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왜 시인이 되고자 하는가?
고선자를 처음 만나던 날의 질문이다. 소녀 시절부터 꿈이 시인이었다는 대답이었다. 그래 그런지 그녀의 시들은 삶의 여정을 노래한 내용이었다. 아름다운 시와 달리 농익은 사유로 표현된 작품들이었다. 겉모습만으론 가늠할 수 없듯 곱고 단아한 외모와는 달랐다. 생의 아픔과 시련을 구사한 시어들이 눈에 띄었다.
50년대 문학평론가이셨던 필자의 아버님 김 악 시인께선 시인은 자신이 사는 시대를 구가해야 하며 독특한 창의성으로 정형화된 시론의 틀을 벗어나야 시의 미래가 밝다고 하셨다. 유업을 잇고 시를 쓰는 필자도 진부한 틀을 벗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의 현주소는 늘 척박하기에 시인의 인성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고선자 시인은 필자에게 연초록 풀잎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 사람으로서 정직함을 갖추고 있었고 질서와 예의, 사회 정의에 대한 잣대와 신념의 밭이 골고루 일궈져 있었다. 누군가 시를 쓴다 해도 시인으로 등단하려면 절차부터 두렵고 보통 사람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데뷔하고 난 후부터는 현실을 감안하며 공부해야 하는 시련을 이겨내는 수련은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사안이라서 그렇다.
고선자 시인은 등단 후,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착한 성품과 집념이 강한 고 시인은 지성의 고지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고 시인의 새로운 꿈을 격려하며 필자의 화두 “참시인”을 머리말에 넣는다.
첫 시집을 상재한 후 더욱 겸손한 시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김경희(시인. 자연문학회 회장), 서문 <참시인이 되길 바라며>
실향민이셨던 아버지는 의지와 성품이 올곧으셔서 줄곧 가난하셨다. 그런 살림살이를 떠맡은 어머니는 아픈 다리로 행상을 다니셨다. 부모님을 온종일 기다리던 늦둥이 막내딸인 나는 항상 외로운 소녀였다. 학교에 간 두 언니를 기다리며 꽃과 나무, 곤충들과 이야길 하다가 지루해지면 기다리는 일이 즐겁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젊은 엄마 품에서 어리광부리던 또래 친구가 놀아주지 않아 홀로 사금파리로 소꿉놀이하며 친구이름 부르며 펼치던 상상의 나래가 학창 시절로 이어져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만들어 주었다. 허나 꿈을 펼쳐 볼 새도 없이 나는 충청도 양반댁 종갓집 맏며느리가 되어 벙어리 삼 년, 봉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의 고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종부로 아내와 어머니로 남편과 세 아이를 키우는 성실한 삶에서 얻어지는 행복감에 만족하려고 노력해도 왠지 가슴속 허기는 메워지질 않았다. 꿈에 그리던 시인의 길에 대한 간절함이 식지 않고 더 커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를 다잡기 위해 오십이 되면 제 2의 인생을 살겠노라 다짐했었다.
나하고의 약속을 위해 틈틈이 써 두었던 시들을 정리해 정식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오로지 시에 대한 열정과 열망으로 겁 없이 들어선 시인의 길은 두려웠지만 나는 비로소 존재의미를 찾았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한 후의 전율과 세상을 향해 시로 말을 대신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이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시인이 되고 보니 그리운 북녘 고향 땅을 밟지 못하시고 염원하시던 통일도 못 보신 채 세상을 뜨신 아버지가 더욱더 그리워진다. 그 통한이 전이되어 이산의 아픔과 통일, 층층시하의 종부살이로 얻은 삶의 시련과 부부간 애증이 내 시의 텃밭임을 깨달았다.
내 이름 석 자를 새겨 넣은 첫 시집을 상재하며 감격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겠다. 부족한 나의 시들이 초라할지라도 용기를 낸 커다란 이유는 오랜 꿈을 이루고 싶은 갈망과 그동안 착하게 열심히 잘 살았노라,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로 값진 선물임을 밝혀두련다. 앞으로 시인으로서 펜을 꼬옥 쥐고 수준 높은 작품에 도전하며 한발 한발 나아가련다.
