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관련 제도는 이제 법령으로나 행정적으로 상당히 체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실무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갈등과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정비기반시설의 귀속 방식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법적 해석과 행정 관행 사이에서 격렬한 충돌을 일으키는 쟁점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65조제2항은 사업시행자가 새롭게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시설이 무상으로 양도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단지 조합이나 시행자의 재산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정비사업 전반에서 민간이 공공 기능을 대행하는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입법적 장치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무상양도는 선언적 권리로 간주되고, 실무에서는 협상 혹은 방침의 형태로 사실상 유상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A 조합 사건은 이러한 왜곡된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조합은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도로,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을 새롭게 설치했고, 그에 소요된 비용은 약 1038억 원에 달했다. 이는 명백히 법이 정한 무상양도 한도 범위 내 금액이었다. 그러나 성동구와 서울시는 이 중 약 590억 원에 대해서만 무상양도를 인정하고, 나머지 약 133억 원 상당 국공유지를 유상으로 조합에 매각했다. 조합은 사업 추진을 위해 이를 수용했지만,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된 이후, 해당 매매계약이 도시정비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임을 주장하며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제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도시정비법 제65조제2항이 단순한 권고규정이 아닌, 위반 시 계약 무효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강행규정임을 명확히 했다. 사업시행자가 법령에 따라 공공시설을 새로이 설치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귀속 받는 것은 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며, 이는 행정청의 방침이나 협의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이 판결은 무상양도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지목이나 계획상 결정 여부보다, 실제로 공공시설로 설치됐고 공공목적으로 이용됐는지 실질적 기준을 적용했다.
이 기준은 실무에 매우 큰 함의를 가진다. 단지 토지의 지목이 도로, 공원으로 돼 있거나 도시계획상 시설로 지정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상양도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토지가 공공용으로 실제 사용됐는지, 제3자의 점유가 있었는지 여부, 시설이 현실에서 작동했는지 여부까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의 경우, 「도로법」상 노선 지정, 도로구역 고시, 도로 개설 공사가 있었는지, 공원의 경우 실제로 공원 조성이 이뤄졌는지가 무상귀속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이는 조합 입장에서 무상양도 대상 여부를 판단하고 입증하는 데 훨씬 더 정교한 자료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해당 유상매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일부 부지를 유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조합이 이익을 얻은 이상 그만큼의 부담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법원은 단호하게 이를 배척했다. 강행규정은 사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도시정비법의 체계상 용적률 인센티브는 도시계획 판단의 문제일 뿐, 정비기반시설 귀속 문제와 교환 가능한 이익으로 취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무에서 종종 조합이 인ㆍ허가 지연이나 행정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잠정적 `교환조건`을 수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사건 판결은 이러한 임의적 조율이 법령의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판결은 조합의 처지에서 보면 단순히 133억 원을 돌려받은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행정이 협의와 방침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의 법적 권리를 침해해온 관행에 대해 사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법의 원칙을 회복한 것이다. 행정기관은 종종 `방침`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에 실질적인 선택권을 주지 않은 채 유상매입을 강요하고, 조합은 사업의 시급성과 행정적 부담으로 인해 이를 수용하고 만다. 이와 같은 구조는 조합이 공공시설을 새로 설치하면서도 기존 국공유지를 다시 매입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하고, 이는 곧 조합원과 입주민에게 비용 전가로 이어진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몇 가지 중요한 전략적 함의를 가진다. 첫째, 사업시행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명확히 하고, 관련 도면 및 감정평가서, 공사 내역서 등 증빙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둘째, 무상양도 대상 토지에 대해 공공시설의 설치 및 사용 실적을 입증할 수 있도록 관련 행정자료나 현장사진, 점유 현황을 사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행정청과의 협의는 가급적 문서화해 향후 법적 분쟁의 가능성을 줄이고, 모든 협의 내용이 도시정비법의 구조와 충돌하지 않는지 사전에 법률검토를 거쳐야 한다. 넷째, 유상매입이 이뤄진 경우에도 법적 구조상 반환 가능성이 있다면 사후에라도 계약 무효 주장과 부당이득 반환을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비기반시설은 단순한 인프라 시설이 아닌 민간과 공공이 만나는 접점이며, 사업 전체의 재정 구조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법령이 명시한 무상귀속 원칙은 공공을 대신한 민간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며, 이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법이 부여한 권리다.
조합은 "우리가 공원을 만들었고 도로를 닦았는데, 왜 다시 그 땅을 돈 주고 사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법원은 "그럴 이유 없다. 법은 사업시행자를 보호하고 있다"라고 명확히 답했다. 이 판결은 법이 현장에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결정이며, 도시정비사업 실무자들에게 실질적 법 적용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된다.
