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헤리퍼드셔 주의, 작은 시골 마을 오코에 한 주택 마당 외국인 아이 두 명이 엄마의 눈을 피해서 마당에 나가 놀고 있습니다. 엄마로 보이는 외국인 여성은 태교 중인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클래식을 듣고 있네요. 그런데 갑자기 어린 여자아이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옵니다. 외국인 여성은 흔들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비명이 들린 마당으로 달려 나갑니다. 그곳엔 온몸에 피가 철철 흐르는 딸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외국인 여성과 아이 두 명이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던 그때 이번엔 뒤에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갑자기 어디서 커다란 짐승 한 마리가 아이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오는데 도대체 영국 작은 시골 오코치의 주택 마당에서 그들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 해리퍼드셔주의 작은 시골 오코에 사는 로이하입니다. 제 남편은 오래된 건물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여섯 살인 첫째 딸 에밀리와 미운네 살이라 불리는 둘째 아들 에디, 두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물론 일도 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로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할 수가 있어요. 남편은 아무도 직업이 저렇다 보니 집을 자주 비워야 해서 저라도 집에 있어야 했거든요. 두 아이만 키워야 하는 게 아니라 배속에 있는 셋째까지 잘 품고 있어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한창 뛰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감당하기엔 제 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마당으로 보내 놓고 조용하게 업무를 보면서 틈틈이 아이들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방 창문이 마당 쪽으로 나 있어서 아이들을 확인하기 딱 좋았습니다. 남편이 있는 동안 작업실방을 일부러 그쪽으로 옮겨둔 보람이 있었죠.
그러다가 남편이 출장을 간다고 하여 막막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제 걱정대로 남편이 출장을 가자마자 아이들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과 잘 놀아준 반면 통제도 잘해 주었거든요. 아이들을 잡아주는 사람이 집에 없으니까 집안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셈이었습니다.
제가 타이르는 목소리는 아이들 괴성에 묻히기만 했어요. 배 속의 아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지르기도 힘들었습니다. 남편이 출장을 간 처음 며칠은 마당에 나가 놀더니 4일째부터 집안에서 순례 잡기 하며 뛰놀더라고요. 아이들은 변덕도 심하고 새로운 장소와 놀이를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래도 제 아이들은 임신한 엄마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들일 줄 알았는데 제 욕심이 과했나 봅니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었고 하루는 빨래하려고 빨래 바구니를 들고 거실을 지나가던 중이었습니다. 이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순례 잡기 하느라 2층과 1층을 구석구석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그때 그 순간 둘째 아들인 에디와 부딪히고 말았어요 하필이면 아들 얼굴과 제 배가 정면으로 부딪쳤습니다. 배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며 빨래 바구니를 떨어뜨렸습니다. 거실바닥에 무릎을 꿇고 옆으로 쓰러진 채 딸과 아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들은 깜짝 놀랐는지 울먹이면서 조금 떨어져 있던 딸 아이 등 뒤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나마 첫째라고 에밀리가 제게 다가와 주었어요. 그때 딸이 제 다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 엄마 다리에 피가 흘러요. 엄마 죽지 마세요. 설마 했는데 딸의 반응을 보아하니 제 직감이 맞더군요.
아들과 정통으로 부딪히는 바람에 하열을 하고 만 겁니다. 다리 사이로 흐르는 끈적한 액체가 느껴졌는데 정말로 그게 피일 줄이야 제다리 사이로 흐르는 피를 보며 끝내 딸도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피를 보고 벌벌 떨면서 대성통곡하고 있었습니다.
눈앞이 흐려지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어요. 남편이라도 있었다면 바로 응급실에 절 데려갔지만 집에 어른은 저 혼자였죠 여섯 살과네 살 아이들이 응급 상황에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피까지 본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기는 어른도 힘들잖아요.
딸과 아들은 배를 잡고 식은땀까지 흘리는 저를 붙잡고 엄마 죄송해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제발 일어나요. 우리만 버리고 가지 마세요. “엄마 미안해”라며 울부짖었습니다.
저는 혼신의 힘을 짜내어 첫째 딸 에밀리의 팔을 붙잡았어요. 에밀리 엄마 말 잘 들어 지금 바로 옆집 이사벨라 아줌마를 불러와 이사벨라 아줌마 그래 이사벨라 아줌마한테 엄마가 위험하다고 전해줘, 얼른. ‘네 엄마 아줌마를 데리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딸은 제 부탁에 눈물 닦고 후다닥 뛰어나갔습니다.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 그렁그렁한 눈으로 절 쳐다보는 딸을 보니 저도 눈물이 나더군요. 아들은 제 손을 꼭 맞잡은 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눈을 감으면 아들이 절 흔들어 깨웠어요 눈을 감았다가 혹시나 뜨지 않을까 봐 두려웠나 봅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에밀리가 이사벨라를 데리고 와 주었습니다. 이사벨라는 하혈하고 있는 저를 보고 깜짝 놀라며 경기를 일으켰어요. 서둘러 응급차를 부르고 다리에 흐름 피를 닦아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수건의 물을 적셔와 달라며 부탁했고 아이들은 빠르게 젖은 수건을 가져다 주었죠.
