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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오피니언] 가로주택정비 조합이 시공자와 체결한 계약의 성질 및 해제 방법
repoter : 이재현 변호사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23-07-20 11:38:41 · 공유일 : 2023-07-20 13:01:47


1. 사실관계

1) 원고는 주택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시공자이고, 피고는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다. 피고는 2020년 9월 18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원고를 시공자로 선정하고, 원고와 피고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2) 갑(조합)과 을(건설사)은 공동사업 주체로서 갑과 갑의 조합원이 소유하고 있는 A구역 일대의 토지를 제공하며 이에 대한 대가로 신축된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대물로 공급받는다(제3조 제1항), 을(건설사)은 갑이 제공한 제1항의 대지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승인한 설계도서, 계약조건 등의 내용에 따라 필요한 사업경비를 투입하고 건축시설을 시공해 갑이 제공한 토지에 대한 대물변제 조건으로 신축된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갑(조합)에게 공급하며 잔여 건축시설은 일반분양해 공사비 및 사업경비(이하 건설사업비)로 충당한다(동조 2항).

3) 한편, A시 건축위원회는 위 조합의 건축심의를 하며 주차장 부분에 대해 조건부의결을 했고,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에서 지상주차장으로 설계한 부분을 지하주차장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원고는 이 사건의 사업의 조속한 진행 또는 위와 같은 변경은 조합원총회 의결사항이라는 이유로 위 요구를 거부했다. 피고는 2021년 3월 2일 원고에게 사업계획변경검토를 위한 회의소집을 요청했으나, 원고는 그달 3일 사업계획변경검토가 중대한 사업변경에 해당해 조합원총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요청을 거절했다.

4) 피고는 2021년 3월 9일 원고에게 위 조건부의결에서 정한 수정사항으로 인해 사업시행계획변경이 불가피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요청했고, 원고는 같은 달 17일 위 조건부의결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시 제출 예정으로 설계가 진행 중에 있다며 계약 해지를 거부했다. 피고는 그달 26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제1호 안건인 이 사건 계약 해지 및 해제의 건을 가결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시공자)

이 사건 계약의 성질은 조합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의 해제ㆍ해지는 「민법」상 조합에 관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 관련 법상 조합에서는 제명, 탈퇴, 해산만 가능하고 일반계약처럼 해제가 가능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제ㆍ해지한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나. 피고(조합)

이 사건 계약은 도급 계약이므로,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은 해제됐다. 즉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2020년 11월께 2557만6590원을 지급했을 뿐, 이 사건 계약 제15조에 따른 조합 운영비, 사업비 등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고, 이 사건 소송이 끝날 때까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도급계약이든 조합계약이든,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가 상실되고, 조합 해산에 필요한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했다고 할 것이므로, 2021년 9월 27일 준비서면 등의 송달로써 계약이 해지거나 조합이 해산됐다. 결국,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은 소멸했다.

3. 판결 요지(서울고등법원 2021나16773ㆍ부천지원 2021가합101610 판결)

가. 「민법」 제673조(도급)에 따른 해제 가능 여부

조합은 두 사람 이상이 서로 출자해 일정한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면 성립되는 것인데(제703조제1항) ①앞서 본 이 사건 계약의 내용, 즉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의 공동사업 주체인 점(이 사건 계약 제3조제1항) ②이 사업에서 원고는 사업비를 제공하고, 피고는 사업지가 되는 토지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점(이 사건 계약 제4조제1항ㆍ제15조제1항ㆍ 제2항ㆍ공동출자의 측면)과 피고는 그와 같은 토지 제공의 대가로 신축된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대물로 공급받고 원고도 24가구의 아파트를 사업경비로 회수하기로 한 점(이 사건 계약 제4조ㆍ제5조ㆍ이익분배의 측면), 이 사건 계약의 해지나 해제를 따로 정하지 않고, 그 존속기간만 정했던 점(제14조)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사업의 공동경영을 위해 원고와 피고가 상호 출자를 약정한 조합계약의 성격을 상당히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①「민법」상 조합 계약은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만 탈퇴ㆍ제명ㆍ해산이 인정되는 등 그 계약의 해소 사유가 제한된 점 ②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에서는 해제나 해지 사유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이 일부 도급계약의 성질의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의 완성 전이기만 하면 별도의 요건 없이 도급인의 해제가 가능하도록 정한 동법 제673조는 이 사건 계약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해당 법 제673조에 근거한 이 사건 계약의 해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나. 조합 해산에 따른 이 사건 계약의 효력 소멸 여부

1) 관련 법리

「민법」 제720조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각 조합원은 조합의 해산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조합의 해산청구는 조합이 소멸하기 위해 그의 목적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중지하고, 조합의 재산을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고, 여기서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경제계의 사정 변경에 따른 조합 재산 상태의 악화나 영업 부진 등으로 조합의 목적 달성이 매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거나 조합 당사자 간의 불화ㆍ대립으로 인해 신뢰 관계가 파괴됨으로써 조합 업무의 원활한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7년 5월 30일 선고ㆍ95다4957 판결, 대법원 2007년 11월 15일 선고ㆍ2007다48370ㆍ48387 판결).

2인의 동업자 중 1명이 동업의 준비 과정과 영업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러 형사고소를 당하고 그 사유로 결국 형사소추돼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동업자 사이의 신뢰 관계는 깨어져서 원만한 조합 운영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동업자가 동업계약의 해지 통고를 한 것은 조합의 해산 청구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조합은 그 해산 청구로 말미암아 해산됐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6년 3월 26일 선고ㆍ94다46268 판결).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원고는 이 사건 계약 제15조제1항, 제2항에 따른 사업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는 점 ②피고의 거듭된 요구에도 원고는 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위와 같이 사업비를 부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점 ③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 일부 가구의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이 사건 사업 진행에 기여를 했다거나, 피고가 원고에게 기존 설계에 없는 지하주차장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다거나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사업비 부담 의무, 즉 출자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원고의 사업비 부담 의무 불이행으로 이 사건 사업의 진행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 것으로 보이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도 상당히 깨어졌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계약의 해지 의사표시가 포함된 2021년 9월 27일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계약은 「민법」 제720조에 따라 그 효력이 소멸했다고 판단된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의 해지ㆍ해제를 의결한 2021년 3월 26일 피고의 임시총회가 절차를 위반해 위법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이 사건의 쟁점은 조합과 시공자와의 계약의 성질을 「민법」상 조합계약(제720조)으로 볼 것인지 혹은 도급계약(제673조)으로 볼 것인지고, 더불어 이 사건의 경우 조합이 내세운 해제 사유가 적법한지로 요약할 수 있다.

법원은 해당 계약의 성질에 관해 계약 조항에 `공동사업 주체`임을 명시한 점과 조합은 사업지가 되는 토지를 제공하고 시공자는 사업비를 제공하는 점 및 그와 같은 토지 제공의 대가로 신축된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대물로 공급받기로 하고 시공자도 24가구의 아파트를 사업비로 회수하기로 한 점 등을 기초로 `도급계약`이 아닌 `「민법」상 조합계약`으로 봤다.
「민법」 제720조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각 조합원은 조합의 해산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안의 경우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지를 보자면, 조합이 시공자에게 기존 설계에 없는 지하주차장 설치와 같은 무리한 요구 등을 했다고 해서 시공자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사업비 부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시공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이 사건 사업의 진행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는 등 시공자와 조합 사이의 신뢰 관계가 파괴됐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 사건 사업에 있어서 시공자와 조합의 원만한 공동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등의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해 「민법」 제720조에 따라 그 효력이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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