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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필 발행인] 조합 상근 임원 처우 개선 시급하다
repoter : 박재필 발행인 ( chemicalline@naver.com ) 등록일 : 2014-10-24 09:43:01 · 공유일 : 2014-10-24 13:03:41


세상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이렇게 많은 직업 가운데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은 무엇일까? 물론 나라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적어도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은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의 759개 직업 현직 종사자 2만6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직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장이 사회적 평판, 정년 보장, 발전 가능성, 시간적 여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 생각되는 직업들이 오히려 상위권에 속하지 못해 수입과 만족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아주 작은 후진국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선진국보다 높게 나타난 것을 연상케 한다.
어쨌든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만족도 높은 직업 100개 중 토목구조설계 기술자와 건축감리기술자를 제외하곤 건설·주택과 관련한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필자와 같은 `기자`들도 직업 만족도에서는 상위권에 속하지 못했다.
어쨌든 정비사업과 관련된 일로 먹고사는 몸이니 직업만족도와 정비사업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도록 하자. 취재 중에 만나는 조합 및 추진위원회 임원이나 정비업체 직원, 건설사 직원들 모두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만족스럽고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다.
그렇다면 조합 임원들은 왜 이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을까? 직업만족도 조사 대상이었던 사회적 기여도, 직업의 지속성, 발전 가능성, 업무환경과 시간적 여유, 직무만족도 등을 봤을 때 만족도가 낮았다.
따라서 정비사업은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하여 정비구역 또는 가로구역에서 정비기반시설을 정비하거나 주택 등 건축물을 개량하거나 건설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서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정비사업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업이 바로 정비사업이다. 업무환경과 시간적 여유는 어떤가. 초기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번듯한 사무실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경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은 물론 정비사업에는 동의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집행부를 힐난하는 주민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기 일쑤이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여름휴가 한 번 못 가 봤다는 조합장도 상당수다. 사정이 이러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직무만족도가 높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금전적으로는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상근 임원들이 최소 급여도 받지 못하는 등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항이다.
이처럼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상근 임원들의 처우가 열악한 이유는 `임원=봉사직`이라는 조합원들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실제로 조합원 총회 등에서 상근 임원에 대한 처우 개선이 다뤄질 경우 원안대로 통과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상근 임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상근 임원들의 급여가 많다며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다.
조합원들이 상근 임원들의 급여가 많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막연히 `조합장 등 상근 임원들은 업체로부터 뭔가 받는 게 있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총회에서 만난 조합원들 중에는 상근 임원에 대한 급여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무언가 생기는 게 있으니 상근 임원을 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구태여 우리가 월급을 인상해줄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문제는 근무환경이 열악한 경우 `업체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데 있다. 급여 수준이 생활비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업체가 내미는 `뒷거래` 유혹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실제로 상근 임원들이 특정 업체와 뒷거래를 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조합에 근무하는 상근 임원은 통상 3~5명 정도에 불과하다. 조합원 1000명인 사업장에 조합장을 포함해 5명의 상근 임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치자. 5명 기준으로 월 평균 1인당 200만원을 지급했다면 1년에 인건비로 지급하는 돈은 1억2000만원이다. 정비사업 기간을 5년으로 산정한다면 6억원인 셈이다. 처우 개선을 통해 인건비를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올린다고 해도 정비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6억원만 더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상근 임원들이 업체와 부당한 뒷거래를 했다고 가정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가령 이 사업장의 건립 총면적이 10만㎡인데, 공사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업체와의 뒷거래로 인해 임원들이 공사비 절감 노력을 하지 않아 ㎡당 10만원의 공사비 인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1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한 셈이다. 6억원을 아끼려다 그 20배에 가까운 100억원의 손해를 자초한 것이다.
따라서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상근 임원에 대해 적정한 대우를 해야 투명한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되고, 조합원들에게도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상근 임원을 제대로 대우해주고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되 그들이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고 감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재 추진위원장과 조합 임원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4조에서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조합의 임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대표자(법인인 경우에는 임원을 말한다)·직원 및 위탁관리자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합 및 추진위원회 임원에 대해 강력한 벌칙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근 임원에 대해 엄격한 벌칙 규정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그 처우에 대해서는 대졸 신입 사원 수준에도 못 미치도록 방관하고 있는 현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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