이사벨라의 품에 안겨 있으니 자꾸만 정신을 놓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녀도 제 동공이 풀려가는 걸 느꼈는지 제 뺨을 때리면서 ‘정신 차려야지 자기 애들 생각하면서 버텨, 뱃속에 있는 아이도 버티고 있는데’ 자기가 이러면 안 돼라며 제가 정신을 놓을 수 없게 해주었습니다. 때마침 밖에서 올리는 구급차 소리에 마음을 확 놓아 버렸어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이들과 이사벨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는데 눈을 뜰 힘조차 없었거든요. 한참이 지나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병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는지 눈을 뜨자마자 제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였어요. 저는 절 걱정해 주는 아이들보다 배속의 아이가 먼저였습니다. 이사벨라 내 아기는 뱃속에 있는 아기는 괜찮은 거지 하지만 이사벨라의 표정이 오묘했던 불안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예민해져 그녀를 다그쳤습니다. 왜 빨리 대답해 주지않는 거야 혹시 내 아기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무슨 말 좀 해봐.
제 눈물 어린 호소에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는데요.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괜찮대 배 속에 아기는 아주 건강하다고 하니까 자기 몸부터 생각해 나한테 애들 좀 봐달라고 부탁하지 혼자 어쩌려고 이런 일을 벌인 거야. 나 정말 놀랐다고 저는 그녀의 말에 고맙지만 사양했습니다. 남에게 의지하면 고마운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커서 쉽게 기대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이런 응급 상황은 어쩔 수 없었지만요. 배 속의 아이에게는 아무 타격이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소중한 새생명을 잃는 큰 사고로 번질 뻔한 사고였어요. 이사벨라는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갔고, 안정을 취한 후에 병원을 나왔는데요 예민한 사고라 저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말았습니다.
에디 왜 이렇게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거야 너희 때문에 엄마도 동생도 위험해지기를 원하는 거야 너희에게 정말 실망스럽다. 다시 이런 사고가 생긴다면 아빠가 없을 땐 할아버지 할머니 집으로 보낼 줄 알아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면서 상처를 줬습니다. 다 말을 하자마자 후회했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어담을 수 없었죠.
아이들은 잔뜩 화가난 제 눈치를 보면서 자신들을 버리지 말라고 애원했어요. 그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당장은 풀릴 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날의 사고로 인해 아이들은 며칠째 제 눈치만 보길래 점점 미안해지더라 엄마로서 자격 박탈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 분위기를 풀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다 가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엄마가 처음이었으니까 결국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모든 사정을 설명 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했죠. 부모님은 제 말을 듣고는 곧 집에 오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습니다.
며칠 후에 정말로 부모님이 오셨는데 두 분만 온게 아니었어요 웬 이상한 개를 한 마리 데리고 왔더라고요 처음 보는 생김새의 개를 본 아이들은 겁을 먹었습니다. 부모님은 그 개를 진돗 개라고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게 궁금한게 아니었어요. 도대체 개를 왜 데리고 왔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아이들과 화해하도록 도와달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개라니요. 부모님은 황당한 행동도 모자라서 더 황당한 말을 하더군요. 로이아 오늘부터 새 식구가 될 친구란다. 아이들 혼자 보기 힘들었지 이제부터 이개가 에밀리 에디와 놀아주고 지켜줄 거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아빠 친구가 한국에 살고 있는데 이 진돗개가 주인을 한번 섬기면 그렇게 충성심이 강한 더구나 혼자 있는 날도 많은 데 도움이 많이 될거다. 남편 없이 저 혼자 지내는게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제코가 석자인데 걔를 어떻게 키우냐는 거죠. 아이들 보기도 힘들다고 했건만 개까지 돌보라고 데리고 온 부모님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개를 보고 처음엔 무서워하더니 이제는 가까이 다가가 관심을 보였어요. 저는 부모님에게 제 상황을 호소하며 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진돗개가 으르렁 되더니 아이들에게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더라고요. 깜짝 놀라 진돗개 앞에서 굳은 아이들을 제 뒤로 숨겼입니다.
이거 보세요 저 똥개가 우리 애들을 잡아먹게 생겼는데 애들을 지켜 준다고요 필요 없으니까 당장 데리고 가세요. 부모님은 제 말은들은 채도 하지 않더니 차에서 개집 꺼내서 마당에 내려놓았습니다.
무슨 짓이냐고 말려도 소용 없었어요. 진돗개에게 목줄을 채우고서 일단 키워 보라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는 제가 붙잡을까봐 얼른가 버렸습니다. 마당에 남겨진 진돗개는 떠나는 부모님 차를 보고 따라가려고 했는데요 목줄에 자꾸 걸려서 케케 대고 낑낑대고 혼자 난리였다.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더군요. 차라리 목줄을 끊고 부모님을 따라가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진돗개를 보고 불쌍하다며 배고파서 저러는게 아니냐 더라고요.
엎친 데 덮친 격이었지만, 그래도 굶겨 죽일 순 없으니 아이들과 마트에 가서 개 사료와 필요한 애완용품 몇 가지를 사 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절대 진돗개 가까이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요. 아이들은 다시 제 말을 안 듣고, 밥 그릇을 들고서 자기가 주겠다며 티격태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개 밥그릇을 뺏어서 개집 옆에 놓아 주었어요.
