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하 우크라 전쟁)을 끝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이하 EU)의 반발이 거세다.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EU가 배제된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굳세다. 오늘 아유경제 인사이트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밀어붙이는 이유와 향후 전망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미국 vs 러시아, 종전 협상 시작
미국과 러시아는 이달 18일(현지시각) 우크라 전쟁 종전과 관련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한 달여 만이자, 우크라 전쟁이 시작된 지 3년(2022년 2월 24일)을 앞두고서다. 미ㆍ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리야궁에서 4시간 30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와트코프 중동 특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최고경영자(CEO)가 배석했다. 의제는 우크라이나 종전 및 미ㆍ러 정상회담 준비, 전반적인 양자 관계 개선 등이었다. 다음은 미ㆍ러 고위급 회담의 주요 내용.
▲양국 대사관 운영 정상화
▲양국,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시도가 전쟁 주요인 중 하나임을 인정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 완화 논의
▲경제 협력 재개 위한 대화 시작
트럼프가 종전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당사국을 제외하면서까지 이처럼 무리하게 종전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익에 대한 상반된 시선 :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이는 미국의 국익과 안보도 해친다고 판단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남의 나라 전쟁을 도울 돈으로 미국 시민들 돕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 3년 동안 약 660억 달러의 군사 지원, 500억 달러의 비군사 지원을 했다. 아직 집행이 안 된 돈을 포함하면, 약 1800억 달러가량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돈을 미국 내부 문제 해결에 쓰려고 한다.
▲중국과 대결에 집중하려는 트럼프 :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 전쟁으로 국력을 소비하고, 러시아와도 관계가 최악이 되는 것이 전략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우크라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 간 연대가 오히려 강화됐고, 이는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중ㆍ러 연대의 고리인 우크라 전쟁을 끝낸 후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하면, 오히려 대중 전선에도 유리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산 희토류 확보 : 종전 협상의 주도권을 쥐면서 여러 이권을 챙기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미국의 종전 협상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포함한 지원 대가를 받아내려는 압박 성격이라는 것이다.
`패싱` EUㆍ우크라이나, 거센 반발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상이 꽤 긍정적으로 진행되자, EU와 우크라이나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쟁과 직접 연관이 있는 이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18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유럽은 안전보장 발전과 대화에 미국과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미ㆍ러 주도의 첫 협상을 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U 역시 미국이 `양보`를 언급하며 EU의 제재를 지목한 것에 발끈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를 겨냥할 수 있는 추가 조처를 준비 중"이라며 16차 제재를 예고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최근 EU 집행부 수장과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프랑스에 긴급히 모여 회동을 진행했다. 우크라 전쟁 종전 과정에서 이른바 `EU 패싱`이 불거질 경우,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도 같은 현상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해진 유럽… `무력`한 우크라이나, `분열`된 EU
`패싱`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EU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측은 마땅한 협상 카드가 없고, EU는 각국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당사국임에도 이달 18일 사우디에서 진행된 종전 협상에 참여하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U는 방법론을 두고 분열하고 있다. 프랑스ㆍ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추진하는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유럽의 평화유지군(유럽 독자군) 파견` 구상도 독일과 폴란드 등이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입장에서는 자국 영토 지키기에도 병력이 부족하고, 독일의 경우 상비군 자체가 적어 파병할 군사가 없다. 미국이 EU를 향해 `대 러시아 제재 해제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난감하다. 러시아 제재는 서방이 가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 중 하나다. 현재로선 EU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종전 협상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미국과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도움 없이는 어려운 종전… 향후 전망은?
