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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가짜뉴스 근절’ 외친 방통위원장 자진사퇴… 의문 속으로 달리는 ‘언론 정상화 기차’
repoter : 정윤섭 기자 ( jys3576@naver.com ) 등록일 : 2023-12-01 18:05:04 · 공유일 : 2023-12-01 20:02:16


[아유경제=정윤섭 기자] `가짜뉴스 근절`을 외쳤지만, 그가 말하는 `언론 정상화`란 어떤 것을 말하는 건지 의문을 자아낸다.

이달 1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탄핵 표결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한 데 이어 윤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 면직(안)을 재가하면서 이 위원장의 사퇴가 공식화됐다.

이어 이 전 위원장은 당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에서였다"라고 사퇴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28일 취임 이후 3개월 만에 사퇴. 후보자 시절부터 여러 의혹과 해명 속 임명이 강행됐지만 `언론장악`이라는 비판적인 관점은 지속 제기돼왔다.

의혹 사례로 이명박 정부 시기 홍보수석을 맡았던 이 전 위원장은 YTN 등 보도전문 채널의 보도를 모니터링해 매일 보고했고 정부를 향한 비판적인 기사를 고치도록 조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이동관 위원장은 "이런 정도의 협조 요청은 기본 직무"라며 "적절하게 우호적 보도가 나오도록 노력하는 것은 홍보라인에 있는 사람으로서 기본 책무이자 직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게 우호적 언론인을 선별해 `대통령의 격려 대상 언론인`으로 보고하는 문건이 나오자 이 전 위원장은 "대통령께 격려 전화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현장에서 몇 번 바꿔드린 적이 있다"라고 답하며 논란은 증폭됐다.

그러던 2017년 이명박 정부 시기에 국가정보원을 통해 MBC 등 정부를 향한 비판 방송사에 대해 장악에 나선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지검장이 있던 수사팀 내부 보고서에는 언론장악 배후로 이동관 홍보수석비서관을 명시적으로 지목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상 언론장악을 주도한 것으로 본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명박 정권 시절에 행했던 언론 탄압, 언론장악 등 여러 정황과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에 대한 성찰과 해명,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먼저"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동관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계류 중인 국회 추천 방송위원 3명을 임명하면 탄핵 소추 중이라도 업무는 지속할 수 있지 않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게 야당의 논리"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그는 "방통위를 3대2로 구성한 것은 숙의와 협의를 하라는 뜻도 되지만 그래도 뭔가 여당이 상황과 결정을 주도한다는 정신 때문이다"라며 "말 그대로 국회 추천 3명을 받을 경우, 본인이 빠진 상태에서 2대2 대치 상황으로 꽉 막힌 상황이 된다. 그럼 식물 방통위가 되는 건 똑같다. 잘못하면 시끄럽기만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럼 협의를 통해 합의를 볼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어디 기자냐, 질문권을 다 가져서 되겠냐"라고 핀잔을 줬지만 이후 그는 답변 1개만 더 받은 채 급히 자리를 떠났다.

가짜뉴스를 바라보는 시선과 입장은 각기 다르다. 누구나 진위를 쉽게 판별할 수 있는 거짓된 정보도 물론 있지만 요즘 일컬어지는 가짜뉴스의 상당수는 진영 논리에 따르는 `내게 불리한 뉴스` `내 입맛에 안 맞는 정보`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가짜뉴스는 잘못된 것이며 없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릴 수 없는 정보까지 손쉽게 가짜뉴스로 치부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가짜뉴스의 해악과 별개로 이처럼 가짜뉴스 프레임을 악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큰 문제다.

`언론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가짜뉴스 근절하자고 외쳐왔던 이동관 전 위원장. 방송위원장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받는 자리이지만 취임 후 여당과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11월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선 "여당 지도부"를 가리켜 "저희 지도부"라고 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사퇴하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사임하는 이유는 거대 야당의 압력 때문이 아니며, 야당이 말하는 `정치적 꼼수`는 더욱 아니다"라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라고 언급한 것을 미뤄볼 때 여당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힘들어 보인다.

그는 지난달(11월) 27일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자진사퇴 가능성에 대해 "인사권자의 뜻을 함부로 예단할 순 없지만, 설사 백번 양보해서 제가 그만두더라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온다.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갈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와야 할 사람은 `제2, 제3`의 인물이 아니라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상황에 맞게 새 정책을 내세울 수 있는 `제1`의 인물이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 전 위원장이 말하는 `가짜뉴스`란 그저 `내게 불리한 뉴스`, `내 입맛에 안 맞는 정보`를 뜻하는 건 아닌지에 늘 의심할 필요성이 있다. 제아무리 정확한 정보라고 할지언정 깊은 성찰과 자기 객관화가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짜뉴스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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