아이들이 아쉬워했지만 조금 전 으르렁대는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진돗개에게 디라라고 이름도 지어 주었습니다. 테디는 둘째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입니다. 귀찮은 일이 하나 더 늘어나자 한숨만 나왔어요. 적어도 개지만 아이를 이제 마당에 보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개가 아이들을 물기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큰 일이니까요. 하필이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업무까지 많아져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조금씩 소홀해지고 있었어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마당에 나가지 말라고 했더니 집안에서만 놀길래 마음을 살짝 놓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개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일에 몰두한 거 같아요.
2주 후에 일이 마무리되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거실로 나갔는데요. 집안 어디에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어요. 서둘러 마당으로 나가보니 아이들이 진돗개에게 깔려서 뒹굴고 있는 겁니다.
저는 악을 지르면서 진돗개를 물러나게 했어요. 얼른 아이들을 일으켜 그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했습니다. 괜찮냐고 다친 곳은 없냐고 살피며 물었습니다. 그 개는 저와 아이들을 향해 목줄이 팽팽해지도록 하고 있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개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말에 벙찌고 말았어요. 에밀리와 에디가 진돗개 테디에게 깔려 위협받던 게 아니라 함께 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일에 몰두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몰래 밥을 주고 장난감으로 놀아줬다고요. 심지어 아이들의 말을 잘 듣고 잘 따른다는 말에 충격에 빠졌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아서 바로 혼냈지만, 테디를 주고 가버렸을 때 진돗개 특징을 좀 알아봤었어요. 공격성이 강하다는 말이 많았어요. 지금이야 잘 놀아주니까 그렇다 쳐도 언제 어떻게 돌변해서 아이들을 위협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리 화내고 부탁하고 애원해도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역시나 크게 일이 터지고 말았죠. 이날도 아이들이 제 눈을 피해서 마당에 나가 놀고 있었습니다. 저는 태교 중이라 노래를 들어 놓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어린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제 첫째 딸 에밀리의 목소리였습니다.
흔들리자에서 벌떡 일어나 비명이 들려온 마당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에밀리와 에디는 진돗개 집 주변에 주저 앉아 있었는데 놀라서 다가갔다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밀리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팔은 또 왜 그렇고 제가 이렇게 놀란 이유는 바로 딸아이 왼팔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그 옆에서 엉엉 울고 있더군요. 잠시 후 딸아이의 팔을 자세히 살펴보고 저는 단단히 화가났습니다. 딸아이 팔에 피를 낸 범인을 잡았거든요. 그건 바로 테디 였습니다. 딸아이 팔에 선명한 짐승 이빨 자국이 있더라고요.
바로 응급차를 불렀죠 그리고는 마당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테디에게 다가갔습니다. 제딸을 저렇게 만든 놈을 가만둘 수 없었으니까요. 테디에게 빗자루를 휘두르려는 찰나에 테디가 짓는 바람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놓쳐버렸습니다. 저를 보고 이빨을 드러내며 우렁차게 짓는 모습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어요.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상황 판단이 느려 있었습니다. 테디는 저에게 달려오려고 했지만, 목줄이 걸려서 켁켁 대며 버둥거렸다. 벌벌 떨고 있었는데 이번엔 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돌아보자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핏불 한 마리가 아이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테디가 짖었던 이유는 바로 저 핏불 때문이었어요.
테디는 핏불을 향해 미친 듯이 짖었습니다. 그때 핏불은 테디의 방해 공작에 걸려들었는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살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옆으로 굴러 피했습니다. 핏불은 인정사정없이 테디의 목을 노리고 한 방에 물었습니다. 테디가 아파하는 신음을 내지르다 앞발로 핏불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어요.
테디의 발톱이 핏불의 눈에 긁혔는지 이번엔 핏불이 신음을 내며 물고 있던 테디의 목을 놓아버렸습니다. 틈을 놓치지 않고 테디가 핏불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어 버리더군요. 두 개가 싸우는 현장을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오금이 저려 왔습니다.
개싸움 소리에 주변 이웃들도 나오더니 집 앞에 몰려들었어요 어느새 저는 테디를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테디가 이겨야지 저 핏불도 꼬리 내리고 집마당에서 나갈 테니까요. 아이들은 하염없이 울면서 테디를 외치며 자꾸만 테디에게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이러다가 테디가 죽는 거 아니냐면서 그런 아이들을 어른들이 말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어요.
하지만 핏불은 호락호락한 개가 아니었습니다. 테디의 목줄을 제가 가서 풀어줄 수도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죠. 테디의 하얀 털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핏물에 목 옆구리 어깨 다리까지 물려 피로 얼룩덜룩해져서 목줄도 자꾸 당겨지는 호흡도 거칠어지고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테디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자 핏불은 재미를 다 보았는지, 주위로 눈을 돌리더군요. 그러다가 저와 눈이 딱 마주친 겁니다. 핏불은 다시 제게 달려오고 했어요.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선뜻 저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때였어요. 테디가 먹던 힘까지 내서 목줄을 당겨 끊어 버리더니 핏불에게 달려가는 겁니다.
