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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의료진 음주 수술 금지’ 추진에 의사협회는 ‘반발’… 의료계는 반박만 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상황개선에 힘써야
repoter : 정윤섭 기자 ( jys3576@naver.com ) 등록일 : 2024-01-19 18:18:37 · 공유일 : 2024-01-22 13:01:47


[아유경제=정윤섭 기자] 정부가 의사의 `취중 진료` 금지 규정 신설 및 처벌 강화 검토에 나선 가운데 의사협회는 인력 부족에 따른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발하며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취중 진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받는 것을 고려하면 의사협회의 반발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의사의 음주 진료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자격 정지 기간을 늘리도록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복지부는 의사의 진료 행위에 대한 사법처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의료법」과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음주 진료 관련 내용을 함께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음주 진료 금지 논의는 최근 경찰이 음주 후 환자를 수술한 의사를 입건하는 데 실패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행법상 음주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는데 실제로 이달 12일 서울 한 종합병원 20대 의사 A씨는 취중 상태로 환자를 수술하던 중 강동경찰서에 적발됐으나 입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제66조에서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규정돼 있지만 `음주 진료`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금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음주 진료가 적발되더라도 통상 1개월 이내 자격 정지 처분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런 처벌마저 흔치 않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취중 상태로 의료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러한 복지부의 움직임에 즉각 반발했다. 근무시간이 아닌 의사가 응급 상황 속 의료 인력 부족 등 이유로 급히 지원 나온 경우 같은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한 의료계 관계자는 "법적제재보단 자정작용에 먼저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몇몇 특수한 처치와 바이탈을 다루는 필수의료진의 경우 대학병원이라 해도 분야별로 1~2명밖에 없다"라며 "이들이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하는데 퇴근 후 술 한잔 마신 상태에서 진료했다고 처벌하면 처벌받지 않기 위해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근무 상태가 아닌 의사도 의료 현장에 투입돼야 하는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지방이나 도서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도 이미 퇴근했거나 당번이 아닌 의사가 병원의 급한 연락을 받고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어 의료계는 이런 상황에서 음주 진료를 금지할 경우 현실적으로 대대적인 인력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사 수가 부족한 지방병원은 교수 2~3명이 교대로 밤샘 당직근무를 서는 날이 비일비재한 현 상황에서 음주 진료 금지는 지방 의료계와 필수의료를 피하는 현상을 유발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음주진료금지법`이 도입되더라도 현실적인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 의료법 전문가는 "이미 일정 수준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는 법이 시행됐다"라며 "「의료법」이 엄격히 강화되며 의료계 불만이 상당한 만큼 추가 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규제에 대해 각각 분야에 따른 반발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음주 진료 금지` 규제에 대한 사유는 해당 진료 및 치료를 받는 환자를 고려해 볼 때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보인다. 만약 본인이 진료ㆍ치료ㆍ수술 행위를 받는 환자라면 술 냄새나는 의사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고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의료계 논리대로라면 운전업에 종사하는 운전기사의 `반주(飯酒)운전`도 허용해야 줘야 하지 않느냐는 반박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주 수술`과 `음주운전`이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반발만 하기보다는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상황 개선에 힘써야 할 때이며 지금도 환자를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히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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