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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AU인사이트] 말 많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현 상황은?
repoter : AU인사이트팀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25-02-10 15:37:45 · 공유일 : 2025-02-10 20:01:49


[아유경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위치한, 이른바 `대왕고래`로 명명된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 구조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시추를 마친 결과, 이곳은 더 파볼 필요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산업부는 "경제성 있는 가스 포화도는 아니었으나, 다른 유망 구조에서는 석유ㆍ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오늘 아유경제 인사이트팀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현 상황, 향후 전망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란?

포항 영일만 석유ㆍ가스 개발사업은 포항 앞바다 수심 2km에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ㆍ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이 중 `대왕고래`는 7개 유망구조(석유ㆍ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곳) 중 매장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돼 가장 먼저 시추가 이뤄진 곳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란 영일만 석유ㆍ가스 개발사업 중 일부다. 앞서 2024년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에서 열고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석유ㆍ가스 개발사업, 기대 효과는?

윤 대통령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의뢰한 결과,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전문가 검증도 마쳤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024년 6월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동해 석유와 가스 매장의 가치가 2262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대하는 매장 추정치는 가스 75%, 석유 25%다. 이는 우리나라가 각각 29년, 4년 가까이 쓸 수 있는 양이다.

정부, 1차 시추 후 결과 발표… "경제성 떨어져"

하지만 이달 6일 정부는 대왕고래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번 대왕고래 구조 시추 작업에서 가스 징후를 일부 잠정적으로나마 확인했지만,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며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왕고래 구조의 탄화수소 가스 포화도가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탐사시추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왕고래 구조에 석유ㆍ가스가 생성되는 근원암, 이를 담는 저류층, 덮개암 등 `석유 시스템`이 양호하게 존재하는 것은 확인했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탄화수소가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스전 사업에선 경제성(실제 가치 있는 석유ㆍ가스가 있는지)을 평가받더라도 채산성(파내는 비용 대비 이익이 나는 정도)까지 확인돼야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왕고래 구조는 첫 경제성 평가 단계에서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 됐다.

동해 심해 유전 개발 진행 상황

▲2023년 12월 : 액트지오, `대왕고래` 등 7개 유망구조 도출 최종 보고서 제출

▲2024년 1월 : 석유공사, 동해 심해 탐사시추 추진안 의결

▲3월 : 석유공사, 시추 위치ㆍ시추선 계약 등 실무 준비 계획 수립

▲6월 : 윤석열 대통령, 국정 브리핑 1호로 대왕고래 프로젝트 발표

▲11월 : 석유공사, 산업부에 대왕고래 탐사시추 승인 요청

▲12월 : 대왕고래 탐사시추 시작. 액트지오, `마귀상어` 등 14개 유망구조 도출 추가 보고서 제출

▲2025년 2월 : 대왕고래 1차 탐사시추 종료

첫 시추인데… 비판받은 이유

산업부가 1차 탐사시추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겨우 첫 삽을 떴을 뿐인데, 왜 이렇게 주장할까? 그 이유를 정리해봤다.

①액트지오의 신뢰성 : 해당 유전을 검증했다는 미국 회사의 신뢰성을 논하기에 회사 규모가 상당히 작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있 이 회사는 설립자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의 1인 기업으로 회사 사무실이 미국 텍사스의 가정집으로 돼 있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용역을 맡기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또 액트지오의 등기상 본사 소재지로 되어 있는 건조물이 현재 빈집이며 지역 부동산 업체에 임차인을 찾는 상태라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아브레우 대표는 과거 엑슨모빌에 있을 때 현 시대 가장 큰 광구인 가이아나 광구 개발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라며 "액트지오의 인력은 적지만, 대표가 정평이 난 분이고, 심해 평가 이력이 많아, 석유공사 입찰 과정을 거친 뒤 선정됐다"고 밝혔다.

②"정무적 개입" : 산업부 고위 관계자가 대왕고래 탐사시추 실패 발표 과정에서 "정무적 개입"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석유 시추에 있어 경제성 등 객관적 평가보다 대통령실의 정치적 판단이 더욱 깊게 작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2024년 4ㆍ10총선 패배 이후 반전 카드가 필요했던 윤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가능성 보이는 까닭?

다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산업부는 다른 유망 구조에 석유ㆍ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전문가들 역시 '실패가 아닌 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동해 가스전이 상업성이 없다며 철수한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의 시나리오와는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것도 의미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①실패 아닌 과정 : 다수 전문가는 이번 시추를 두고 실패가 아닌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조용채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대부분 사업에서 첫 번째 탐사공에서 탐사 성공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이번에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석유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어 이번 시추 결과가 지금까지 석유공사가 취득해 놓은 자료들을 보정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질자원연구원 이현석 박사도 "실패, 성공을 말하기 전에 상당히 많은 기초 정보가 업데이트됐다"며 "이걸 다 포함해서 최근 발표된 `마귀상어` 등 다른 6개 유망구조 등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 작업을 하고 새로운 과정 테스트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②우드사이드 예측과 다른 결론 : 앞서 2022년 해당 지역에서의 유전 탐사를 진행한 우드사이드는 "나온 것은 물과 이산화탄소뿐이라(쓸모없는 퇴적층을 의미) 가망이 없다"며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시추해보니, 1차 시추 결과 석유 시스템이 존재했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없거나 미미한 정도라는 뜻이다. `우드사이드 시나리오`가 배제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 조 교수는 "이번 결과는 나머지 시추를 이어가야 한다는 근거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정부 "해외기업 유치해 탐사시추 이어갈 것"

정부는 이후로도 탐사시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3월부터 해외 석유개발 기업의 투자 유치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심해 개발에 필요한 자본력과 기술, 경험 등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절차가 본격 개시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투자 입찰공고는 늦어도 다음 달(3월) 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불확실한 국내 정치 상황은 변수다. 이번 발표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업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따른 조기 대선 시나리오도 조심스레 나오면서 프로젝트가 아예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과연 `고래의 꿈`처럼 나아갈 수 있을지, 물거품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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