그러더니 핏불의 목을 전보다 더 세게 물고 제게 오지 못하게 막아 주었어요. 온몸이 빨갛게 물든 채로 핏불의 힘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테디와 눈이 마주쳤는데요. 마치 저에게 자신이 핏불을 잡아두고 있을 테니 아이들을 데리고 얼른 도망치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그 눈빛이 마음이 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었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신고라도 해 달라며 애원했습니다. 경찰은 5분 내로 빠르게 도착했어요 샷건을 들고 마당에 들어왔지만 살벌한 개들의 싸움에 조준하기가 어려워 보였죠 하지만 곧바로 날뛰는 핏불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눈치 빠른 진돗개 테디가 살짝 피해 주었을 때 경찰이 핏불 머리 빈백 샷건을 쓸 수 있었어요. 핏불은 낑낑대며 그대로 엎어졌고, 상황은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응급차가 도착했고 저는 에밀리와 에디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여섯 살인 에밀리가 울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아주어서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했어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서웠을지 오늘 일이 무서운 트라우마로 남았을까 봐 걱정도 되었습니다. 팔에 붕대를 감은 딸을 보고 있으니 눈물 흐르더군요. 딸에게 다시는 테디 근처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요. 딸의 대답에 입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엄마이 상처 테디가 문게 아니야 내 팔을 문 건 핏불이 였어. 제가 오해를 해도 단단히 하고 있었더라고요. 저는 그 핏불이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경찰 조사를 원했습니다. 경찰이 알려주더군요. 이사 온 이웃집에서 핏불을 묶어 두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그 난리가 난 겁니다. 핏불은 어떻게 됐냐고 묻자 사망했다고 했어요. 심지어 핏불 주인은 경찰을 고소하겠다며 난동 부렸다고 했습니다.
핏불의 머리에 빈백 샷건을 쏜 건 과잉 대응이라고 했다더군요. 어처구니없고 화나는 핏불 주인의 말에 저도 고소하겠다고 경찰에게 말했습니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를 도와주겠다며 사건 경위를 자세히 알려 달라고 했는데요. 갑자기 에밀리와 에디가 다급하게 불러서 갔더니 테디가 마당에 쓰러져 있더라고요. 딸아이 치료 때문에 심하게 다친 테디를 잊고 있었던 겁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설마 숨이 멋은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코에 손가락을 대 보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숨은 붙어 있어서 얼른 동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보이는 것과 다르게 큰 부상은 없다고 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죠. 군데군데 찢어진 부분만 치료받고 소독하고 꿰매면 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테디가 치료받는 내내 걱정하는 표정으로 곁을 지켜주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테디는 치료받는 내내 저와 아이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터졌어요. 더 빨리 챙겨서 병원에 왔어야 했는데 미안함에 터진 눈물이었습니다. 치료를 마친 테디를 끌어안고 저와 아이들은 펑 울었어요.
병원 안에 있던 병원 관계자와 보호자들이 당황했지만, 그들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진돗개를 아니 테디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했던 말처럼 한국의 토종개 진돗개는 한번 섬긴 주인을 배신하지 않고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충성심 강한 개였어요.
누구보다 몸소 깨닫지 않았습니까. 아이들도 자기들을 구해준 테디와 더욱 돈독해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아이들이 마당에 나가 놀기를 원했고 저 또한 아이들이 마당에 있는 동안은 전보다 편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집엔 아주 든든한 테디가 있으니까요. 며칠 전에 부모님은 억지로 진돗개를 두고 간게 미안했는지 다시 돌아와 테디를 데려가겠다고 했는데요.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에 저도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습니다. 부모님은 한 달도 안 돼서 달라진 저의 태도에 의아해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그날의 일을 알려 주었어요. 그렇게 부모님은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셨고 이들 후에 남편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갑자기 생긴 진돗개에 놀라서 남편이 묻더라고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테디가 우리 집에 있게 된 날부터 모든 추억을 남편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남편은 놀랐다가 당황했다가 화났다가 마지막에는 눈물을 살짝 훔치는 듯 보였죠. 아이들은 남편까지 테디를 반겨 주자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테디에게 달려가더니 아직 테디가 남편은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건지 남편만 보면 으르렁 대기만 하네요.
그 후 남편을 따라 한국에 가게 됐는데요. 거기서 한국 가정집에서는 전부 온돌 보일러를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일러를 설치해서 버튼만 누르면 집 전체가 따뜻해지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아이 아이들도 바닥에 누워 보더니 온종일 누워 있을 수 있겠다며 좋아하더라고요.
남편의 업무 일정이 끝나고는 남편을 따라 충청남도 부여 기와 마을에 가서 토기도 만들고 기와 탁본도 체험해 보았습니다. 부여 기와 마을에서의 체험은 계절마다 다르다고 하니 4계절마다 한 번씩 오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네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저와 남편도 뿌듯했습니다.
저희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가 집에 온 돌 보일러를 설치했어요. 마을 사람들도 우리 집에 설치한 온돌 보일러를 체험하고는 자기들 집에도 설치해 달라더군요. 현재 남편은 한국 보일러 총판을 맡게 되었어요.
이 모든게 전부 우리 집에 온 축복 테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토종 진돗개 테디의 삶이 끝날 때까지 행복한 추억만 선사해 주고 싶습니다.
