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상속세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다만 여야간 의견 차이가 있어 합의될지는 미지수다.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속세율이 높은 편으로,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늘 아유경제 인사이트팀에서는 한국의 상속세와 관련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한국 상속세 현황
한국의 현행 상속ㆍ증여세제도는 3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최고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OECD 38개국의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은 27.1%지만, 한국은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경우 최대 60%까지 적용될 수 있다. 한국에는 1992년 도입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것인데,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ㆍ증여할 때 주식평가액을 20% 할증한 뒤 상속세율을 적용한다. 부(富)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경영권을 가진 기업인의 상속세율은 최대 60%로 치솟는다. 이는 결국 기업 승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이 차등 적용되며, 일정 금액 이하의 상속에는 공제가 적용되지만, 대기업 및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가문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경제 단체들에 따르면 기업 승계를 막는 현행 세제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외국계 사모펀드(PE)에 인수되고, 심지어 폐업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속세와 국가 경쟁력 관계
높은 상속세율은 기업 경영권 승계를 어렵게 만들어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면 외국 자본의 공격적인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국내 핵심 산업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일부 기업은 해외로 법인을 이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속세 부담으로 떠나는 자산가들
국세청의 국외전출세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국외전출세를 신고한 인원은 총 26명(92억8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국외전출세는 대주주가 해외로 이주할 때, 국내에 보유한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코스피는 지분율 1% 또는 50억 원, 코스닥 주식은 2%나 50억 원을 보유한 이들에게 적용한다. 세무 업계에서는 고액자산가가 이민 갈 때 부과하는 만큼 상속세 부담에 따른 국내 이탈 현황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보고 있다. 2024년 출세 신고 인원은 해당 세제가 첫 시행된 2018년(13명)과 비교해 2배 증가했다. 2019년 28명으로 급증했던 신고 인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2020년 11명으로 쪼그라들었지만 2021년 18명, 2022년 24명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세 부담과 거주 여건 불만에 한국을 떠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올해 한국의 고액 순자산 보유자 순유출을 1200명으로 예상했다. 중국(1만5200명)과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은 4위다. 또 기획재정부의 `물납증권 연도별 수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주식 물납으로 상속세를 낸 기업 311곳 중 휴ㆍ폐업한 회사는 126곳으로 40.5%에 달했다.
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많다. 특히 삼성도 상속세로 경영 안정성이 일시적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삼성그룹 :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유족들은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했다. 이로 인해 주식 매각 및 자산 정리 과정이 필요했고, 그룹 경영 안정성이 일시적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LG그룹 : 구본무 회장 별세 후 구광모 회장이 가업을 승계하면서 약 1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 이를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했으며, 경영권 유지에 부담이 따랐다.
▲효성그룹 :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 이후 대규모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기업도 이처럼 흔들리는 만큼, 중소기업은 더 어렵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B사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회사 자산을 내다 팔면서 경영권이 넘어갔다. 창업주가 특허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여서 매출이 적지 않았지만, 100억 원대의 상속세 때문에 경영난에 허덕이다 최근 다른 기업에 인수ㆍ합병됐다. 손톱깎이 세계 1위였던 쓰리세븐(777)도 15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마련할 길이 없어 결국 다른 기업에 상속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여야,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 구체적 방안에는 차이 보여
정치권에서는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현 공제금액은 1996년 개편 후 지금까지 변동이 없었다. 물가상승률을 단순 적용하면 공제금액은 1.5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 서울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피상속인 수 대비 과세 대상자 비중이 2010년 2.9%에서 2023년 15%로 증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여야 간 차이를 보인다. 여당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를 인하하고,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는 공제 금액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고자 한다. 또 가업상속공제액 한도를 60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내놨다. 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을 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각각 올리는 안을 들고 나왔지만, 최고세율 인하와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반대했다. 소수 초부자를 위한 특권 감세는 절대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사례는?
그렇다면 다른 주요 국가들은 상속세를 어떻게 부과하고 있을까?
▲미국 : 상속세 최고 세율이 40%지만, 약 1800만 달러(약 170억 원)까지는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일본 : 상속세 최고 세율이 55%로 높지만, 가업 승계를 위한 다양한 감세 혜택이 마련돼 있다.
▲독일 : 기업 승계 시 상속세를 거의 면제해주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10년간 고용을 유지하면 면세 혜택이 더욱 확대된다.
▲캐나다ㆍ호주 : 별도의 상속세가 없으며, 상속 자산에 대해 양도소득세만 부과한다.
향후 전망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상속세 논의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기업의 상속세 부담과 더불어 수도권의 경우, 부동산 가격 급등 영향으로 갑자기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 중산층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관련해 여야 의견 차이는 여전히 커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세금 부담 완화는 한국 경제 및 기업의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부의 불평등 심화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꾸준한 대화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조세 형평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조언을 내놓고 있다.
