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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수필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등록일 : 2014-04-24 20:57:44 · 공유일 : 2014-05-03 00:34:15


실험수필 
윤재천 엮음 / 문학관books 刊

  수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실험수필에 대한 글에 독일 철학자며 전통적인 서구의 종교와 도덕의 근본정신, 그 동기를 밝히려고 노력한 니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작가란 어떤 존재인가를 살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19세기를 살았던 독일 철학자로 “신은 죽었다”는 충격적인 말을 세상에 남긴다. 니체는 일방적 힘의 정치를 강력히 부정했지만, 한편으로는 절대 권력의 부재로 인한 세상의 혼란도 우려했다.
  이런 정신적 이중성을 보였던 것은 성장기에 루터의 경건주의와 맹신주의의 폐해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니체의 삶을 3기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제1기는 1844년 프로이센에서 출생한 니체는 조부가 프로테스탄트교를 옹호하는 저술가이고, 외조부도 그 계통의 목사였다. 종교적인 가정 분위기로 인해 그의 성장기는 현실에 순종함을 인간의 최고 덕(德)으로 여겼던 때로 한정할 수 있다.
  아버지는 니체가 6살 때 세상을 떠나 조모와 어머니, 누나 사이에서 성장히여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과, 다른 정신세계의 존재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제2기는 관념론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형이상학을 주장한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접하게 되고, 오페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를 만나면서, 바그너가 자기 음악에 그리스도교적 모티브를 많이 이용하고 국수주의와 반유대주의에 빠져 있음을 감지하고 자기세계의 변화를 맞게 된다.
  이때의 심적 동요는 첫 번째 저서인 『비극의 탄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니체는 그리스의 모든 비극이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결합에서 나왔으며, 소크라테스의 합리주의와 낙관주의가 그리스의 비극을 죽였다고 주장하곤 했다.
  이때부터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던 세계가 무너짐에 따른 심적 충격에 건강까지 나빠져 그동안 해오던 강의도 일체 거부하고,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접촉하지 않는 칩거생활에 들어간다.
  이때를 제3기로 규정할 수 있다.
  1878년에 출간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것과 그때까지 지향해 왔던 기존에 대한 저항의지가 서려있는 『선악의 피안』, 『바그너의 타락』, 『우상의 황혼』 등을 발표하고 1889년 1월 이탈리아 토리노 길거리에서 쓰러진 뒤 일체의 능력과 의지를상실하고 1900년 영면한다.
  필자의 니체에 대한 언급은 종교적 문제에 주목해서가 아니라 작가정신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에 앵글을 맞추어 살핀 결과인 만큼 곡해가 없어야 한다.
  작가는 작품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제시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롭기 위한 자기탁마를 계속하지 않으면 생존활동을 중지한 무용지물과 같다.
  이런 점에서 니체는 당대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직·간접적으로 신학자나 심리학자를 비롯하여 인문학이나 문학예술가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귀감의 대상으로 추앙받고 있다. ‘계몽주의’라는 세속주의의 승리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깊이 반성하도록 깨우침을 준 철학자로 보기 때문이다.
  ‘니체’의 일생을 반추하며 절감하는 것은 모든 일엔 하나의 정답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관념에 포획되어 입수한 통념의 벽에 감금된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기 길을 제대로 가는 경우가 되는 때도 있지만, 그 정지상황이 정상적 흐름을 멈추게 하는 웅덩이가 되어 썩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일반의 경우와는 달리 누가 어떻다고 해서 그 무리 속에 끼어 들여 헤매기보다 자기만의 길을 찾아 독특한 브랜드의 세계를 구축해야만 비로소 영주의 지위를 확보하여 영지를 다스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임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하수인에 불과하다.
  작가에게 있어 중요한 요건은 ‘초월' - 정형화된 틀의 굴레에서 벗어나 쇄신을 꾀해야 한다. 니체가 사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그가 확보된 결실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도전해 보다 진실한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은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때 비로소 모순의 실체가 보이고 파괴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수필가는 먼저 경험한 바를 그대로 기록하는 글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상문 정도에 그치고 만다. 사실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갖가지 정체가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값진 세계는 누구에 의해서도 발견된 곳이 아닌 착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영토를 확보하는 것이다.
  수필의 새로운 가능성은 여기서 찾아야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정서가 다르고 오감에서 우러난 향취 또한 다르므로 독특한 맛을 내야하고 이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가지고 억지 감동을 강요하는 것은 썩은 물의 악취를 억지로 신선한 향기로 알라고 강요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작가에겐 무엇보다 진실에 도전하는 용기와 이를 발전시켜나가는 적극적 추진의지가 필요하다.
  니체와 그 외 유명한 예술가, 철학자가 자신이 살던 시대에 순응하지 않아 보편적인 호응을 못 받았지만, 후대에 그 이름들은 예술과 철학의 흐름을 바꾸었다. 저항의 흐름 없이 새로운 물결은 생성되지 않는다.
  『실험수필』의 첫 발간이 기존 수필만을 옹호하는 수필가의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 수필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초석이 될 것을 기대한다.

