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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강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등록일 : 2014-05-03 02:57:34 · 공유일 : 2014-05-05 23:53:00


붉은 강 
홍순미 시집 / 월간문학 출판부 刊

  인생은 예술이다.
  25살, 그해 겨울 아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나는 그 남자에게 순백의 내 캔버스를 통째로 내주고 말았다. 그 후 그는 피카소마냥 낙서 같은 그림을 거기에 갈겨대기 시작했다.
  남자는 천사 같은 두 아들을 내게 오게 했고, 그 시절 나는 봄날 같은 행복만 있었다. 그것도 고작 몇 년, 남자는 아지랑이 피는 봄 같은 행복이 지루했던 모양이었다.
  슬슬 캔버스에 바람 불어넣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인가는 먹물 푹 찍어 환칠하기 시작했다. 삶은 순식간에 뒤죽 박죽이 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 이후로도 남자는 수도 없는 환칠로 있었다.
  그 즈음 갈겨댄 글들을 나는 총 일곱 권의 책으로 묶었고 삶은 뜨거웠다.
  오면서 피카소 같은 이 남자가 없었더라면 아마 오늘 나는 이 『붉은 강』이란 시집으로 인쇄소 잉크 냄새를 맡지 못했을 것이다.
  방금 찍어낸 따끈따끈한 이 한 권 책을 들고 나는 이제 그의 우리에서 출소하려 한다.
  눈이 부시다.
  순백의 캔버스에 그림 그리러 와 준 당신은 참으로 훌륭한 예술가였습니다.
홍순미, 책머리글 <『붉은 강』을 엮으며> 중에서


      - 차    례 -

칠흑같이 어두운 뇌에 빛을 주소서
붉은 강
올무
우물에 빠진 코끼리
반딧불이는 시인이다
아나콘다로 사는 여자 

밤의 노래
금줄
광대
똥의 철학
질다
취우
외마디 소리
스캔들
눈이 아프다

있는 그대로

빛으로 날다
이슬도 무거운 여자
호적의 잉크가 무거워진 여자
바람이 분다
비루하다
깨진 립스틱
잘 가요 안녕
봄은 움직임이다
겨울비
어찌 그리 더디 오시나요
눈물 밟고 온 사랑
면구하고 면구한 일입니다
나는 찾았다
별 거 아녔다
4월이 오면
생각의 눈을 감는다
풍경
도덕경
가난을 날개다
거푸집 속 모조품

강으로 흐르고 있는 모든 것들은 꿈틀거림이다

[2013.12.22 초판발행. 55쪽. 정가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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