[아유경제]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상속세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다만 여야간 의견 차이가 있어 합의될지는 미지수다.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속세율이 높은 편으로,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늘 아유경제 인사이트팀에서는 한국의 상속세와 관련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한국 상속세 현황
한국의 현행 상속ㆍ증여세제도는 3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최고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OECD 38개국의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은 27.1%지만, 한국은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경우 최대 60%까지 적용될 수 있다. 한국에는 1992년 도입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것인데,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ㆍ증여할 때 주식평가액을 20% 할증한 뒤 상속세율을 적용한다. 부(富)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경영권을 가진 기업인의 상속세율은 최대 60%로 치솟는다. 이는 결국 기업 승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이 차등 적용되며, 일정 금액 이하의 상속에는 공제가 적용되지만, 대기업 및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가문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경제 단체들에 따르면 기업 승계를 막는 현행 세제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외국계 사모펀드(PE)에 인수되고, 심지어 폐업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속세와 국가 경쟁력 관계
높은 상속세율은 기업 경영권 승계를 어렵게 만들어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면 외국 자본의 공격적인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국내 핵심 산업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일부 기업은 해외로 법인을 이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속세 부담으로 떠나는 자산가들
국세청의 국외전출세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국외전출세를 신고한 인원은 총 26명(92억8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국외전출세는 대주주가 해외로 이주할 때, 국내에 보유한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코스피는 지분율 1% 또는 50억 원, 코스닥 주식은 2%나 50억 원을 보유한 이들에게 적용한다. 세무 업계에서는 고액자산가가 이민 갈 때 부과하는 만큼 상속세 부담에 따른 국내 이탈 현황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보고 있다. 2024년 출세 신고 인원은 해당 세제가 첫 시행된 2018년(13명)과 비교해 2배 증가했다. 2019년 28명으로 급증했던 신고 인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2020년 11명으로 쪼그라들었지만 2021년 18명, 2022년 24명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세 부담과 거주 여건 불만에 한국을 떠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올해 한국의 고액 순자산 보유자 순유출을 1200명으로 예상했다. 중국(1만5200명)과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은 4위다. 또 기획재정부의 `물납증권 연도별 수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주식 물납으로 상속세를 낸 기업 311곳 중 휴ㆍ폐업한 회사는 126곳으로 40.5%에 달했다.
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많다. 특히 삼성도 상속세로 경영 안정성이 일시적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삼성그룹 :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유족들은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했다. 이로 인해 주식 매각 및 자산 정리 과정이 필요했고, 그룹 경영 안정성이 일시적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LG그룹 : 구본무 회장 별세 후 구광모 회장이 가업을 승계하면서 약 1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 이를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했으며, 경영권 유지에 부담이 따랐다.
▲효성그룹 :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 이후 대규모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기업도 이처럼 흔들리는 만큼, 중소기업은 더 어렵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B사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회사 자산을 내다 팔면서 경영권이 넘어갔다. 창업주가 특허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여서 매출이 적지 않았지만, 100억 원대의 상속세 때문에 경영난에 허덕이다 최근 다른 기업에 인수ㆍ합병됐다. 손톱깎이 세계 1위였던 쓰리세븐(777)도 15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마련할 길이 없어 결국 다른 기업에 상속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여야,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 구체적 방안에는 차이 보여
정치권에서는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현 공제금액은 1996년 개편 후 지금까지 변동이 없었다. 물가상승률을 단순 적용하면 공제금액은 1.5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 서울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피상속인 수 대비 과세 대상자 비중이 2010년 2.9%에서 2023년 15%로 증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여야 간 차이를 보인다. 여당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를 인하하고,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는 공제 금액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고자 한다. 또 가업상속공제액 한도를 60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내놨다. 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을 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각각 올리는 안을 들고 나왔지만, 최고세율 인하와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반대했다. 소수 초부자를 위한 특권 감세는 절대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사례는?
그렇다면 다른 주요 국가들은 상속세를 어떻게 부과하고 있을까?
▲미국 : 상속세 최고 세율이 40%지만, 약 1800만 달러(약 170억 원)까지는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일본 : 상속세 최고 세율이 55%로 높지만, 가업 승계를 위한 다양한 감세 혜택이 마련돼 있다.
▲독일 : 기업 승계 시 상속세를 거의 면제해주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10년간 고용을 유지하면 면세 혜택이 더욱 확대된다.
▲캐나다ㆍ호주 : 별도의 상속세가 없으며, 상속 자산에 대해 양도소득세만 부과한다.
향후 전망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상속세 논의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기업의 상속세 부담과 더불어 수도권의 경우, 부동산 가격 급등 영향으로 갑자기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 중산층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관련해 여야 의견 차이는 여전히 커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세금 부담 완화는 한국 경제 및 기업의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부의 불평등 심화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꾸준한 대화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조세 형평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조언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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