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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효성… “너 참 가지가지 한다”
담합에 횡령·배임도 모자라 ‘집안싸움’까지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4-11-14 10:34:44 · 공유일 : 2014-11-14 13:03:42


[아유경제=정훈 기자] `바람 잘 날 없다`
2014년이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효성그룹(회장 조석래·이하 효성)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올해 벽두부터 그룹 회장이 연루된 비리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삐거덕거렸던 효성이 건설 계열사 3사(▲효성건설PU ▲진흥기업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의 담합 및 들러리 수주 의혹(본보 2014년 10월 24일자 <효성 `건설 3형제`, 조석래 회장 `백년대계` 좀먹는다> 참조)에 이어 심화된 집안싸움으로 또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여기에 담합이 적발돼 자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당국이 내린 제재에 불만을 품고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가족 아닌 마피아" 형 조현준 사장 등 고발
장남 승계 굳어졌지만 횡령·조세 포탈 혐의로 재판… 도덕성에 흠집
재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석래 회장의 차남이자 전 효성 부사장인 조현문 변호사가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하 서울중앙지검)에 형 조현준 효성 사장과 효성 전·현직 계열사 임직원 7명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대표이사 윤옥섭)가 조 사장의 보유 주식 220여만주를 비싼 값에 사들여 조 사장이 165억원의 이득을 보게 하고, 조 사장이 배후에서 운영하는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물리적인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가 노틸러스효성(대표이사 손현식)에 경영 자문을 한 것처럼 꾸며 11억4000만원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든 불법과 단절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효성을 떠났는데 효성은 끊임없이 나를 음해하고 불법행위를 나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고발장을 내면서 효성 비리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는 2006년 효성ITX(대표이사 남경환)에서 분리됐으며 조현준 사장이 최대 주주다.
조현문 변호사는 이어 같은 달 27일 `효성 차남 조현문 변호사와 부친 조석래 회장과의 만남에 대한 사실관계를 알려 드립니다`란 제하의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은 2011년 9월 효성의 비리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다가 조 회장의 명령으로 그룹에서 쫓겨났고, 이후 조 회장과 조현준 사장 등은 그들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7월 3년 만에 이뤄진 조 회장과의 만남에서 그는 "불법 비리를 아버지라는 권위로 강요하지 말라. 그건 가족이 아니고 마피아다"고 일침을 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료 말미에 효성이 차후에도 계속해서 사실 왜곡과 거짓말로 자신을 음해하고 언론을 호도할 경우, 조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추가적으로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대해 효성은 "고령에 건강까지 안 좋은 아버지에 대한 자식 된 도리가 아니다.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에 대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사가들 사이에서 효성판 `왕자의 난`으로까지 묘사됐던 효성가(家) 내분은 조현준 사장 체제 굳히기로 일단락됐으나 `상처뿐인 영광`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효성이 지난 8월 공개한 `2014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7월 1일자로 효성의 최대 주주는 조석래 회장(10.32%)에서 조 사장(10.33%)으로 변경됐다. 같은 달 조 사장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10.40%까지 높였고, 지난 8월 조 회장이 주식을 매도해 보유 지분이 10.15%로 낮아지면서 명실공히 `1인자`로 등극한 상태다. 게다가 조 사장은 주력 계열사인 ▲효성ITX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대표이사 고진) 등의 최대 주주이면서, 계열사인 ▲아시아엘엔지허브 ▲효성투자개발 ▲효성트랜스월드 등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2013년 말 기준). 또 섬유PG장과 정보통신PG장 및 전략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삼남 조현상 부사장에 비해 보유 지분이 많은 데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의 비중과 장자 승계 원칙이 상대적으로 강한 효성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대권`은 조 사장에게 넘어갔다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조현준 사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미 도덕성에 생채기를 입은 상태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은 횡령 등의 혐의로 조 사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사장은 2008~2012년 효성 법인 자금 16억원을 사적으로 이용(횡령)하고 조석래 회장으로부터 해외 차명 계좌로 비자금 157억원을 증여받아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조세 포탈)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항에 따르면 횡령·배임죄를 범한 사람은 그로 인해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이면 가중처벌 된다. 그의 죄가 사실로 드러나면 같은 조항 제2호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조세 포탈 혐의가 법원에 의해 유죄로 인정되면 「조세범 처벌법」 제3조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 세액의 3배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효성을 비롯한 재계는 이번 조현문 변호사의 검찰 고발이 재판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피는 못 속인다?! 비리도 `부전자전(父傳子傳)`
조석래 회장 분식회계·조세 포탈·횡령·배임 혐의로 재판…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도
