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조세 포탈,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 추문이 끊이질 않고 있는 효성그룹(회장 조석래)에 악재 하나가 추가되는 모양새다. 이번엔 입찰 비리다. 효성그룹의 건설 3사(▲효성건설PU ▲진흥기업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가 이른바 `들러리 수주`에 가담했다가 적발됐거나 이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이에 이들 3사가 조석래 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기업 만들기`를 망치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도전자 되겠다"더니 뒤에선… 들러리 수주 의혹 `솔솔`
`막내`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담합으로 관급 공사 제한
`맏형` 효성건설PU, `동생` 진흥기업 챙기며 `무혈입성`?
입찰 담합은 건설업계 고질적 병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핵심 기치가 `공정사회` 구현이란 점에서 이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효성그룹의 주요 경영 방침이 `고객 만족을 통한 신뢰받는 기업의 완성`이란 점에서 이 같은 행태는 이를 좀먹는 `해사(害社)` 행위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ㆍ이하 공정위)는 경기 의정부시 음식물 폐기물 공공처리시설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대표이사 임남재)과 서희건설(회장 이봉관)에게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8400만원(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8100만원, 서희건설 2억3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이 2009년 5월 발주한 해당 공사 입찰에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이 낙찰할 수 있도록 서희건설이 들러리를 선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낙찰자에 더 많은 과징금이 부과돼야 하나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이 `자본잠식(누적적자가 많아져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상태)`에 빠지는 등 재무 상태가 열악한 점이 반영돼 감액됐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번 담합 적발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 참가에 제한을 받게 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은 2009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김포한강신도시 폐기물 소각시설 공사 입찰에서 담합해 공정위로부터 3억8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제1항제7호 등에 따르면 경쟁 입찰, 계약 체결 또는 이행 과정에서 담합한 자는 공공 발주 입찰에 1~24개월 범위에서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의 입찰 담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작년 11월, 경기 연천군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건설공사 입찰에서 벽산엔지니어링(대표이사 함영승)을 들러리로 내세워 낙찰한 게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6억7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비슷한 위법행위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당사자인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은 물론이고 모기업으로서 이를 관리해야 할 효성(그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효성이 2008년 3월 인수한 진흥기업(대표이사 차천수)도 사정은 비슷하다. 진흥기업은 작년 10월, LH가 발주한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등 8개 지구의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담합해 공공 공사 입찰 제한 조치를 당했다. 지난 4월에는 인천시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입찰에 들러리로 가담한 진흥기업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해당 공사에서 낙찰자인 코오롱글로벌(대표이사 윤창운) 등 15개 건설사에 대해선 같은 달 조달청(청장 김상규)이 `부정당업자`로 낙인찍고 공공 공사 입찰 제한 조치를 취했다.
비교적 입찰 담합과 거리가 멀다고 평가받던 `맏형` 효성건설PU(대표이사 송형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재개발ㆍ재건축에서 들러리를 세워 시공권을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효성건설PU는 지난 9월 울산 중구 B-05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진흥기업, 동부토건 등과 함께 수주했다. 그러자 업계 한편에선 사실상 주간사나 다름없는 효성건설PU가 `동생(진흥기업)을 챙기며 무혈입성(無血入城ㆍ피 흘려 싸우지 않고 성에 들어감) 했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이 같은 풍문은 효성건설PU가 앞서 수주한 재건축 현장에서 들러리 수주 의혹을 강하게 받은 데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효성건설PU는 지난 6월 서울 노원구 태릉현대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경쟁사는 대방건설(대표이사 구찬우)로, 업계 한쪽에선 효성건설PU가 대방건설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시공능력평가순위(▲효성건설PU 47위 ▲대방건설 58위ㆍ2013년 기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효성건설PU `헤링턴 플레이스` ▲대방건설 `대방노블랜드`) 등에서 밀리는 대방건설의 사업 제안 조건이 효성건설PU의 조건보다 특별히 나은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힘을 얻었다.
실제로 당시 사업 제안 조건을 비교해 보면 3.3㎡당 공사비는 효성건설PU가 385만원, 대방건설이 385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이주비도 효성건설PU가 2억5000만원을 제안한 데 비해 대방건설은 1억5000만원에 그쳤다. 이사비용의 경우에도 효성건설PU는 500만원을 제시한 반면 대방건설은 한 푼도 제시하지 않았다. 공사 기간마저 효성건설PU(30개월)가 대방건설(37개월)보다 7개월 짧았다.