윤재천, 책머리글 <실험수필의 시도>


        - 차    례 -

권남희_터치 터치 움직임 없는 움직씨들 / 피에르바야르의 예상표절 기법 /
             분석적 퀴비즘의 글쓰기
권현옥_까불어라 끼불어라 / 넙치와 함께 지하철을 / 실패 를 위한 수술
김귀선_두드러기 / 통증 / 비닐속의 남자
김미자_겨울밤 / 한여름밤
김신옥_비밀있어요 / 항아리
김상미_No, Thank You / 나+口의 관계 / 수필우산 펼치기 
김선화_겨울심장 / 개짖는 밤
김용옥_몸짓을 읽다 / 봉숭아 꽃물 드네 / 에코(Eco) 따라
김익회_고목(古木)의 사계 / 100세 시대를 대비한 하프 타임 (half-time)
김정화_여 / ‘님’따라기
김종완_거기에도 비는 내리는가 / 유행가 따라하기
김희자_그 남자 이야기 / 꽃단추
남홍숙_사이 / 비비비 II / 프리드리히 니체, 정신의 변화
노정숙_다비 / 눈물표지판 / 그 사람
류창희_생색내다 / 여자 & 남자 / 아침 꽃 저녁에 줍다
마광수_내 문학적 상상의 동행자 ‘긴 손톱’ / 산 속에서의 스트리킹의 추억 / 적당한 퇴폐가 필요하다
맹난자_수, 이미지의 변주 / 한래서왕 /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박양근_인사동 정분 / 회왕산 억새 / 비•비(悲•秘)
신길우_그까짓 것 / 개구리와두꺼비 / 하지만 단상
심선경_내 안의 빈집 / 칼과 도마 / 폭포 유리처럼 부서지다
엄현옥_예습일기 / 인생 레시피 / 발톱을 보내며
오차숙_음음음음 음음음 / 밧줄 위에서 추는 춤 / 나의 삶 나의 문학
윤남석_그니에게 시답잖은 안부일랑 묻지 마라, 봄엔 /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윤재천_수필 아포리즘
이관희_이명(耳鳴) / 고속도로(free way) / 가래침과 토사물에 관한 서글픈 변명
이명지_하늬바람
이미영_귀, 귀, 귀
이은희_로꾸거 로꾸거 / 생각이 돌다
이자야_꿈 같은 날 / 임신한 남편
정여송_千字文 / 세상 나누기 / 금삼백만원
정진권_마나님 모시고 사는 이야기 / 불볕과 소나기 / 수필과 생활에 관하여
조영숙_시행 착오
조재은_C가 떠나던 날 / 에세이 모노드라마 / '혈의 누’ 이야기
조정은_그날 비가 내렸다 / 오지 않는 내일
조후미_후미 진 자리 / 휴(休)
주인석_통싯돌 / 도독동굴 / 붕자골 
최미아_수주 아내의 항변 / 자음 여행
최순희_시간의 방향 / 피크닉
최이안_각트의 가벼움 / 이상, 이상아 / 장난 아닌 낙서
하길남_낙서 / 동포
하정아_자기소개서 / 탄생 / 천평선 운평선
한경화_& • & • & / 나도 180가 되고 싶어
한상렬_깨어 있기 / 보이는 여자 & 보여주는 여자 / 신화를 꿈꾸다
허창옥_밥 먹는 여인 / 섣달 그듬밤 / 울할매
홍억선_등고절에 / 화령별곡

[2014.03.30 초판발행. 504쪽. 정가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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