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현금청산자도 그간의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있어 일선 현장에서는 모두 당연한 것 아니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판결은 재건축에서 조합 설립에 동의한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계약을 포기한 청산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단이었으나 재개발의 경우 애초부터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에게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이후 올해 초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어느 재개발 조합에서 청구한 정비사업비 분담금 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현금청산자로서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간 동안 소요된 사업비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분담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조합 측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 판결로 많은 조합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적잖은 실망을 하였다.
아무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모든 조합들이 현금청산자들을 상대로 진행하려던 정비사업비의 분담금 청구 소송은 포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소송에서 분담금의 지급 의무에서 벗어난 청산자들은 기세등등하며 불필요한 소송비용만 지출했다며 오히려 조합을 공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청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 판결의 저변에는 재개발을 하게 되면 무조건 이익이 남는 사업이며 청산자들은 살던 터전을 빼앗기고 떠나는 억울한 피해자라는 선임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매사에 그렇듯이 첫 단추가 중요하다. 재개발에서 정비사업비 분담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조합은 처음에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인용하여 청산자의 분담금 의무가 당연하다며 의기양양하게 주장하였을 것이나 청산자들은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키려면 정관에 별도의 규정을 두었어야 했고 청산금은 개발 이익이 배제된 평가 금액으로 사업 완료 후 남는 이익의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 반박 논리에 조합 측은 별 다른 항변을 못하고 그냥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어떻든 청산자의 정비사업비 분담 여부는 양쪽 모두 할 말이 많지만 청산자의 논리에 조합은 완패한 것이다.
최근 필자는 어느 조합의 이 분담금의 항소심의 서면을 도와주는 과정에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법리와 실무에 있어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발견하고 여러 문제점을 정리하게 되었다. 이 판결대로라면 분양신청 마감 결과 신청(률)이 극히 저조하여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조합을 해산하게 된다고 가정할 경우 그간의 매몰비용에 대해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청산자들은 제외되고 남은 소수의 조합원들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의 입법 취지와 달리 정비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관리처분계획 이전에 조합이 해산되는 경우가 생겨 매몰비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두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청산자는 어떠한 비용도 책임지지 않고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만이 매몰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매우 불합리한 사태에 이르게 된다.
한편 도정법 제30~33조는 사업시행자가 정비계획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을 준비하는 요건과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관할 행정청은 이를 기준으로 이 법에 의한 사업시행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인가 처분을 하게 된다. 특히 사업시행인가는 교통이나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조합의 부담이나 국·공유지 무상 및 유상 범위, 기부채납, 용적률 등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성을 가늠할 수 있는 조건들이 결정된다. 때문에 도정법 제46조는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 및 분양신청 기간 그 밖에 대통령이 정하는 사항을 토지등소유자에게 통지하는 등 분양신청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사업시행인가까지의 절차는 조합원들에게 장차 진행될 사업의 시행인가 조건 즉, 청사진을 내놓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이 청사진을 보고 분양신청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조합이 설립되어 만들어지는 사업시행계획서는 조합원들이 계속적으로 사업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중도에 청산자로 전환할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청사진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인가까지 청사진에 투입되는 각종 비용은 조합원으로서 누구나 함께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라 할 것이다.
또 재개발 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고 조합원의 지위를 가지던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 시점에 이르러 해당 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탈퇴하고 현금청산을 요구할 경우 자신의 자산평가액 외에 이주정착비와 주거이전비 등까지 받아 감은 물론 세입자의 이사비용, 상가 세입자의 영업보상금등을 조합에 부담하게 하여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게 되는 조합원들에게 그간에 발생한 사업비용까지 떠넘기게 되는 결과가 된다. 다시 말해서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을 원하는 경우는 장래 관리처분이 되어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생길 수 있는 사업의 위험성을 벗어나겠다는 것이며 동시에 사업 완료 후 얻어질 수 있는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도정법상 사업시행인가 고시 후 60일 이내에 분양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조합원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업에 계속적으로 동참할 것인지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여 청산자에게 더 이상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측면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는 현금청산자들의 사정은 다양하다. 정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는 처지의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부동산을 현금화하여 다른 곳에 재테크를 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분양권을 받아 적당한 시기에 매매할 요량으로 어쩔 수 없이 조합원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실무에서 보면 청산자들은 조합에서 제시한 감정평가액의 협의에 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금에 불복하여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별도로 법원에 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여 그때마다 늘어나는 보상액을 수령하고 있어 실제 대부분 청산자들은 현 시가 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분담금 부담 근거에 대해 「민법」상 일반법인 이론을 도외시하였고, 정관의 조합원의 분담금 의무 사항을 막연히 일반적인 의무에 관한 규정이라며 제한하여 해석하는 등 현금청산자들을 약자라는 인식하에 동전의 한쪽 면을 보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정비사업은 무조건 이익이 발생하고 늘 장밋빛이라는 편견은 위험하며 때론 부동산 경기의 흐름이나 외적인 변수로 항상 리스크가 존재하고 사업 적자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1심에 불과하고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향후 대법원까지 갈 경우 법리 다툼에서 도정법의 입법 취지와 실무를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다음 호에서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싣겠습니다.