이에 대해 양측은 한목소리로 담합 의혹을 부인했다. 효성 본사 홍보팀 방모 차장은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태릉현대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에 따른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참여했고,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경쟁으로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됐다"고 반박했다. 대방건설 개발2팀 관계자 역시 "당사는 내부적으로 (담합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데 그 같은 의혹이 제기돼 당황스럽다"며 "대방건설은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위해 경쟁력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내부 방침ㆍ판단에 따라 사업에 참여한 것이지 타 건설사와 타협해서 한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대방노블랜드`의 브랜드 파워를 제고시키면서 조합원들에게 점진적으로 어필ㆍ접근하는 방향으로 정비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못난` 아우(진흥기업)야, 형(효성건설PU)만 믿어라"
올해 20곳 중 6곳 `동행`… 수주 2곳 모두 공동 시공
부채비율 1825%, 2009년부터 누적 순손실 7400억원
업계 "단독 수주? 워크아웃 졸업도 버겁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효성건설PU의 `진흥기업 꽂아 넣기`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효성건설PU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진흥기업 `더루벤스`, `마제스타워`)나 재무구조 등에서 밀려 자체 수주 능력이 떨어지는 진흥기업을 자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일감을 주고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올 들어 효성건설PU가 관심을 보였던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은 ▲거제 장평주공1단지(재건축) ▲구미 원평1구역(재개발) ▲광명 철산주공7단지(재건축) ▲부산 광안1구역(재건축) ▲부산 반여1-1구역(재개발) ▲서울 노량진6구역(재개발) ▲서울 면목1구역(재건축) ▲서울 목1구역(재건축) ▲서울 방배3구역(재건축) ▲서울 방배5구역(재건축) ▲서울 사당2구역(재건축) ▲서울 삼호가든4차(재건축) ▲서울 이문3구역(재개발) ▲서울 인덕마을(재건축) ▲서울 천호2구역(재건축) ▲서울 태릉현대(재건축) ▲성남 중1구역(재개발) ▲안산 군자주공5단지(재건축ㆍ이상 가나다순) 등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효성건설PU와 진흥기업이 함께 관심을 나타낸 곳은 철산주공7단지와 노량진6구역, 인덕마을과 중1구역 등 4곳이다. 여기에 지난 8월 효성건설PU와 진흥기업이 5:5 비율로 수주한 서울 은평구 신사동 19-190 재건축사업까지 더하면 20곳 중 6곳(30.0%)에 달하며, 이 중 2곳의 시공권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효성 본사 홍보팀 방모 차장은 "신사동19-190 재건축사업의 경우 수의계약에 의한 단독 입찰로, 효성건설PU와 진흥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조합원 총회에서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울산 B-05구역 재개발사업은 특수목적법인(SPC)인 `U-센트럴시티`가 지난 9월 27일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됐고, 효성건설PU와 진흥기업 등은 참여 예정 시공사이며, 이는 U-센트럴시티의 사업 참여 제안서에 명기돼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효성건설PU의 도움 없이 진흥기업이 단독으로 재개발ㆍ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진흥기업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중인 데다 그룹 차원에서도 이미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효성이 지난 8월 공개한 `2014년도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진흥기업은 효성의 계열사 114곳 중 4곳에 불과한 상장사 중 하나로, 사실상 `얼굴` 격인 회사다. 지난 6월 30일 기준 효성이 보유한 지분만 약 47%. 하지만 진흥기업의 부채비율(부채/자본, 진흥기업 `2014년도 반기 보고서` 기준)은 1800%가 넘는다(1824.6%). 작년 12월 말(1287.9%) 대비 500%포인트 이상 급증한 숫자다. 작년 기준 상장 계열사 6곳의 평균 부채비율이 150%를 넘어 30대 그룹 평균보다 높다고 평가받았던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이 483.1%였던 점에 비춰 볼 때 진흥기업이 신규 수주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효성이 출자한 68개 법인에 대한 전체 평가 손실(47억1200만원) 가운데 진흥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84.6%(39억8800만원)에 달한다. 2009년부터 5년간 누적 순손실도 7000억원(▲2009년 약 1615억원 ▲2010년 약 2006억원 ▲2011년 약 2138억원 ▲2012년 약 857억원 ▲2013년 약 724억원)이 훌쩍 넘는다. 올해에도 상반기까지 약 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용등급도 2013년 6월 기준 `BB`등급(나이스신용평가)으로, 전체 18개 등급 중 12위에 그쳤다. 11번째 등급인 `BB+` 이하는 투자부적격(투기)등급으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특성상 브랜드 파워가 약한 진흥기업이 대도시에서 단독으로 수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며 "게다가 워크아웃 중이라 신규 수주 여력도 없기 때문에 효성건설PU와 공동으로 수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워크아웃 `졸업`에 여념이 없는 진흥기업이 자력으로 단독 수주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령 나서더라도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효성이 건설사업 시너지효과를 위해 인수한 진흥기업이 외려 주력인 효성건설PU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인데, 효성을 `100년, 200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고자 하는 조석래 그룹 회장의 꿈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조세 포탈,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 추문이 끊이질 않고 있는 효성그룹(회장 조석래)에 악재 하나가 추가되는 모양새다. 이번엔 입찰 비리다. 효성그룹의 건설 3사(▲효성건설PU ▲진흥기업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가 이른바 `들러리 수주`에 가담했다가 적발됐거나 이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이에 이들 3사가 조석래 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기업 만들기`를 망치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도전자 되겠다"더니 뒤에선… 들러리 수주 의혹 `솔솔`
`막내`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담합으로 관급 공사 제한
`맏형` 효성건설PU, `동생` 진흥기업 챙기며 `무혈입성`?
