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이었던 꽃들을 드립니다.
사유를 매만지다가 균열이 생긴 꽃
은유와 발화를 꿈꾸다 불통이 되어버린 잎
소리 같기도 하고,
얇은 간극 같기도 한,
작은 눈을 드립니다
― 김은자, 책머리글 <시인의 말>
김은자 시인의 시세계는 그동안 자신의 삶 속에 쌓아온 오랜 기억과 감각을 통해 자기 탐구와 자기 귀환이라는 서정시의 미학적 본령을 충실하게 성취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김은자 시인은 미국 뉴저지 주에 살고 있는 교포 시인으로서 매우 유려하고도 격정적인 모국어의 결과 품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일상적으로 이중언어(bilingual)의 환경에 놓여 있는 이른바 ‘이민자’ 시인이 이렇듯 치열하고도 견고한 언어적 자의식을 가진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김은자 시인은 오랜 기억과 감각 속에 녹아 있는 모국어의 심미적 진경(進境)을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개척하고 완성해낸 경우라 할 것이다.
김은자 시편의 세계는, 크게 보아 세 가지 줄기로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하나가 이민자로서의 경험적 직접성을 매개한 격정적 ‘내면’ 탐구의 세계라면, 다른 하나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감각을 통해 재구성되는 ‘기억’ 탐구의 세계이고, 마지막 하나는 ‘시(詩)’라는 언어예술에 대한 메타적 탐구의 세계라 할 것이다. 물론 이 세 가지 지향들은 서로 배타적으로 작동하고 있기보다는, 함께 얽히면서 움직이는 이른바 ‘연동(聯動)’의 활력을 보여주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김은자 시학의 주춧돌이 ‘내면’ 탐구와 ‘기억’의 재구성 그리고 ‘시’에 대한 섬세한 자의식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국어국문과 교수), 해설 <푸른 기억으로 번져가는, 모국어의 심미적 진경>
김은자 시인의 내면에는 깊은 벼랑을 떠도는 한 마리의 새가 살고 있다. 유목의 피가 흐르고 있다. 소외가 눈부신 곳, 노마드의 먼 길을 떠나고 싶어 하는 영혼이 있다. 흩날리는 홀씨처럼 탈주를 꾸는 자아와 현실의 감옥에 갇혀 사는 자아가 충돌하거나 대립하기도 하고 이중주를 연주하기도 하면서 생의 아프고 아름다운 형식을 꿈꾼다. 그 길항작용은 우주와 전생을 넘나드는 분방하고 활달한 상상력으로 살아나 시를 가득 채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삶과 떠나보내야 하는 삶은 회귀와 합일을 향한 본능적인 그리움과 외로움을 내포하게 마련이어서 「양구 가는 길」,「내가 사는 계절」, 「슬픔의 내용」, 「셰난도 오 셰난도」 같은 절절한 시를 빚어내기도 한다.
― 도종환(시인), 단평 <우주와 전생을 넘나드는 분방하고 활달한 상상력>
김은자의 시를 정의해주는 대표적인 두 가지 이미지는 별과 벼랑이다. 그에게 있어서 별과 벼랑은 같은 소리빌기라는 점에서 한 몸이다. 여기서 별은 그가 추구하는 꿈이고 시이며, 벼랑은 그가 지금까지 겪어온 힘겨운 삶의 단면이다. 그는 별을 통해서 멀리 보는 법(관조)을 배우고 벼랑을 통해서 삶의 겸허함과 용서를 배운다. 별이 그의 이상적인 삶의 기표라면 벼랑은 그의 현실적인 삶의 기표인 셈이다. 그는 꿈과 현실, 그리움과 소외, 음악과 소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왜냐하면 그의 몸 속에는 유목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시를 쓰는 것은 유목의 들판을 걸어 그립던 옛집을 찾아가는 여정에 비유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걸어가는 삶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벼랑에서 야성의 소리를 찾아내어 아름다운 음악이 되게 하는 재능이 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야성의 소리를 찾아 끊임없이 탈주를 꿈꾼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시를 쓰는 행위가 ‘나’라는 벽을 넘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별과 만나기 위한, 의미 있는 예식이기 때문이다.
― 박남희(시인), 단평 <벼랑에서 야성의 소리를 찾아내어 아름다운 음악이 되게 하는 재능>
야수파 앙리마티스의 ‘붉은 작업실’은 가장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 곳, 깨진 벽을넘어 붉은 그림 속으로 들면 또 하나의 방이기다리고 있다. 김은자 또한‘붉은 작업실’에서 뜨거운 유목의 피에 두 손이흥건히 젖는다. 시를쓰는 행위는 거대한 내륙에서 오래전에 사라진 발자국을 찾아내는 일, 초원은 지나간 것들의 기록일 뿐이지만 시인은 막막한 벌판에서 유목의 냄새를 발굴한다. 생각의 활을 당길 때마다 그녀의 몸에 웅크린 야수들이 뛰쳐나온다.