영국 헤리퍼드셔 주의, 작은 시골 마을 오코에 한 주택 마당 외국인 아이 두 명이 엄마의 눈을 피해서 마당에 나가 놀고 있습니다. 엄마로 보이는 외국인 여성은 태교 중인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클래식을 듣고 있네요. 그런데 갑자기 어린 여자아이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옵니다. 외국인 여성은 흔들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비명이 들린 마당으로 달려 나갑니다. 그곳엔 온몸에 피가 철철 흐르는 딸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외국인 여성과 아이 두 명이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던 그때 이번엔 뒤에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갑자기 어디서 커다란 짐승 한 마리가 아이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오는데 도대체 영국 작은 시골 오코치의 주택 마당에서 그들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 해리퍼드셔주의 작은 시골 오코에 사는 로이하입니다. 제 남편은 오래된 건물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여섯 살인 첫째 딸 에밀리와 미운네 살이라 불리는 둘째 아들 에디, 두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물론 일도 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로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할 수가 있어요. 남편은 아무도 직업이 저렇다 보니 집을 자주 비워야 해서 저라도 집에 있어야 했거든요. 두 아이만 키워야 하는 게 아니라 배속에 있는 셋째까지 잘 품고 있어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한창 뛰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감당하기엔 제 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마당으로 보내 놓고 조용하게 업무를 보면서 틈틈이 아이들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방 창문이 마당 쪽으로 나 있어서 아이들을 확인하기 딱 좋았습니다. 남편이 있는 동안 작업실방을 일부러 그쪽으로 옮겨둔 보람이 있었죠.
그러다가 남편이 출장을 간다고 하여 막막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제 걱정대로 남편이 출장을 가자마자 아이들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과 잘 놀아준 반면 통제도 잘해 주었거든요. 아이들을 잡아주는 사람이 집에 없으니까 집안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셈이었습니다.
제가 타이르는 목소리는 아이들 괴성에 묻히기만 했어요. 배 속의 아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지르기도 힘들었습니다. 남편이 출장을 간 처음 며칠은 마당에 나가 놀더니 4일째부터 집안에서 순례 잡기 하며 뛰놀더라고요. 아이들은 변덕도 심하고 새로운 장소와 놀이를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래도 제 아이들은 임신한 엄마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들일 줄 알았는데 제 욕심이 과했나 봅니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었고 하루는 빨래하려고 빨래 바구니를 들고 거실을 지나가던 중이었습니다. 이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순례 잡기 하느라 2층과 1층을 구석구석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그때 그 순간 둘째 아들인 에디와 부딪히고 말았어요 하필이면 아들 얼굴과 제 배가 정면으로 부딪쳤습니다. 배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며 빨래 바구니를 떨어뜨렸습니다. 거실바닥에 무릎을 꿇고 옆으로 쓰러진 채 딸과 아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들은 깜짝 놀랐는지 울먹이면서 조금 떨어져 있던 딸 아이 등 뒤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나마 첫째라고 에밀리가 제게 다가와 주었어요. 그때 딸이 제 다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 엄마 다리에 피가 흘러요. 엄마 죽지 마세요. 설마 했는데 딸의 반응을 보아하니 제 직감이 맞더군요.
아들과 정통으로 부딪히는 바람에 하열을 하고 만 겁니다. 다리 사이로 흐르는 끈적한 액체가 느껴졌는데 정말로 그게 피일 줄이야 제다리 사이로 흐르는 피를 보며 끝내 딸도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피를 보고 벌벌 떨면서 대성통곡하고 있었습니다.
눈앞이 흐려지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어요. 남편이라도 있었다면 바로 응급실에 절 데려갔지만 집에 어른은 저 혼자였죠 여섯 살과네 살 아이들이 응급 상황에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피까지 본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기는 어른도 힘들잖아요.
딸과 아들은 배를 잡고 식은땀까지 흘리는 저를 붙잡고 엄마 죄송해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제발 일어나요. 우리만 버리고 가지 마세요. “엄마 미안해”라며 울부짖었습니다.
저는 혼신의 힘을 짜내어 첫째 딸 에밀리의 팔을 붙잡았어요. 에밀리 엄마 말 잘 들어 지금 바로 옆집 이사벨라 아줌마를 불러와 이사벨라 아줌마 그래 이사벨라 아줌마한테 엄마가 위험하다고 전해줘, 얼른. ‘네 엄마 아줌마를 데리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딸은 제 부탁에 눈물 닦고 후다닥 뛰어나갔습니다.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 그렁그렁한 눈으로 절 쳐다보는 딸을 보니 저도 눈물이 나더군요. 아들은 제 손을 꼭 맞잡은 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눈을 감으면 아들이 절 흔들어 깨웠어요 눈을 감았다가 혹시나 뜨지 않을까 봐 두려웠나 봅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에밀리가 이사벨라를 데리고 와 주었습니다. 이사벨라는 하혈하고 있는 저를 보고 깜짝 놀라며 경기를 일으켰어요. 서둘러 응급차를 부르고 다리에 흐름 피를 닦아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수건의 물을 적셔와 달라며 부탁했고 아이들은 빠르게 젖은 수건을 가져다 주었죠.
