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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필수의료과목 인력난 해결될까
repoter : 송예은 기자 ( yeeunsong1@gmail.com ) 등록일 : 2023-10-13 15:23:52 · 공유일 : 2023-10-13 20:01:51


[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효과를 성공적으로 보기 위해선 그에 따른 실질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난 12일 정부와 의료계 관계자 등의 말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중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구로 10% 줄어든 바 있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19년만인 2025년 늘어나게 된다. 그동안 증원 규모로는 의약분업으로 줄어들었던 351명(10%)을 다시 늘리는 방안과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여론이 거센 데다 정부가 그동안 의료계 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장기간 논의를 거쳐오며 근거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2020년 9월 의정 합의 결과에 따라 지난 1월부터 14차례에 걸쳐 대한의사협회(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진행하며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에는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를 꾸려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여론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OECD 보건통계 2023`를 보면 2021년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김원이 의원이 제출한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6.3%인 560명가량이 현재 정원의 약 10% 이상을 증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복지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사 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의협은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필수ㆍ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의사 수 증원보다 분배"라고 강조하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쪽에선 의대 정원을 늘리면 `낙수 효과`로 필수의료 인력과 지방 의료인력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면, 의대 정원 확충만으로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 지방 의료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한 나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고려대 의대 안덕선 명예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가 그리스로, 2007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5.31명이었으나 특정과 쏠림 현상, 지방 근무 기피 현상이 심해 의사 수를 늘렸다. 2019년 기준 그리스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6.31명으로 증가했으나 그리스의 의료환경에서 근무할 수 없다며 해외로 나간 의사가 1만75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공공병원은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사 부족으로 중환자실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의료취약지 근무자에겐 상여금으로 매달 1800유로(약 251만 원)를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나왔으나 지원자는 없다는 설명이다.

또 의대 정원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던 영국의 경우, 전공의 등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파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이탈된 인력을 보완하고자 2037년까지 의사 6만 명을 충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 종사자들은 급여와 근무환경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대 증원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는 수익난으로 인한 폐업ㆍ악성 민원과 소송에 의한 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662개가 경영난으로 폐업했고, 의료서비스 불만족 등을 이유로 소송을 당한 소아청소년과는 최근 지난 7월 한 주 동안에만 10여 곳에 달했다. 이 중 일부 기관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포기하고 일반 내과로 전환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지난 10년간 의사는 꾸준히 배출돼 전체 수가 늘었음에도 응급상황조차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필수의료과목 의사는 부족하단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의사 수가 아무리 늘어도 늘 소송 부담에 시달리고, 근무환경마저 좋지 않은 필수의료과목을 선택하는 의사가 늘진 않는다"며 "필수의료인력 확보와 의대 증원은 다른 영역의 문제로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의사 윤리에 대한 정신이 적혀있다. 그러나 현실은 희생과 봉사 정신은 고사하고 일부 과에선 당장 소송과 금전 문제를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게 부지기수다. 자연스레 `많이 벌 수 있는 특정과` 쏠림이 발생하게 된다.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고 해도 나서서 소위 3D과에 지원할 지원자는 많이 없을 것이란 뜻이다. 현재 인력난이 해결되기 위해선 필수의료과목에 정원이 적절히 배치될 수 있도록 정원 분배와 특정과 종사자들이 지속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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