다만 우크라 전쟁 종전까지는 꽤 많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아무리 미ㆍ러 양국이 협상한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와 EU 도움 없이는 종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전과 관련한 `트럼프식 구상`의 얼개는 ▲러시아 점령지 인정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미ㆍ러 주도 협상 ▲유럽의 방위비 증액 및 우크라이나 안보는 EU 책임이라는 점인데, 하나같이 모두 우크라이나와 EU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 점령지 인정에 대해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부 영토에 한해서는 한발 뒤로 물러난 모양새는 보였지만 전체 점령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을 불허하고 있지만, EU에서는 안보를 위해 포기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미ㆍ러 주도 협상 조건은 전쟁 당사국 입장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결국 이 중에서도 최대 과제는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이다. 만일 우크라이나의 양보로 나토 가입을 안 한다면, 미국이 안전 보장을 하라는 것이다. EU도 나토 가입이 불가하다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전을 위해 직접 참여할 것을 주장한다. EU는 우크라 전쟁을 미ㆍ러가 마음대로 종결하고는 그 짐을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처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U에서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자신들의 군비 확충에 향후 10년 동안 무려 3조10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일방적으로 협상을 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뺀다면 EU가 그 금액을 온전히 받아내야 한다. 이제 막 종전의 첫걸음을 뗐을 뿐, 이뤄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종전된다면? "본격적인 다극화 시대 도래할 듯ㆍ한국도 준비해야"
그럼에도 우크라 전쟁도 언젠가는 종전을 맞이할 것이다. 다만 현재처럼 미국과 러시아 양국 주도 협상으로 종전이 된다면 세계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이 자국 이익만 챙기는 행보를 보인다면, 유럽 역시 독자 세력을 구축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른바 `유럽 독자군`이 창설될 수 있고 독자군이 창설되면 우선 미국 주도의 나토 체제가 약화된다. 유럽은 미국의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충분히 자체적인 군사적 대응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러시아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세력이 결집된다는 의미다. 그럴 뿐만 아니라 지금껏 미국의 대 중국 노선에 동참했던 유럽 외교 지형이 바뀔 수도 있다.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얻지 못한다면, 중국을 마냥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결국 다극화 시대를 초래한다. 미국이 전 세계를 지배해왔던 이전 시대와는 달리, `미국-러시아-중국-유럽`이라는 새로운 외교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종전 이후 글로벌 패권 질서는 과연 어떻게 바뀌게 될까? 한국 역시 이러한 미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이 유럽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우리나라와 북한을 대하는 태도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정작 북한에게는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혈맹`이라는 것도 현 트럼프 정부에서도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만 마냥 쳐다보기보단, 우크라 전쟁 종전 협상을 선례로 철저한 대비와 효과적인 외교 전략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유경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하 우크라 전쟁)을 끝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이하 EU)의 반발이 거세다.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EU가 배제된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굳세다. 오늘 아유경제 인사이트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밀어붙이는 이유와 향후 전망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미국 vs 러시아, 종전 협상 시작
미국과 러시아는 이달 18일(현지시각) 우크라 전쟁 종전과 관련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한 달여 만이자, 우크라 전쟁이 시작된 지 3년(2022년 2월 24일)을 앞두고서다. 미ㆍ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리야궁에서 4시간 30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와트코프 중동 특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최고경영자(CEO)가 배석했다. 의제는 우크라이나 종전 및 미ㆍ러 정상회담 준비, 전반적인 양자 관계 개선 등이었다. 다음은 미ㆍ러 고위급 회담의 주요 내용.
▲양국 대사관 운영 정상화
▲양국,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시도가 전쟁 주요인 중 하나임을 인정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 완화 논의
▲경제 협력 재개 위한 대화 시작
트럼프가 종전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당사국을 제외하면서까지 이처럼 무리하게 종전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익에 대한 상반된 시선 :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이는 미국의 국익과 안보도 해친다고 판단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남의 나라 전쟁을 도울 돈으로 미국 시민들 돕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 3년 동안 약 660억 달러의 군사 지원, 500억 달러의 비군사 지원을 했다. 아직 집행이 안 된 돈을 포함하면, 약 1800억 달러가량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돈을 미국 내부 문제 해결에 쓰려고 한다.
▲중국과 대결에 집중하려는 트럼프 :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 전쟁으로 국력을 소비하고, 러시아와도 관계가 최악이 되는 것이 전략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우크라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 간 연대가 오히려 강화됐고, 이는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중ㆍ러 연대의 고리인 우크라 전쟁을 끝낸 후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하면, 오히려 대중 전선에도 유리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산 희토류 확보 : 종전 협상의 주도권을 쥐면서 여러 이권을 챙기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미국의 종전 협상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포함한 지원 대가를 받아내려는 압박 성격이라는 것이다.