이사벨라의 품에 안겨 있으니 자꾸만 정신을 놓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녀도 제 동공이 풀려가는 걸 느꼈는지 제 뺨을 때리면서 ‘정신 차려야지 자기 애들 생각하면서 버텨, 뱃속에 있는 아이도 버티고 있는데’ 자기가 이러면 안 돼라며 제가 정신을 놓을 수 없게 해주었습니다. 때마침 밖에서 올리는 구급차 소리에 마음을 확 놓아 버렸어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이들과 이사벨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는데 눈을 뜰 힘조차 없었거든요. 한참이 지나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병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는지 눈을 뜨자마자 제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였어요. 저는 절 걱정해 주는 아이들보다 배속의 아이가 먼저였습니다. 이사벨라 내 아기는 뱃속에 있는 아기는 괜찮은 거지 하지만 이사벨라의 표정이 오묘했던 불안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예민해져 그녀를 다그쳤습니다. 왜 빨리 대답해 주지않는 거야 혹시 내 아기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무슨 말 좀 해봐.
제 눈물 어린 호소에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는데요.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괜찮대 배 속에 아기는 아주 건강하다고 하니까 자기 몸부터 생각해 나한테 애들 좀 봐달라고 부탁하지 혼자 어쩌려고 이런 일을 벌인 거야. 나 정말 놀랐다고 저는 그녀의 말에 고맙지만 사양했습니다. 남에게 의지하면 고마운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커서 쉽게 기대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이런 응급 상황은 어쩔 수 없었지만요. 배 속의 아이에게는 아무 타격이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소중한 새생명을 잃는 큰 사고로 번질 뻔한 사고였어요. 이사벨라는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갔고, 안정을 취한 후에 병원을 나왔는데요 예민한 사고라 저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말았습니다.
에디 왜 이렇게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거야 너희 때문에 엄마도 동생도 위험해지기를 원하는 거야 너희에게 정말 실망스럽다. 다시 이런 사고가 생긴다면 아빠가 없을 땐 할아버지 할머니 집으로 보낼 줄 알아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면서 상처를 줬습니다. 다 말을 하자마자 후회했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어담을 수 없었죠.
아이들은 잔뜩 화가난 제 눈치를 보면서 자신들을 버리지 말라고 애원했어요. 그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당장은 풀릴 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날의 사고로 인해 아이들은 며칠째 제 눈치만 보길래 점점 미안해지더라 엄마로서 자격 박탈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 분위기를 풀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다 가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엄마가 처음이었으니까 결국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모든 사정을 설명 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했죠. 부모님은 제 말을 듣고는 곧 집에 오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습니다.
며칠 후에 정말로 부모님이 오셨는데 두 분만 온게 아니었어요 웬 이상한 개를 한 마리 데리고 왔더라고요 처음 보는 생김새의 개를 본 아이들은 겁을 먹었습니다. 부모님은 그 개를 진돗 개라고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게 궁금한게 아니었어요. 도대체 개를 왜 데리고 왔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아이들과 화해하도록 도와달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개라니요. 부모님은 황당한 행동도 모자라서 더 황당한 말을 하더군요. 로이아 오늘부터 새 식구가 될 친구란다. 아이들 혼자 보기 힘들었지 이제부터 이개가 에밀리 에디와 놀아주고 지켜줄 거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아빠 친구가 한국에 살고 있는데 이 진돗개가 주인을 한번 섬기면 그렇게 충성심이 강한 더구나 혼자 있는 날도 많은 데 도움이 많이 될거다. 남편 없이 저 혼자 지내는게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제코가 석자인데 걔를 어떻게 키우냐는 거죠. 아이들 보기도 힘들다고 했건만 개까지 돌보라고 데리고 온 부모님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개를 보고 처음엔 무서워하더니 이제는 가까이 다가가 관심을 보였어요. 저는 부모님에게 제 상황을 호소하며 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진돗개가 으르렁 되더니 아이들에게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더라고요. 깜짝 놀라 진돗개 앞에서 굳은 아이들을 제 뒤로 숨겼입니다.
이거 보세요 저 똥개가 우리 애들을 잡아먹게 생겼는데 애들을 지켜 준다고요 필요 없으니까 당장 데리고 가세요. 부모님은 제 말은들은 채도 하지 않더니 차에서 개집 꺼내서 마당에 내려놓았습니다.
무슨 짓이냐고 말려도 소용 없었어요. 진돗개에게 목줄을 채우고서 일단 키워 보라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는 제가 붙잡을까봐 얼른가 버렸습니다. 마당에 남겨진 진돗개는 떠나는 부모님 차를 보고 따라가려고 했는데요 목줄에 자꾸 걸려서 케케 대고 낑낑대고 혼자 난리였다.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더군요. 차라리 목줄을 끊고 부모님을 따라가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진돗개를 보고 불쌍하다며 배고파서 저러는게 아니냐 더라고요.
엎친 데 덮친 격이었지만, 그래도 굶겨 죽일 순 없으니 아이들과 마트에 가서 개 사료와 필요한 애완용품 몇 가지를 사 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절대 진돗개 가까이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요. 아이들은 다시 제 말을 안 듣고, 밥 그릇을 들고서 자기가 주겠다며 티격태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개 밥그릇을 뺏어서 개집 옆에 놓아 주었어요.