입찰 담합은 건설업계 고질적 병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핵심 기치가 `공정사회` 구현이란 점에서 이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효성그룹의 주요 경영 방침이 `고객 만족을 통한 신뢰받는 기업의 완성`이란 점에서 이 같은 행태는 이를 좀먹는 `해사(害社)` 행위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ㆍ이하 공정위)는 경기 의정부시 음식물 폐기물 공공처리시설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대표이사 임남재)과 서희건설(회장 이봉관)에게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8400만원(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8100만원, 서희건설 2억3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이 2009년 5월 발주한 해당 공사 입찰에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이 낙찰할 수 있도록 서희건설이 들러리를 선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낙찰자에 더 많은 과징금이 부과돼야 하나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이 `자본잠식(누적적자가 많아져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상태)`에 빠지는 등 재무 상태가 열악한 점이 반영돼 감액됐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번 담합 적발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 참가에 제한을 받게 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은 2009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김포한강신도시 폐기물 소각시설 공사 입찰에서 담합해 공정위로부터 3억8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제1항제7호 등에 따르면 경쟁 입찰, 계약 체결 또는 이행 과정에서 담합한 자는 공공 발주 입찰에 1~24개월 범위에서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의 입찰 담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작년 11월, 경기 연천군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건설공사 입찰에서 벽산엔지니어링(대표이사 함영승)을 들러리로 내세워 낙찰한 게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6억7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비슷한 위법행위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당사자인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은 물론이고 모기업으로서 이를 관리해야 할 효성(그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효성이 2008년 3월 인수한 진흥기업(대표이사 차천수)도 사정은 비슷하다. 진흥기업은 작년 10월, LH가 발주한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등 8개 지구의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담합해 공공 공사 입찰 제한 조치를 당했다. 지난 4월에는 인천시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입찰에 들러리로 가담한 진흥기업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해당 공사에서 낙찰자인 코오롱글로벌(대표이사 윤창운) 등 15개 건설사에 대해선 같은 달 조달청(청장 김상규)이 `부정당업자`로 낙인찍고 공공 공사 입찰 제한 조치를 취했다.
비교적 입찰 담합과 거리가 멀다고 평가받던 `맏형` 효성건설PU(대표이사 송형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재개발ㆍ재건축에서 들러리를 세워 시공권을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효성건설PU는 지난 9월 울산 중구 B-05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진흥기업, 동부토건 등과 함께 수주했다. 그러자 업계 한편에선 사실상 주간사나 다름없는 효성건설PU가 `동생(진흥기업)을 챙기며 무혈입성(無血入城ㆍ피 흘려 싸우지 않고 성에 들어감) 했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이 같은 풍문은 효성건설PU가 앞서 수주한 재건축 현장에서 들러리 수주 의혹을 강하게 받은 데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효성건설PU는 지난 6월 서울 노원구 태릉현대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경쟁사는 대방건설(대표이사 구찬우)로, 업계 한쪽에선 효성건설PU가 대방건설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시공능력평가순위(▲효성건설PU 47위 ▲대방건설 58위ㆍ2013년 기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효성건설PU `헤링턴 플레이스` ▲대방건설 `대방노블랜드`) 등에서 밀리는 대방건설의 사업 제안 조건이 효성건설PU의 조건보다 특별히 나은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힘을 얻었다.
실제로 당시 사업 제안 조건을 비교해 보면 3.3㎡당 공사비는 효성건설PU가 385만원, 대방건설이 385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이주비도 효성건설PU가 2억5000만원을 제안한 데 비해 대방건설은 1억5000만원에 그쳤다. 이사비용의 경우에도 효성건설PU는 500만원을 제시한 반면 대방건설은 한 푼도 제시하지 않았다. 공사 기간마저 효성건설PU(30개월)가 대방건설(37개월)보다 7개월 짧았다.
