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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 발행인] 상설 분쟁중재기구 필요하다
repoter : 박재필 기자 ( pjp78@naver.com ) 등록일 : 2014-11-17 19:33:03 · 공유일 : 2014-11-17 20:02:02


재건축 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을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굳이 한 가지만 꼽으라면 아마 `분쟁`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분쟁이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분쟁 없는 사업장은 없다"고 잘라 말할 정도로 모든 정비사업 현장이 분쟁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여 분쟁이 발생하는데, 크게 보자면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적인 요인은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갈등이나 조합 집행부 내부의 의견 불일치, 계약이나 업무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조합과 협력업체 간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기본적으로는 각자의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취재를 하다보면 분쟁의 발생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대개 "일반 조합원들의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사업을 이끌어가는 집행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정비사업에 대해 일반 조합원보다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 조합원들은 1년에 한 번 있는 조합원총회 때가 아니면 평상시에는 정비사업 진행과정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자신들도 조합원의 한 사람이고, 정비사업의 성공을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관심도 별로 없던 조합원들이 남의 말만 듣고는 조합을 힐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일반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비리나 이권개입 때문에 분쟁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업체 선정과정이나 계약 과정에서 집행부가 부정한 행위를 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합원 일부가 반발하고 나서면 곧바로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 개별 조합원들의 단발성 항의에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투쟁으로 비화되는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분쟁의 양상이 바뀌면서 좀 더 치열해진다. 즉, 겉으로는 집행부에 대한 비리의혹을 제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 집행부와 비대위 사이의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책임지고 중재 내지는 조정해주는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당연히 분쟁이 길어지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초기단계에서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될 경우 대부분 법정 소송으로 확대되고, 결국에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원들의 피해로 귀결된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조합원들의 이해부족에 기인한 것이든 조합 집행부의 비리에서 비롯된 것이든 대부분의 분쟁은 초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사실 대개의 경우 조합원들이 집행부의 비리라고 지적하는 것들의 상당 부분은 근거가 없는 `설`에 기인한 것이 많다. 이러한 `설`이 조합원 사이를 떠돌면서 확대재생산 되고, 결국에는 `정설`로 굳어져 분쟁을 심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초기단계에서 이러한 `설`들의 진위를 분별하고, 집행부와 조합원들의 의견이 소통될 수 있도록 조정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분쟁이 조기에 치유되느냐 심화되느냐가 갈린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정비사업을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분쟁해결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야기되는 분쟁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기구 및 제도적 정비가 매우 미비한 상태였고, 이러한 분쟁해결 제도의 미비는 각 이해관계자 간의 첨예한 대립과 사업진행의 지연, 사업기간의 장기화, 사업성의 저하, 조합원의 비용부담 증가 등 악순환으로 이어졌었다.
따라서 이러한 분쟁을 초기단계에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9년 5월27일자로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직 간접적으로 해결하고자 각 시 군 구에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77조의2(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 등)에 의하면 정비사업으로 인하여 발생된 분쟁의 조정을 위해 시 군 구에 분쟁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여 각 자치구의 정비사업과 관련된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제77조의3(조정위원회의 조정 등)에서는 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당사자로부터 조정신청을 접수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1회에 한해 30일 연장 가능)에 조정절차를 마쳐야 하며, 조정절차를 마친 경우 조정안을 작성하여 지체 없이 각 당사자에게 제시하고, 조정안을 제시받은 각 당사자는 그 제시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그 수락 여부를 조정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분쟁조정과 관련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 개정 등을 통해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3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도시분쟁조정위원회가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한 셈이다.
이는 무엇보다 도시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조정안에 대해 불복하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고, 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사업은 여전히 계속 추진되기 때문에 충분한 심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데 기인한다. 즉, 도시분쟁조정위원회가 분쟁에 관여된 이해주체간의 의견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조정결과에 의한 강제적인 조치수단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적 요인은 정책의 변화나 경제 여건의 악화 등을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의 정비사업 정책은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춘 활성화 대책이었다. 하지만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계속되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책이 정책의 주를 이루게 됐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계속되면서 정비사업은 사실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사실 정비사업을 둘러싼 분쟁의 대부분은 사업성, 즉 `돈`에서 비롯된다. 조합원이 예상했던 분담금보다 실제 분담금이 높아질 경우 필연적으로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데, 외부환경의 변화가 분담금 상승을 불러오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용적률을 규제하면 규제받는 만큼 주택을 덜 짓게 돼 분양수입금이 줄어들고, 당연히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국내 최대규모의 재건축사업장으로 꼽히는 A단지의 경우 용적률 규제 등이 잇따르면서 최초 예상했던 것보다 3000세대 가까이 건립규모가 줄었다. 당연히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극심한 분쟁을 겪어야만 했다.
또 기반시설설치 비용과 관련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65조에서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조합이 새로이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각 조합들이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와 `무상양도` 관련해서 소송전을 펼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상양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유상으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역시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경제여건의 악화에 따른 미분양 속출도 분쟁발생의 외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당수의 조합들이 미분양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분양대책비 증가, 할인분양 등에 따른 수입감소 등으로 이어져 결국 조합원 분담금 상승을 초래한다.
이처럼 외부 요인이 작용하게 되면 가뜩이나 잠재적인 내부 요인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분쟁을 촉발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정비사업은 기존의 노후한 도시환경을 개선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활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비사업은 다양한 이해주체의 합의를 기반으로 추진하여야 하지만, 토지등소유자의 자산가치 변동을 유발시킨다는 측면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할 소지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이해주체가 관여하는 정비사업은 상호 상반된 이해관계로 인해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고 이러한 갈등으로 인한 사업의 중단 또는 지연은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도시정비사업에서의 분쟁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분쟁과 갈등의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대응하는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해주는 상설기구의 설치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분쟁조정 관련 조항이 신설되고,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한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5급 이상 공무원,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에 재직하고 있는 자, 변호사 건축사 감정평가사 공인회계사, 그 밖에 정비사업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자로서 시·도 조례로 정하는 자`와 같은, 사실상 정비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 위주로 `위원`을 구성하고 있는 법 조항부터 개선해 정비사업 관련 시민단체, 조합대표자, 정비사업전문관리협회 등 실질적으로 정비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아울러 각 지방자치단체에 구성된 분쟁조정위원회에 더해 정부차원의 상설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상설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이 법원 판결에 준할 정도로 강제성을 갖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분쟁은 발생하는 순간부터 이미 조합원들의 피해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개의 분쟁이 초기단계에서 소통의 부재, 정보의 부재에서 비롯되고, 여기에 상호 신뢰부족에서 비롯된 불신이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공공차원에서 정비사업과 관련된 소통의 장, 교육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분쟁 없는 정비사업장은 없다"는 말을 더 이상 기사에서 쓰지 않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에 주)아유경제는 올 12월 한국주택문화연구원법인 설립(도시정비사업전문교육기관)을 통해 도시정비사업의 상설 분쟁 중재기구 역할과 더불어 좀 더 소통 하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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