아이들이 아쉬워했지만 조금 전 으르렁대는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진돗개에게 디라라고 이름도 지어 주었습니다. 테디는 둘째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입니다. 귀찮은 일이 하나 더 늘어나자 한숨만 나왔어요. 적어도 개지만 아이를 이제 마당에 보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개가 아이들을 물기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큰 일이니까요. 하필이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업무까지 많아져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조금씩 소홀해지고 있었어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마당에 나가지 말라고 했더니 집안에서만 놀길래 마음을 살짝 놓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개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일에 몰두한 거 같아요.
2주 후에 일이 마무리되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거실로 나갔는데요. 집안 어디에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어요. 서둘러 마당으로 나가보니 아이들이 진돗개에게 깔려서 뒹굴고 있는 겁니다.
저는 악을 지르면서 진돗개를 물러나게 했어요. 얼른 아이들을 일으켜 그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했습니다. 괜찮냐고 다친 곳은 없냐고 살피며 물었습니다. 그 개는 저와 아이들을 향해 목줄이 팽팽해지도록 하고 있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개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말에 벙찌고 말았어요. 에밀리와 에디가 진돗개 테디에게 깔려 위협받던 게 아니라 함께 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일에 몰두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몰래 밥을 주고 장난감으로 놀아줬다고요. 심지어 아이들의 말을 잘 듣고 잘 따른다는 말에 충격에 빠졌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아서 바로 혼냈지만, 테디를 주고 가버렸을 때 진돗개 특징을 좀 알아봤었어요. 공격성이 강하다는 말이 많았어요. 지금이야 잘 놀아주니까 그렇다 쳐도 언제 어떻게 돌변해서 아이들을 위협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리 화내고 부탁하고 애원해도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역시나 크게 일이 터지고 말았죠. 이날도 아이들이 제 눈을 피해서 마당에 나가 놀고 있었습니다. 저는 태교 중이라 노래를 들어 놓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어린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제 첫째 딸 에밀리의 목소리였습니다.
흔들리자에서 벌떡 일어나 비명이 들려온 마당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에밀리와 에디는 진돗개 집 주변에 주저 앉아 있었는데 놀라서 다가갔다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밀리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팔은 또 왜 그렇고 제가 이렇게 놀란 이유는 바로 딸아이 왼팔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그 옆에서 엉엉 울고 있더군요. 잠시 후 딸아이의 팔을 자세히 살펴보고 저는 단단히 화가났습니다. 딸아이 팔에 피를 낸 범인을 잡았거든요. 그건 바로 테디 였습니다. 딸아이 팔에 선명한 짐승 이빨 자국이 있더라고요.
바로 응급차를 불렀죠 그리고는 마당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테디에게 다가갔습니다. 제딸을 저렇게 만든 놈을 가만둘 수 없었으니까요. 테디에게 빗자루를 휘두르려는 찰나에 테디가 짓는 바람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놓쳐버렸습니다. 저를 보고 이빨을 드러내며 우렁차게 짓는 모습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어요.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상황 판단이 느려 있었습니다. 테디는 저에게 달려오려고 했지만, 목줄이 걸려서 켁켁 대며 버둥거렸다. 벌벌 떨고 있었는데 이번엔 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돌아보자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핏불 한 마리가 아이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테디가 짖었던 이유는 바로 저 핏불 때문이었어요.
테디는 핏불을 향해 미친 듯이 짖었습니다. 그때 핏불은 테디의 방해 공작에 걸려들었는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살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옆으로 굴러 피했습니다. 핏불은 인정사정없이 테디의 목을 노리고 한 방에 물었습니다. 테디가 아파하는 신음을 내지르다 앞발로 핏불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어요.
테디의 발톱이 핏불의 눈에 긁혔는지 이번엔 핏불이 신음을 내며 물고 있던 테디의 목을 놓아버렸습니다. 틈을 놓치지 않고 테디가 핏불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어 버리더군요. 두 개가 싸우는 현장을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오금이 저려 왔습니다.
개싸움 소리에 주변 이웃들도 나오더니 집 앞에 몰려들었어요 어느새 저는 테디를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테디가 이겨야지 저 핏불도 꼬리 내리고 집마당에서 나갈 테니까요. 아이들은 하염없이 울면서 테디를 외치며 자꾸만 테디에게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이러다가 테디가 죽는 거 아니냐면서 그런 아이들을 어른들이 말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어요.
하지만 핏불은 호락호락한 개가 아니었습니다. 테디의 목줄을 제가 가서 풀어줄 수도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죠. 테디의 하얀 털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핏물에 목 옆구리 어깨 다리까지 물려 피로 얼룩덜룩해져서 목줄도 자꾸 당겨지는 호흡도 거칠어지고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테디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자 핏불은 재미를 다 보았는지, 주위로 눈을 돌리더군요. 그러다가 저와 눈이 딱 마주친 겁니다. 핏불은 다시 제게 달려오고 했어요.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선뜻 저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때였어요. 테디가 먹던 힘까지 내서 목줄을 당겨 끊어 버리더니 핏불에게 달려가는 겁니다.
