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삼켰던 여물을 게워내어 되씹으며 미각삼매경에 든 황소의 목줄기를 바라보면서 나도 함께 군침을 삼키며 미각삼매경에 빠져 물아일체物我ᅳ體가 된다.
얼마나 맛이 있기에 저리도 씹고 또 씹을까?
근간에는 심심찮게 봄의 향기가 밥상에 오르곤 한다. 구수한 쑥향에 상큼한 달래맛, 모두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추억을 씹는 것이다. 거기에 냉이국이라도 오르는 날이면 달덩이 같은 누나의 모습이 환영으로 뜬다. 외양간의 황소는 여물을 반추하며 살고, 우리 인생은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추억을 반추하며 사는 것인가 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자를 매체로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묘사해 내는 작업이라 했다. 원고뭉치를 뒤적여 보지만 부끄러운 신변잡사들뿐, 글마다 무문곡필無文曲筆이다.
이것을 하나의 서권書卷으로 만들어 보자고 손을 잡아주신 전 오산대학교 총장 홍문표 교수님의 호의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며, 퇴근 후 컴맹인 아비를 도와 책 만드는 데 수고한 우리 아들에게도 손을 들어주고 싶다.
바라거니와 독자제위께서도 밤이 깊어 잠이 오지 않을 때 한 편이라도 읽어보시고 필자의 우매를 동정하면서 조소나마 보내주시면 분외의 행으로 생각할 터이다.
― 이인희, <서문>
이번 수필집을 보면 전반부에서는 그동안의 인생체험과 깨달음을 기록한 수상의 글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중간제목을 보면 솔모종, 곡운구곡, 모정, 분단의 슬픔, 세시기, 묘, 단상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부분은 물론 선생의 삶이 거울처럼 반영된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속엔 한 개인의 인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격동기 근대사의 모습도 있고, 소박한 농촌의 따뜻한 추억이 있고, 한학의 깊은 조예가 있고, 심오한 불심이 있고, 우리들 선조들이 소중하게 간직해온 세시풍속과 정겨운 문화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산업화, 도시화로 잊혀져가는 민초들의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영문학을 전공한 서구적 지식인이라기보다는 대단히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선비의 모습을 보게 된다.
― 홍문표(시인. 비평가. 전 오산대 총장), 해설 <빛나는 불교문학의 정수> 중에서
- 차 례 -
서문
1. 솔모종
솔모종
힘수
기억에 남는 산사에서의 하룻밤
만추
태고사 가는 길 역지사지
사랑의 리퀘스트
2. 곡운구꼭曲雲九谷
청람산의 봄
오월의 세레나데
만추의 꿈
생에 대한 애집
不二
3. 모정
모정불심
모자상봉
술밥
4. 분단의 슬픔
온정리 사람들
눈 내리는 두만강
5. 세시기
동지
설
입춘절
한식
한식과 묘지문학
추석차례
낯설은 한가위
역귀성
6. 묘
무루당 이야기
내 무덤은 어디에
묘봉에 서려 있는 서정
서글픈 풍경화 한 장
눈 속에 떠나보낸 장미
유택
추억의 반추
이인희 수필집 / 창조문학사 刊
외양간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삼켰던 여물을 게워내어 되씹으며 미각삼매경에 든 황소의 목줄기를 바라보면서 나도 함께 군침을 삼키며 미각삼매경에 빠져 물아일체物我ᅳ體가 된다.
얼마나 맛이 있기에 저리도 씹고 또 씹을까?
근간에는 심심찮게 봄의 향기가 밥상에 오르곤 한다. 구수한 쑥향에 상큼한 달래맛, 모두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추억을 씹는 것이다. 거기에 냉이국이라도 오르는 날이면 달덩이 같은 누나의 모습이 환영으로 뜬다. 외양간의 황소는 여물을 반추하며 살고, 우리 인생은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추억을 반추하며 사는 것인가 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자를 매체로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묘사해 내는 작업이라 했다. 원고뭉치를 뒤적여 보지만 부끄러운 신변잡사들뿐, 글마다 무문곡필無文曲筆이다.
이것을 하나의 서권書卷으로 만들어 보자고 손을 잡아주신 전 오산대학교 총장 홍문표 교수님의 호의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며, 퇴근 후 컴맹인 아비를 도와 책 만드는 데 수고한 우리 아들에게도 손을 들어주고 싶다.
바라거니와 독자제위께서도 밤이 깊어 잠이 오지 않을 때 한 편이라도 읽어보시고 필자의 우매를 동정하면서 조소나마 보내주시면 분외의 행으로 생각할 터이다.
― 이인희, <서문>
이번 수필집을 보면 전반부에서는 그동안의 인생체험과 깨달음을 기록한 수상의 글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중간제목을 보면 솔모종, 곡운구곡, 모정, 분단의 슬픔, 세시기, 묘, 단상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부분은 물론 선생의 삶이 거울처럼 반영된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속엔 한 개인의 인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격동기 근대사의 모습도 있고, 소박한 농촌의 따뜻한 추억이 있고, 한학의 깊은 조예가 있고, 심오한 불심이 있고, 우리들 선조들이 소중하게 간직해온 세시풍속과 정겨운 문화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산업화, 도시화로 잊혀져가는 민초들의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영문학을 전공한 서구적 지식인이라기보다는 대단히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선비의 모습을 보게 된다.
― 홍문표(시인. 비평가. 전 오산대 총장), 해설 <빛나는 불교문학의 정수> 중에서
- 차 례 -
서문
1. 솔모종
역지사지
솔모종
힘수
기억에 남는 산사에서의 하룻밤
만추
태고사 가는 길
사랑의 리퀘스트
2. 곡운구꼭曲雲九谷
청람산의 봄
오월의 세레나데
만추의 꿈
생에 대한 애집
不二
3. 모정
모정불심
모자상봉
술밥
4. 분단의 슬픔
온정리 사람들
눈 내리는 두만강
5. 세시기
동지
설
입춘절
한식
한식과 묘지문학
추석차례
낯설은 한가위
역귀성
6. 묘
무루당 이야기
내 무덤은 어디에
묘봉에 서려 있는 서정
서글픈 풍경화 한 장
눈 속에 떠나보낸 장미
유택
7. 단상
무상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복날단상
무상은 위대한 것
회광반조
반야지
상속
8. 아버지 수암스님의 自敍詩 十篇
군사혁명
범죄수형 제위만사
방송기일음
자형일탄 서정시
신축년 십이월 이십칠일 야음
십학
자계시
심원일사
학비수곤하는 자식에 계함
무제
아버지 수암
9. 팔정도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 정진
정념
정정
10. 육바라밀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정진바라밀
선정바라밀
반야바라밀
죽하의 글 | 홍문표_빛나는 불교문학의 정수
[2014.04.20 초판발행. 280쪽. 정가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