지금까지 햇병아리 시인의 걸음마에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신 존경하는 문학의 멘토 자연(自然) 김경희 선생님과 인자하신 눈길로 격려해 주시는 문단의 대원로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씀으로 용기를 주신 귀한 지인 분들, 변함없는 다정한 친구들, 무조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기쁨을 전한다.
― 고선자, 자서 <수준 높은 작품에 도전하며>
- 차 례 -
서문 | 참시인이 되길 바라며 _ 김경희
자서 | 수준 높은 작품에 도전하며 _ 저자
절대고독
수박에게
외줄 타기
유월 숲에 안겨
빗속에 서서
가을 교향곡
다발 꽃 녹색 정원
상실시대
바다, 바다
향기 바람
추억 속으로
봉합
1월에 비가 내린다
몫
노을 속으로
사람의 마을
슬픈 날
공존
꽃물 들이던 날
틈새
멋진 날
단풍
화해의 손
영원한 기억
그녀
새가 되어
제적봉 전망대 위
십 년과의 이별
주말 부부
겨울꽃
응어리
태풍
사랑 예찬
닮은 꽃
함박눈
희나리
기억 상자
꽃 이야기
산실(産室)
불어라 바람아
씀바귀
실체
인생
부초의 꿈
새 달력을 걸며
소망
하얀 미소
하늘
물오름 달
꽃샘추위
중증
들녘을 걷는다
대물림
가슴앓이
내가 사는 섬
시선(視線)
침묵
꽃대궐
휴대폰 보름달
여름 나그네
겨울비
비상
늘어나는 환자들
중년
독거 공간
악몽
꽃상여
빈 들녘
그날 이후
유품
고질병
님에게
눈꽃
달개비
꽃 이야기
고선자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그대는 왜 시인이 되고자 하는가?
고선자를 처음 만나던 날의 질문이다. 소녀 시절부터 꿈이 시인이었다는 대답이었다. 그래 그런지 그녀의 시들은 삶의 여정을 노래한 내용이었다. 아름다운 시와 달리 농익은 사유로 표현된 작품들이었다. 겉모습만으론 가늠할 수 없듯 곱고 단아한 외모와는 달랐다. 생의 아픔과 시련을 구사한 시어들이 눈에 띄었다.
50년대 문학평론가이셨던 필자의 아버님 김 악 시인께선 시인은 자신이 사는 시대를 구가해야 하며 독특한 창의성으로 정형화된 시론의 틀을 벗어나야 시의 미래가 밝다고 하셨다. 유업을 잇고 시를 쓰는 필자도 진부한 틀을 벗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의 현주소는 늘 척박하기에 시인의 인성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고선자 시인은 필자에게 연초록 풀잎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 사람으로서 정직함을 갖추고 있었고 질서와 예의, 사회 정의에 대한 잣대와 신념의 밭이 골고루 일궈져 있었다. 누군가 시를 쓴다 해도 시인으로 등단하려면 절차부터 두렵고 보통 사람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데뷔하고 난 후부터는 현실을 감안하며 공부해야 하는 시련을 이겨내는 수련은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사안이라서 그렇다.
고선자 시인은 등단 후,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착한 성품과 집념이 강한 고 시인은 지성의 고지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고 시인의 새로운 꿈을 격려하며 필자의 화두 “참시인”을 머리말에 넣는다.