그러더니 핏불의 목을 전보다 더 세게 물고 제게 오지 못하게 막아 주었어요. 온몸이 빨갛게 물든 채로 핏불의 힘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테디와 눈이 마주쳤는데요. 마치 저에게 자신이 핏불을 잡아두고 있을 테니 아이들을 데리고 얼른 도망치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그 눈빛이 마음이 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었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신고라도 해 달라며 애원했습니다. 경찰은 5분 내로 빠르게 도착했어요 샷건을 들고 마당에 들어왔지만 살벌한 개들의 싸움에 조준하기가 어려워 보였죠 하지만 곧바로 날뛰는 핏불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눈치 빠른 진돗개 테디가 살짝 피해 주었을 때 경찰이 핏불 머리 빈백 샷건을 쓸 수 있었어요. 핏불은 낑낑대며 그대로 엎어졌고, 상황은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응급차가 도착했고 저는 에밀리와 에디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여섯 살인 에밀리가 울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아주어서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했어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서웠을지 오늘 일이 무서운 트라우마로 남았을까 봐 걱정도 되었습니다. 팔에 붕대를 감은 딸을 보고 있으니 눈물 흐르더군요. 딸에게 다시는 테디 근처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요. 딸의 대답에 입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엄마이 상처 테디가 문게 아니야 내 팔을 문 건 핏불이 였어. 제가 오해를 해도 단단히 하고 있었더라고요. 저는 그 핏불이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경찰 조사를 원했습니다. 경찰이 알려주더군요. 이사 온 이웃집에서 핏불을 묶어 두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그 난리가 난 겁니다. 핏불은 어떻게 됐냐고 묻자 사망했다고 했어요. 심지어 핏불 주인은 경찰을 고소하겠다며 난동 부렸다고 했습니다.
핏불의 머리에 빈백 샷건을 쏜 건 과잉 대응이라고 했다더군요. 어처구니없고 화나는 핏불 주인의 말에 저도 고소하겠다고 경찰에게 말했습니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를 도와주겠다며 사건 경위를 자세히 알려 달라고 했는데요. 갑자기 에밀리와 에디가 다급하게 불러서 갔더니 테디가 마당에 쓰러져 있더라고요. 딸아이 치료 때문에 심하게 다친 테디를 잊고 있었던 겁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설마 숨이 멋은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코에 손가락을 대 보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숨은 붙어 있어서 얼른 동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보이는 것과 다르게 큰 부상은 없다고 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죠. 군데군데 찢어진 부분만 치료받고 소독하고 꿰매면 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테디가 치료받는 내내 걱정하는 표정으로 곁을 지켜주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테디는 치료받는 내내 저와 아이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터졌어요. 더 빨리 챙겨서 병원에 왔어야 했는데 미안함에 터진 눈물이었습니다. 치료를 마친 테디를 끌어안고 저와 아이들은 펑 울었어요.
병원 안에 있던 병원 관계자와 보호자들이 당황했지만, 그들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진돗개를 아니 테디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했던 말처럼 한국의 토종개 진돗개는 한번 섬긴 주인을 배신하지 않고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충성심 강한 개였어요.
누구보다 몸소 깨닫지 않았습니까. 아이들도 자기들을 구해준 테디와 더욱 돈독해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아이들이 마당에 나가 놀기를 원했고 저 또한 아이들이 마당에 있는 동안은 전보다 편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집엔 아주 든든한 테디가 있으니까요. 며칠 전에 부모님은 억지로 진돗개를 두고 간게 미안했는지 다시 돌아와 테디를 데려가겠다고 했는데요.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에 저도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습니다. 부모님은 한 달도 안 돼서 달라진 저의 태도에 의아해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그날의 일을 알려 주었어요. 그렇게 부모님은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셨고 이들 후에 남편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갑자기 생긴 진돗개에 놀라서 남편이 묻더라고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테디가 우리 집에 있게 된 날부터 모든 추억을 남편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남편은 놀랐다가 당황했다가 화났다가 마지막에는 눈물을 살짝 훔치는 듯 보였죠. 아이들은 남편까지 테디를 반겨 주자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테디에게 달려가더니 아직 테디가 남편은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건지 남편만 보면 으르렁 대기만 하네요.
그 후 남편을 따라 한국에 가게 됐는데요. 거기서 한국 가정집에서는 전부 온돌 보일러를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일러를 설치해서 버튼만 누르면 집 전체가 따뜻해지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아이 아이들도 바닥에 누워 보더니 온종일 누워 있을 수 있겠다며 좋아하더라고요.
남편의 업무 일정이 끝나고는 남편을 따라 충청남도 부여 기와 마을에 가서 토기도 만들고 기와 탁본도 체험해 보았습니다. 부여 기와 마을에서의 체험은 계절마다 다르다고 하니 4계절마다 한 번씩 오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네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저와 남편도 뿌듯했습니다.
저희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가 집에 온 돌 보일러를 설치했어요. 마을 사람들도 우리 집에 설치한 온돌 보일러를 체험하고는 자기들 집에도 설치해 달라더군요. 현재 남편은 한국 보일러 총판을 맡게 되었어요.
이 모든게 전부 우리 집에 온 축복 테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토종 진돗개 테디의 삶이 끝날 때까지 행복한 추억만 선사해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