이에 대해 양측은 한목소리로 담합 의혹을 부인했다. 효성 본사 홍보팀 방모 차장은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태릉현대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에 따른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참여했고,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경쟁으로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됐다"고 반박했다. 대방건설 개발2팀 관계자 역시 "당사는 내부적으로 (담합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데 그 같은 의혹이 제기돼 당황스럽다"며 "대방건설은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위해 경쟁력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내부 방침ㆍ판단에 따라 사업에 참여한 것이지 타 건설사와 타협해서 한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대방노블랜드`의 브랜드 파워를 제고시키면서 조합원들에게 점진적으로 어필ㆍ접근하는 방향으로 정비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못난` 아우(진흥기업)야, 형(효성건설PU)만 믿어라"
올해 20곳 중 6곳 `동행`… 수주 2곳 모두 공동 시공
부채비율 1825%, 2009년부터 누적 순손실 7400억원
업계 "단독 수주? 워크아웃 졸업도 버겁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효성건설PU의 `진흥기업 꽂아 넣기`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효성건설PU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진흥기업 `더루벤스`, `마제스타워`)나 재무구조 등에서 밀려 자체 수주 능력이 떨어지는 진흥기업을 자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일감을 주고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올 들어 효성건설PU가 관심을 보였던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은 ▲거제 장평주공1단지(재건축) ▲구미 원평1구역(재개발) ▲광명 철산주공7단지(재건축) ▲부산 광안1구역(재건축) ▲부산 반여1-1구역(재개발) ▲서울 노량진6구역(재개발) ▲서울 면목1구역(재건축) ▲서울 목1구역(재건축) ▲서울 방배3구역(재건축) ▲서울 방배5구역(재건축) ▲서울 사당2구역(재건축) ▲서울 삼호가든4차(재건축) ▲서울 이문3구역(재개발) ▲서울 인덕마을(재건축) ▲서울 천호2구역(재건축) ▲서울 태릉현대(재건축) ▲성남 중1구역(재개발) ▲안산 군자주공5단지(재건축ㆍ이상 가나다순) 등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효성건설PU와 진흥기업이 함께 관심을 나타낸 곳은 철산주공7단지와 노량진6구역, 인덕마을과 중1구역 등 4곳이다. 여기에 지난 8월 효성건설PU와 진흥기업이 5:5 비율로 수주한 서울 은평구 신사동 19-190 재건축사업까지 더하면 20곳 중 6곳(30.0%)에 달하며, 이 중 2곳의 시공권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효성 본사 홍보팀 방모 차장은 "신사동19-190 재건축사업의 경우 수의계약에 의한 단독 입찰로, 효성건설PU와 진흥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조합원 총회에서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울산 B-05구역 재개발사업은 특수목적법인(SPC)인 `U-센트럴시티`가 지난 9월 27일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됐고, 효성건설PU와 진흥기업 등은 참여 예정 시공사이며, 이는 U-센트럴시티의 사업 참여 제안서에 명기돼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효성건설PU의 도움 없이 진흥기업이 단독으로 재개발ㆍ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진흥기업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중인 데다 그룹 차원에서도 이미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효성이 지난 8월 공개한 `2014년도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진흥기업은 효성의 계열사 114곳 중 4곳에 불과한 상장사 중 하나로, 사실상 `얼굴` 격인 회사다. 지난 6월 30일 기준 효성이 보유한 지분만 약 47%. 하지만 진흥기업의 부채비율(부채/자본, 진흥기업 `2014년도 반기 보고서` 기준)은 1800%가 넘는다(1824.6%). 작년 12월 말(1287.9%) 대비 500%포인트 이상 급증한 숫자다. 작년 기준 상장 계열사 6곳의 평균 부채비율이 150%를 넘어 30대 그룹 평균보다 높다고 평가받았던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이 483.1%였던 점에 비춰 볼 때 진흥기업이 신규 수주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효성이 출자한 68개 법인에 대한 전체 평가 손실(47억1200만원) 가운데 진흥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84.6%(39억8800만원)에 달한다. 2009년부터 5년간 누적 순손실도 7000억원(▲2009년 약 1615억원 ▲2010년 약 2006억원 ▲2011년 약 2138억원 ▲2012년 약 857억원 ▲2013년 약 724억원)이 훌쩍 넘는다. 올해에도 상반기까지 약 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용등급도 2013년 6월 기준 `BB`등급(나이스신용평가)으로, 전체 18개 등급 중 12위에 그쳤다. 11번째 등급인 `BB+` 이하는 투자부적격(투기)등급으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특성상 브랜드 파워가 약한 진흥기업이 대도시에서 단독으로 수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며 "게다가 워크아웃 중이라 신규 수주 여력도 없기 때문에 효성건설PU와 공동으로 수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워크아웃 `졸업`에 여념이 없는 진흥기업이 자력으로 단독 수주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령 나서더라도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효성이 건설사업 시너지효과를 위해 인수한 진흥기업이 외려 주력인 효성건설PU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인데, 효성을 `100년, 200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고자 하는 조석래 그룹 회장의 꿈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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