色의 놀이에 빠진한 사내가 평면을 일으켜 세우듯 김은자도 생의 캔버스에 슬픔의 지문을 찍으며 몸을 일으킨다. 그늘이 고여 시가 되기까지 치열하게 물고 늘어진 시편들, 어느덧 시인의 이(齒)가 붉게 물들었다. 참을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붉은 이빨을 가지고 있다.
― 마경덕(시인), 단평 <그늘이 고여 시가 되기까지 치열하게 물고 늘어진 시편들>
-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이국(異國)의 감기
내가 사는 계절
벼랑의 별
샤만(Shaman)에 대한 미학
귀먼자 (KIMEUNJA)
이국(異國)의 감기
거미의 집
키스의 코드
유목의 피
해피엔딩이 좋아
별에 대한 연구보고
윌리의 방
청춘, 그 포스트 모더니즘
수천 개의 입
살리에르 카덴자(CADENZA)
소금등
제2부 암호에 미끄러지다
알레그로 마 논 트롭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로스트 앤 화운드(Lost and Found)
빗속 록 앤 롤
잭키의 성(性)
우리는 벌써 오래 전에
남자 미용사 J
꽃과 물고기 정물
bt Rt tt
암호에 미끄러지다
황홀한 역류
유 배드(You Bad)!
소리의 해부학
스테이플과 가을
제3부 비가(悲歌) 혹은 비가(非家)
슬픔의 지문이 내 몸에 살고 있다
여자의 방
타임캡슐
그리움이여, 창 밖에는 가을
양구 가는 길
비가(悲歌) 혹은 비가(非家)
뜯어 볼 수 없는 상자 속 풍경
춤 – 타락(墮落)
춤 – 소각(燒却)
안개이불
몰타섬 여행가이드
모란
조개국을 끓이며
키위 속으로
제4부 붉은 작업실
붉은 작업실
샴페인 망고 레시피
벽과 감옥과 탈주
드라이 플라워
발치
꽃의 기원
붉은 작업실
불편한 희곡
몬스터 판타지
곡비(哭婢)
무균실 병동
암호해독
생방송(On Air)
불새 – 씬 # 49
해설
푸른 기억으로 번져가는, 모국어의 심미적 진경_유성호
우주와 전생을 넘나드는 분방하고 활달한 상상력_도종환
벼랑에서 야성의 소리를 찾아내어 아름다운 음악이 되게 하는 재능_박남희
그늘이 고여 시가 되기까지 치열하게 물고 늘어진 시편들_마경덕
청춘, 그 포스트 모더니즘
김은자 시선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아픈 손가락이었던 꽃들을 드립니다.
사유를 매만지다가 균열이 생긴 꽃
은유와 발화를 꿈꾸다 불통이 되어버린 잎
소리 같기도 하고,
얇은 간극 같기도 한,
작은 눈을 드립니다
― 김은자, 책머리글 <시인의 말>
김은자 시인의 시세계는 그동안 자신의 삶 속에 쌓아온 오랜 기억과 감각을 통해 자기 탐구와 자기 귀환이라는 서정시의 미학적 본령을 충실하게 성취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김은자 시인은 미국 뉴저지 주에 살고 있는 교포 시인으로서 매우 유려하고도 격정적인 모국어의 결과 품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일상적으로 이중언어(bilingual)의 환경에 놓여 있는 이른바 ‘이민자’ 시인이 이렇듯 치열하고도 견고한 언어적 자의식을 가진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김은자 시인은 오랜 기억과 감각 속에 녹아 있는 모국어의 심미적 진경(進境)을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개척하고 완성해낸 경우라 할 것이다.
김은자 시편의 세계는, 크게 보아 세 가지 줄기로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하나가 이민자로서의 경험적 직접성을 매개한 격정적 ‘내면’ 탐구의 세계라면, 다른 하나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감각을 통해 재구성되는 ‘기억’ 탐구의 세계이고, 마지막 하나는 ‘시(詩)’라는 언어예술에 대한 메타적 탐구의 세계라 할 것이다. 물론 이 세 가지 지향들은 서로 배타적으로 작동하고 있기보다는, 함께 얽히면서 움직이는 이른바 ‘연동(聯動)’의 활력을 보여주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김은자 시학의 주춧돌이 ‘내면’ 탐구와 ‘기억’의 재구성 그리고 ‘시’에 대한 섬세한 자의식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국어국문과 교수), 해설 <푸른 기억으로 번져가는, 모국어의 심미적 진경>
김은자 시인의 내면에는 깊은 벼랑을 떠도는 한 마리의 새가 살고 있다. 유목의 피가 흐르고 있다. 소외가 눈부신 곳, 노마드의 먼 길을 떠나고 싶어 하는 영혼이 있다. 흩날리는 홀씨처럼 탈주를 꾸는 자아와 현실의 감옥에 갇혀 사는 자아가 충돌하거나 대립하기도 하고 이중주를 연주하기도 하면서 생의 아프고 아름다운 형식을 꿈꾼다. 그 길항작용은 우주와 전생을 넘나드는 분방하고 활달한 상상력으로 살아나 시를 가득 채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삶과 떠나보내야 하는 삶은 회귀와 합일을 향한 본능적인 그리움과 외로움을 내포하게 마련이어서 「양구 가는 길」,「내가 사는 계절」, 「슬픔의 내용」, 「셰난도 오 셰난도」 같은 절절한 시를 빚어내기도 한다.