도시정비사업 관련 제도는 이제 법령으로나 행정적으로 상당히 체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실무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갈등과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정비기반시설의 귀속 방식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법적 해석과 행정 관행 사이에서 격렬한 충돌을 일으키는 쟁점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65조제2항은 사업시행자가 새롭게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시설이 무상으로 양도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단지 조합이나 시행자의 재산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정비사업 전반에서 민간이 공공 기능을 대행하는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입법적 장치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무상양도는 선언적 권리로 간주되고, 실무에서는 협상 혹은 방침의 형태로 사실상 유상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A 조합 사건은 이러한 왜곡된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조합은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도로,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을 새롭게 설치했고, 그에 소요된 비용은 약 1038억 원에 달했다. 이는 명백히 법이 정한 무상양도 한도 범위 내 금액이었다. 그러나 성동구와 서울시는 이 중 약 590억 원에 대해서만 무상양도를 인정하고, 나머지 약 133억 원 상당 국공유지를 유상으로 조합에 매각했다. 조합은 사업 추진을 위해 이를 수용했지만,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된 이후, 해당 매매계약이 도시정비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임을 주장하며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제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도시정비법 제65조제2항이 단순한 권고규정이 아닌, 위반 시 계약 무효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강행규정임을 명확히 했다. 사업시행자가 법령에 따라 공공시설을 새로이 설치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귀속 받는 것은 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며, 이는 행정청의 방침이나 협의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이 판결은 무상양도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지목이나 계획상 결정 여부보다, 실제로 공공시설로 설치됐고 공공목적으로 이용됐는지 실질적 기준을 적용했다.
이 기준은 실무에 매우 큰 함의를 가진다. 단지 토지의 지목이 도로, 공원으로 돼 있거나 도시계획상 시설로 지정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상양도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토지가 공공용으로 실제 사용됐는지, 제3자의 점유가 있었는지 여부, 시설이 현실에서 작동했는지 여부까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의 경우, 「도로법」상 노선 지정, 도로구역 고시, 도로 개설 공사가 있었는지, 공원의 경우 실제로 공원 조성이 이뤄졌는지가 무상귀속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이는 조합 입장에서 무상양도 대상 여부를 판단하고 입증하는 데 훨씬 더 정교한 자료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해당 유상매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일부 부지를 유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조합이 이익을 얻은 이상 그만큼의 부담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법원은 단호하게 이를 배척했다. 강행규정은 사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도시정비법의 체계상 용적률 인센티브는 도시계획 판단의 문제일 뿐, 정비기반시설 귀속 문제와 교환 가능한 이익으로 취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무에서 종종 조합이 인ㆍ허가 지연이나 행정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잠정적 `교환조건`을 수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사건 판결은 이러한 임의적 조율이 법령의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판결은 조합의 처지에서 보면 단순히 133억 원을 돌려받은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행정이 협의와 방침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의 법적 권리를 침해해온 관행에 대해 사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법의 원칙을 회복한 것이다. 행정기관은 종종 `방침`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에 실질적인 선택권을 주지 않은 채 유상매입을 강요하고, 조합은 사업의 시급성과 행정적 부담으로 인해 이를 수용하고 만다. 이와 같은 구조는 조합이 공공시설을 새로 설치하면서도 기존 국공유지를 다시 매입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하고, 이는 곧 조합원과 입주민에게 비용 전가로 이어진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몇 가지 중요한 전략적 함의를 가진다. 첫째, 사업시행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명확히 하고, 관련 도면 및 감정평가서, 공사 내역서 등 증빙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둘째, 무상양도 대상 토지에 대해 공공시설의 설치 및 사용 실적을 입증할 수 있도록 관련 행정자료나 현장사진, 점유 현황을 사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행정청과의 협의는 가급적 문서화해 향후 법적 분쟁의 가능성을 줄이고, 모든 협의 내용이 도시정비법의 구조와 충돌하지 않는지 사전에 법률검토를 거쳐야 한다. 넷째, 유상매입이 이뤄진 경우에도 법적 구조상 반환 가능성이 있다면 사후에라도 계약 무효 주장과 부당이득 반환을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비기반시설은 단순한 인프라 시설이 아닌 민간과 공공이 만나는 접점이며, 사업 전체의 재정 구조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법령이 명시한 무상귀속 원칙은 공공을 대신한 민간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며, 이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법이 부여한 권리다.
조합은 "우리가 공원을 만들었고 도로를 닦았는데, 왜 다시 그 땅을 돈 주고 사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법원은 "그럴 이유 없다. 법은 사업시행자를 보호하고 있다"라고 명확히 답했다. 이 판결은 법이 현장에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결정이며, 도시정비사업 실무자들에게 실질적 법 적용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