`황태자` 조현준 사장이 끊임없는 구설에 오르자 재계 한편에서는 이번 형제간 다툼이 부친인 조석래 회장의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등장한 상태다. 조 사장이 혐의를 받고 있는 범죄 유형이 조 회장이 기소된 내용과 거의 `판박이`이기 때문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조석래 회장은 ▲해외 비자금 운영을 통한 조세 포탈·배임 ▲차명 계좌를 이용한 조세 포탈 ▲분식회계를 통한 조세 포탈 ▲법인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기소 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소사실에서 드러난 조 회장의 불법 연루 자금만 7939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조 회장이 효성 임직원들과 공모해 89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분식회계(기업이 고의적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해 재무 상태를 조작하는 것)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배당가능이익(「상법」상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없음에도 1270억원의 이익배당(회사가 주주 또는 사원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일)을 하는 방법으로 조 회장 일가가 500억원의 불법적인 이익을 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례로 효성은 지난해 약 32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면서도 배당으로 332억6860만4000원을 지급했다(제59기 영업보고서 기준). 이는 직전 연도인 2012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2012년도에는 21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적이 악화됐는데도 배당이 이뤄져 조 회장 부자가 상당한 이득을 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효성의 부채비율(부채 총액/자본 총액×100)은 357.17%에서 408.35%로 51.18%포인트나 증가했다. 또한 검찰은 조 회장이 국내외에서 차명으로 수천억원대 주식을 사고팔아 1318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는데, 이 과정에서 268억원의 소득세를 포탈했다고 결론지었다. 조 회장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690억원의 효성 해외 법인 자금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횡령)하고, 효성 싱가포르 법인이 조 회장이 관리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대해 보유하고 있던 채무 233억원을 불법적으로 면제시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재개된 재판에서 차명 주식이 조직적으로 관리됐다는 증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A상무는 `조 회장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해 온 임직원과 법인들의 동향을 살피고 이를 토대로 차명 주주들을 관리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주 언론사 선데이저널은 지난 9일 <효성그룹 조성래 회장 자식 명의로 해외 불법 부동산 매입 추가 사실 드러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조 회장은 조현준 사장이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986년 그의 명의로 미국 뉴욕의 부동산을 매입했으며, 이 매체는 이 과정에서 불법 증여와 탈세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매체는 이 같은 불법행위의 중심에 조 회장이 있으며 그의 잘못된 욕심이 아들을 범죄자로 만들었고, 이 같은 비리의 씨앗이 현재 진행 중인 `가문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효성의 `윤리경영`은 신기루?… "재벌 `흑역사` 다 보여줘"
업계 "담합 의혹 철저히 조사해야", 재계 "변화 없으면 `100년 효성` 물거품"
상황이 이러하자 재계 한편에서는 정직과 신뢰를 제1원칙으로 삼고 있는 효성의 `윤리경영`도 헛된 구호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효성건설PU(대표이사 송형진)와 진흥기업(대표이사 차천수)이 판교신도시 건설공사 과정에서 저지른 담합으로 관급 공사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받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 이재영)를 상대로 해당 처분의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적반하장 격으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은 `법은 안 지켜도 그만, 걸려도 소송으로 제재를 피하면 그만`이란 효성의 잣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면서 "이는 효성의 준법정신이 땅에 떨어졌음을, 법규와 윤리 규범의 준수를 전제로 하고 있는 효성의 윤리경영이 신기루였음을 말해준다"고 혀를 찼다.
`효성(曉星)`은 새벽에 보이는 별을 뜻한다. 여기에는 `매우 드문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갖가지 비리와 의혹으로 점철된 효성을 두고 "효성이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재벌과 비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지만 부자가 대를 물려서까지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피붙이끼리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재벌의 `흑역사`를 압축해 보여준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효성`은 `매우 드문 존재`"라는 놀림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본보가 제기했던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효성은 과거 하도급 공사를 발주하면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이하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또 지난 5월에는 조달청(청장 김상규)이 발주한 인조 잔디 입찰에서 담합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를 당했다"면서 "이 같은 전례와 `비리 불감증`에 빠진 경영진의 행태 등에 비춰 볼 때 들러리 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노원구 태릉현대 재건축사업을 비롯해 사실상 무혈입성한 ▲울산 B-05구역 재개발사업 ▲서울 은평구 신사동 19-190 재건축사업 등에 대해서 수주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공정위와 수사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효성은 본보의 취재 요청에 대한 답변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됐다"며 담합 의혹을 일축한바 있다. 하지만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효성 관련 비리와 의혹들은 재계 순위 25위(지난 4월 공정위 발표)인 효성의 명성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아울러 자성과 변화 없이는 조석래 회장이 바라는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효성`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점에서 효성이 차제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시장의 눈과 귀가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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