첫 시집을 상재한 후 더욱 겸손한 시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김경희(시인. 자연문학회 회장), 서문 <참시인이 되길 바라며>
실향민이셨던 아버지는 의지와 성품이 올곧으셔서 줄곧 가난하셨다. 그런 살림살이를 떠맡은 어머니는 아픈 다리로 행상을 다니셨다. 부모님을 온종일 기다리던 늦둥이 막내딸인 나는 항상 외로운 소녀였다. 학교에 간 두 언니를 기다리며 꽃과 나무, 곤충들과 이야길 하다가 지루해지면 기다리는 일이 즐겁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젊은 엄마 품에서 어리광부리던 또래 친구가 놀아주지 않아 홀로 사금파리로 소꿉놀이하며 친구이름 부르며 펼치던 상상의 나래가 학창 시절로 이어져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만들어 주었다. 허나 꿈을 펼쳐 볼 새도 없이 나는 충청도 양반댁 종갓집 맏며느리가 되어 벙어리 삼 년, 봉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의 고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종부로 아내와 어머니로 남편과 세 아이를 키우는 성실한 삶에서 얻어지는 행복감에 만족하려고 노력해도 왠지 가슴속 허기는 메워지질 않았다. 꿈에 그리던 시인의 길에 대한 간절함이 식지 않고 더 커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를 다잡기 위해 오십이 되면 제 2의 인생을 살겠노라 다짐했었다.
나하고의 약속을 위해 틈틈이 써 두었던 시들을 정리해 정식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오로지 시에 대한 열정과 열망으로 겁 없이 들어선 시인의 길은 두려웠지만 나는 비로소 존재의미를 찾았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한 후의 전율과 세상을 향해 시로 말을 대신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이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시인이 되고 보니 그리운 북녘 고향 땅을 밟지 못하시고 염원하시던 통일도 못 보신 채 세상을 뜨신 아버지가 더욱더 그리워진다. 그 통한이 전이되어 이산의 아픔과 통일, 층층시하의 종부살이로 얻은 삶의 시련과 부부간 애증이 내 시의 텃밭임을 깨달았다.
내 이름 석 자를 새겨 넣은 첫 시집을 상재하며 감격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겠다. 부족한 나의 시들이 초라할지라도 용기를 낸 커다란 이유는 오랜 꿈을 이루고 싶은 갈망과 그동안 착하게 열심히 잘 살았노라,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로 값진 선물임을 밝혀두련다. 앞으로 시인으로서 펜을 꼬옥 쥐고 수준 높은 작품에 도전하며 한발 한발 나아가련다.
지금까지 햇병아리 시인의 걸음마에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신 존경하는 문학의 멘토 자연(自然) 김경희 선생님과 인자하신 눈길로 격려해 주시는 문단의 대원로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씀으로 용기를 주신 귀한 지인 분들, 변함없는 다정한 친구들, 무조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기쁨을 전한다.
― 고선자, 자서 <수준 높은 작품에 도전하며>
- 차 례 -
서문 | 참시인이 되길 바라며 _ 김경희
자서 | 수준 높은 작품에 도전하며 _ 저자
절대고독
녹색 정원
수박에게
외줄 타기
유월 숲에 안겨
빗속에 서서
가을 교향곡
다발 꽃
상실시대
바다, 바다
향기 바람
추억 속으로
봉합
1월에 비가 내린다
몫
노을 속으로
사람의 마을
슬픈 날
공존
꽃물 들이던 날
틈새
멋진 날
단풍
화해의 손
영원한 기억
그녀
새가 되어
제적봉 전망대 위
십 년과의 이별
주말 부부
겨울꽃
응어리
태풍
사랑 예찬
닮은 꽃
함박눈
희나리
기억 상자
꽃 이야기
산실(産室)
불어라 바람아
씀바귀
실체
인생
부초의 꿈
새 달력을 걸며
소망
하얀 미소
하늘
물오름 달
꽃샘추위
중증
들녘을 걷는다
대물림
가슴앓이
내가 사는 섬
시선(視線)
침묵
꽃대궐
휴대폰 보름달
여름 나그네
겨울비
비상
늘어나는 환자들
중년
독거 공간
악몽
꽃상여
빈 들녘
그날 이후
유품
고질병
님에게
눈꽃
달개비
작품해설 | 새로움을 만든다는 것 _ 황인원
[2014.04.25 발행. 126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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