백도라지 꽃들
피아노 소리
결실 2
귀향
새 길 내기
노을
반복
본전
역지사지
기적
더위
벚꽃을 보며
바위
귀가
이명
소방울 소리처럼 사는 삶
중심
인생길
산정
진해
나의 사용기
만남의 주제
시간
[201405.17 초판발행. 183쪽. 정가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