`패싱` EUㆍ우크라이나, 거센 반발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상이 꽤 긍정적으로 진행되자, EU와 우크라이나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쟁과 직접 연관이 있는 이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18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유럽은 안전보장 발전과 대화에 미국과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미ㆍ러 주도의 첫 협상을 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U 역시 미국이 `양보`를 언급하며 EU의 제재를 지목한 것에 발끈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를 겨냥할 수 있는 추가 조처를 준비 중"이라며 16차 제재를 예고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최근 EU 집행부 수장과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프랑스에 긴급히 모여 회동을 진행했다. 우크라 전쟁 종전 과정에서 이른바 `EU 패싱`이 불거질 경우,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도 같은 현상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해진 유럽… `무력`한 우크라이나, `분열`된 EU
`패싱`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EU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측은 마땅한 협상 카드가 없고, EU는 각국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당사국임에도 이달 18일 사우디에서 진행된 종전 협상에 참여하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U는 방법론을 두고 분열하고 있다. 프랑스ㆍ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추진하는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유럽의 평화유지군(유럽 독자군) 파견` 구상도 독일과 폴란드 등이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입장에서는 자국 영토 지키기에도 병력이 부족하고, 독일의 경우 상비군 자체가 적어 파병할 군사가 없다. 미국이 EU를 향해 `대 러시아 제재 해제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난감하다. 러시아 제재는 서방이 가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 중 하나다. 현재로선 EU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종전 협상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미국과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도움 없이는 어려운 종전… 향후 전망은?
다만 우크라 전쟁 종전까지는 꽤 많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아무리 미ㆍ러 양국이 협상한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와 EU 도움 없이는 종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전과 관련한 `트럼프식 구상`의 얼개는 ▲러시아 점령지 인정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미ㆍ러 주도 협상 ▲유럽의 방위비 증액 및 우크라이나 안보는 EU 책임이라는 점인데, 하나같이 모두 우크라이나와 EU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 점령지 인정에 대해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부 영토에 한해서는 한발 뒤로 물러난 모양새는 보였지만 전체 점령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을 불허하고 있지만, EU에서는 안보를 위해 포기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미ㆍ러 주도 협상 조건은 전쟁 당사국 입장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결국 이 중에서도 최대 과제는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이다. 만일 우크라이나의 양보로 나토 가입을 안 한다면, 미국이 안전 보장을 하라는 것이다. EU도 나토 가입이 불가하다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전을 위해 직접 참여할 것을 주장한다. EU는 우크라 전쟁을 미ㆍ러가 마음대로 종결하고는 그 짐을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처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U에서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자신들의 군비 확충에 향후 10년 동안 무려 3조10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일방적으로 협상을 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뺀다면 EU가 그 금액을 온전히 받아내야 한다. 이제 막 종전의 첫걸음을 뗐을 뿐, 이뤄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종전된다면? "본격적인 다극화 시대 도래할 듯ㆍ한국도 준비해야"
그럼에도 우크라 전쟁도 언젠가는 종전을 맞이할 것이다. 다만 현재처럼 미국과 러시아 양국 주도 협상으로 종전이 된다면 세계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이 자국 이익만 챙기는 행보를 보인다면, 유럽 역시 독자 세력을 구축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른바 `유럽 독자군`이 창설될 수 있고 독자군이 창설되면 우선 미국 주도의 나토 체제가 약화된다. 유럽은 미국의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충분히 자체적인 군사적 대응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러시아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세력이 결집된다는 의미다. 그럴 뿐만 아니라 지금껏 미국의 대 중국 노선에 동참했던 유럽 외교 지형이 바뀔 수도 있다.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얻지 못한다면, 중국을 마냥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결국 다극화 시대를 초래한다. 미국이 전 세계를 지배해왔던 이전 시대와는 달리, `미국-러시아-중국-유럽`이라는 새로운 외교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종전 이후 글로벌 패권 질서는 과연 어떻게 바뀌게 될까? 한국 역시 이러한 미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이 유럽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우리나라와 북한을 대하는 태도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정작 북한에게는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혈맹`이라는 것도 현 트럼프 정부에서도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만 마냥 쳐다보기보단, 우크라 전쟁 종전 협상을 선례로 철저한 대비와 효과적인 외교 전략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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