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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서울 지하철 4호선 ‘의자 없는 지하철’ 시범 운행… 실속 있는 대책인가
repoter : 송예은 기자 ( yeeunsong1@gmail.com ) 등록일 : 2024-01-12 18:42:43 · 공유일 : 2024-01-12 20:02:00


[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의자 없는 지하철` 운행은 `지옥철`의 탈출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제2의 설국열차가 될 것인가.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는 이달 1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1개 열차 1개 칸에 의자를 제거해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객실 의자를 없애 혼잡도를 개선하고 탑승 공간을 확보해 승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이날부터 공사는 출ㆍ퇴근 시간대 혼잡도 완화를 위해 4호선 전동차 1량의 의자를 제거한 뒤 운행했다. 4호선 열차 1량 최고 혼잡도는 193.4%(지난해 3분기 기준)로 지하철 1~8호선 중 가장 높은 편이다. 공사는 이 중에서도 특히 혼잡도가 높고 객실 의자 아래 중요 구성품이 적은 3호차(4번째 칸 또는 7번째 칸)를 의자 제거 대상 칸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수 언론에 따르면 차량은 좌석이 사라진 채 입식 등받이 의자와 함께 지지대 및 손잡이가 추가 설치된 모습이었다. 단 객실 양쪽 끝 노약자석과 임산부 배려석은 남아 있었다.

일부 승객들은 미처 시범운행 소식을 접하지 못한 듯 들어가다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은 차량 문에 부착된 안내문을 확인한 뒤 차량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당고개역에 출발한 해당 열차는 몇 정거장 이동하지 않아 금세 시민들로 꽉 차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승객들은 추가로 설치된 손잡이를 잡고 중심을 유지했지만, 정중앙에 선 경우에는 여전히 잡을 만한 곳이 없어 비틀거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SNS에서 한 네티즌은 "일반 칸 혼잡도가 훨씬 증가했다"고 꼬집으며 "정말 별로인 아이디어"라고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1시간 넘게 서서 가는 사람들은 의자 없으면 후유증으로 며칠을 고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나마 의자가 있으니까 덜 밀고 들어오는 거지 이렇게 되면 압사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라는 댓글이 수십 개의 추천을 받았다.

승객 중 일부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한 승객은 언론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가운데 통로만 이용한다는 승객들의 합의가 있었는데 이제 다 입석이다 보니 이동할 때 동선이 뒤죽박죽 섞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며 "한 사람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도미노처럼 우르르 넘어지는 것이 아니냐"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이날 좌석 없는 칸에 탑승했던 이들 중 몇몇은 다음 정차역에서 빠르게 내려 좌석이 있는 옆 칸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해졌다.

반면 시범운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평소 9호선을 주로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출퇴근길 혼잡도가 높은 다른 노선에도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도 좌석 한 줄을 제외하고는 칸에 사람들이 꽉 찬 상태로 서서 가는데 별반 차이가 있을까. 사고가 나더라도 위험한 건 똑같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이번 시범 운행 기간은 아직 미정이다. 공사는 객실 의자 제거를 통해 4호선 열차 1칸 최고 혼잡도가 최대 40%까지 개선되고, 칸당 12.6㎡의 탑승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범사업에서 실제로 이 같은 혼잡도 개선 효과가 검증되면 공사는 확대 시행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은 지난해 10월 1400원으로 150원 오른 바 있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오른 것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8년 1개월 만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지하철 기본요금이 1550원으로 더 오를 예정이다. 서울시는 당초 지하철 기본요금을 300원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서민 물가 상승 부담을 이유로 일단 150원을 올리고 나머지 150원은 추후 올리기로 했다. 지하철에 앞서 지난 8월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카드 기준 1500원으로 300원 인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요금이 올랐음에도 오히려 시민의 불편이 증가해 `의자 없는 지하철`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한 의자 없는 객실을 피해 일반 객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증가해 오히려 일반 객실의 혼잡도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급정거 시 오히려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배차를 늘리는 등의 다른 방안이 있음에도 의자를 제거하는 건 1차원적인 방법이다. 칸의 혼잡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요금을 인상한 만큼 시민의 편의도 함께 증진할 수 있는 방향도 고려돼야 한다. 각 객실 별 운행 가능한 인원을 설정해서 안전 관리 인원을 더 배치하거나, 입석 통로는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도 없이 막무가내식 행정은 그저 보여주기식 정책으로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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