― 도종환(시인), 단평 <우주와 전생을 넘나드는 분방하고 활달한 상상력>
김은자의 시를 정의해주는 대표적인 두 가지 이미지는 별과 벼랑이다. 그에게 있어서 별과 벼랑은 같은 소리빌기라는 점에서 한 몸이다. 여기서 별은 그가 추구하는 꿈이고 시이며, 벼랑은 그가 지금까지 겪어온 힘겨운 삶의 단면이다. 그는 별을 통해서 멀리 보는 법(관조)을 배우고 벼랑을 통해서 삶의 겸허함과 용서를 배운다. 별이 그의 이상적인 삶의 기표라면 벼랑은 그의 현실적인 삶의 기표인 셈이다. 그는 꿈과 현실, 그리움과 소외, 음악과 소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왜냐하면 그의 몸 속에는 유목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시를 쓰는 것은 유목의 들판을 걸어 그립던 옛집을 찾아가는 여정에 비유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걸어가는 삶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벼랑에서 야성의 소리를 찾아내어 아름다운 음악이 되게 하는 재능이 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야성의 소리를 찾아 끊임없이 탈주를 꿈꾼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시를 쓰는 행위가 ‘나’라는 벽을 넘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별과 만나기 위한, 의미 있는 예식이기 때문이다.
― 박남희(시인), 단평 <벼랑에서 야성의 소리를 찾아내어 아름다운 음악이 되게 하는 재능>
야수파 앙리마티스의 ‘붉은 작업실’은 가장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 곳, 깨진 벽을넘어 붉은 그림 속으로 들면 또 하나의 방이기다리고 있다. 김은자 또한‘붉은 작업실’에서 뜨거운 유목의 피에 두 손이흥건히 젖는다. 시를쓰는 행위는 거대한 내륙에서 오래전에 사라진 발자국을 찾아내는 일, 초원은 지나간 것들의 기록일 뿐이지만 시인은 막막한 벌판에서 유목의 냄새를 발굴한다. 생각의 활을 당길 때마다 그녀의 몸에 웅크린 야수들이 뛰쳐나온다.
色의 놀이에 빠진한 사내가 평면을 일으켜 세우듯 김은자도 생의 캔버스에 슬픔의 지문을 찍으며 몸을 일으킨다. 그늘이 고여 시가 되기까지 치열하게 물고 늘어진 시편들, 어느덧 시인의 이(齒)가 붉게 물들었다. 참을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붉은 이빨을 가지고 있다.
― 마경덕(시인), 단평 <그늘이 고여 시가 되기까지 치열하게 물고 늘어진 시편들>
- 차 례 -
시인의 말
내가 사는 계절
벼랑의 별
샤만(Shaman)에 대한 미학
귀먼자 (KIMEUNJA)
이국(異國)의 감기
거미의 집
키스의 코드
유목의 피
해피엔딩이 좋아
별에 대한 연구보고
윌리의 방
청춘, 그 포스트 모더니즘
수천 개의 입
살리에르 카덴자(CADENZA)
소금등
제2부 암호에 미끄러지다
알레그로 마 논 트롭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로스트 앤 화운드(Lost and Found)
빗속 록 앤 롤
잭키의 성(性)
우리는 벌써 오래 전에
남자 미용사 J
꽃과 물고기 정물
bt Rt tt
암호에 미끄러지다
황홀한 역류
유 배드(You Bad)!
소리의 해부학
스테이플과 가을
제3부 비가(悲歌) 혹은 비가(非家)
슬픔의 지문이 내 몸에 살고 있다
여자의 방
타임캡슐
그리움이여, 창 밖에는 가을
양구 가는 길
비가(悲歌) 혹은 비가(非家)
뜯어 볼 수 없는 상자 속 풍경
춤 – 타락(墮落)
춤 – 소각(燒却)
안개이불
몰타섬 여행가이드
모란
조개국을 끓이며
키위 속으로
제4부 붉은 작업실
붉은 작업실
샴페인 망고 레시피
벽과 감옥과 탈주
드라이 플라워
발치
꽃의 기원
붉은 작업실
불편한 희곡
몬스터 판타지
곡비(哭婢)
무균실 병동
암호해독
생방송(On Air)
불새 – 씬 # 49
해설
푸른 기억으로 번져가는, 모국어의 심미적 진경_유성호
우주와 전생을 넘나드는 분방하고 활달한 상상력_도종환
벼랑에서 야성의 소리를 찾아내어 아름다운 음악이 되게 하는 재능_박남희
그늘이 고여 시가 되기까지 치열하게 물고 늘어진 시편들_마경덕
[2014.08.27 발행. 103쪽. 정가 5천원(전자책)]
※ 이 책은 콘텐츠몰.com 에서 바로 구매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콘텐츠몰 바로가기(클릭)
◑ 전자책 미리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