재작년 현금청산자도 그간의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있어 일선 현장에서는 모두 당연한 것 아니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판결은 재건축에서 조합 설립에 동의한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계약을 포기한 청산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단이었으나 재개발의 경우 애초부터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에게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이후 올해 초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어느 재개발 조합에서 청구한 정비사업비 분담금 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현금청산자로서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간 동안 소요된 사업비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분담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조합 측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 판결로 많은 조합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적잖은 실망을 하였다.
아무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모든 조합들이 현금청산자들을 상대로 진행하려던 정비사업비의 분담금 청구 소송은 포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소송에서 분담금의 지급 의무에서 벗어난 청산자들은 기세등등하며 불필요한 소송비용만 지출했다며 오히려 조합을 공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청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 판결의 저변에는 재개발을 하게 되면 무조건 이익이 남는 사업이며 청산자들은 살던 터전을 빼앗기고 떠나는 억울한 피해자라는 선임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매사에 그렇듯이 첫 단추가 중요하다. 재개발에서 정비사업비 분담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조합은 처음에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인용하여 청산자의 분담금 의무가 당연하다며 의기양양하게 주장하였을 것이나 청산자들은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키려면 정관에 별도의 규정을 두었어야 했고 청산금은 개발 이익이 배제된 평가 금액으로 사업 완료 후 남는 이익의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 반박 논리에 조합 측은 별 다른 항변을 못하고 그냥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어떻든 청산자의 정비사업비 분담 여부는 양쪽 모두 할 말이 많지만 청산자의 논리에 조합은 완패한 것이다.
최근 필자는 어느 조합의 이 분담금의 항소심의 서면을 도와주는 과정에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법리와 실무에 있어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발견하고 여러 문제점을 정리하게 되었다. 이 판결대로라면 분양신청 마감 결과 신청(률)이 극히 저조하여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조합을 해산하게 된다고 가정할 경우 그간의 매몰비용에 대해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청산자들은 제외되고 남은 소수의 조합원들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의 입법 취지와 달리 정비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관리처분계획 이전에 조합이 해산되는 경우가 생겨 매몰비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두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청산자는 어떠한 비용도 책임지지 않고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만이 매몰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매우 불합리한 사태에 이르게 된다.
한편 도정법 제30~33조는 사업시행자가 정비계획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을 준비하는 요건과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관할 행정청은 이를 기준으로 이 법에 의한 사업시행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인가 처분을 하게 된다. 특히 사업시행인가는 교통이나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조합의 부담이나 국·공유지 무상 및 유상 범위, 기부채납, 용적률 등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성을 가늠할 수 있는 조건들이 결정된다. 때문에 도정법 제46조는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 및 분양신청 기간 그 밖에 대통령이 정하는 사항을 토지등소유자에게 통지하는 등 분양신청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사업시행인가까지의 절차는 조합원들에게 장차 진행될 사업의 시행인가 조건 즉, 청사진을 내놓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이 청사진을 보고 분양신청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조합이 설립되어 만들어지는 사업시행계획서는 조합원들이 계속적으로 사업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중도에 청산자로 전환할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청사진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인가까지 청사진에 투입되는 각종 비용은 조합원으로서 누구나 함께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라 할 것이다.
또 재개발 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고 조합원의 지위를 가지던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 시점에 이르러 해당 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탈퇴하고 현금청산을 요구할 경우 자신의 자산평가액 외에 이주정착비와 주거이전비 등까지 받아 감은 물론 세입자의 이사비용, 상가 세입자의 영업보상금등을 조합에 부담하게 하여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게 되는 조합원들에게 그간에 발생한 사업비용까지 떠넘기게 되는 결과가 된다. 다시 말해서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을 원하는 경우는 장래 관리처분이 되어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생길 수 있는 사업의 위험성을 벗어나겠다는 것이며 동시에 사업 완료 후 얻어질 수 있는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도정법상 사업시행인가 고시 후 60일 이내에 분양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조합원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업에 계속적으로 동참할 것인지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여 청산자에게 더 이상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측면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는 현금청산자들의 사정은 다양하다. 정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는 처지의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부동산을 현금화하여 다른 곳에 재테크를 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분양권을 받아 적당한 시기에 매매할 요량으로 어쩔 수 없이 조합원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실무에서 보면 청산자들은 조합에서 제시한 감정평가액의 협의에 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금에 불복하여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별도로 법원에 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여 그때마다 늘어나는 보상액을 수령하고 있어 실제 대부분 청산자들은 현 시가 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분담금 부담 근거에 대해 「민법」상 일반법인 이론을 도외시하였고, 정관의 조합원의 분담금 의무 사항을 막연히 일반적인 의무에 관한 규정이라며 제한하여 해석하는 등 현금청산자들을 약자라는 인식하에 동전의 한쪽 면을 보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정비사업은 무조건 이익이 발생하고 늘 장밋빛이라는 편견은 위험하며 때론 부동산 경기의 흐름이나 외적인 변수로 항상 리스크가 존재하고 사업 적자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1심에 불과하고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향후 대법원까지 갈 경우 법리 다툼에서 도정법의 입법 취지와 실무를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다음 호에서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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