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정우 기자]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성공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창조적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성공을 추구 합니다" 한전KDN(대표이사 임수경) 홈페이지에 있는 회사 소개 문구다. 하지만 최근 한전KDN의 행보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모든 비리의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한전KDN은 한국전력공사(대표이사 조환익·이하 한전)의 자회사로, 전력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부문에 걸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런 한전KDN가 비리에 있어서도 전 부문에 걸쳐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신뢰의 대상이 돼야 할 공기업인 한전과 자회사들이 송전탑 돈 봉투 논란, 부실시공, 원전 비리 및 인사 문제 등을 일으키며 소위 `전(電)피아(전력+마피아)`라는 타이틀까지 얻은 가운데 한전KDN도 이에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前사장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제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
납품 업체로부터 금품 수수, 조직적 회사 자금 착복 정황 포착
한전KDN이 추구하는 기업 문화는 `모든 구성원에게 즐겁고 신바람 나는 일터 제공과 함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한전KDN의 임직원들이 협력 업체로부터 금품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착복해 온 정황이 포착돼 그들이 말하는 `신바람 나는 일터`가 과연 어떤 모습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장영섭)는 배임 수재 혐의로 전날 체포된 한전KDN 직원 고모 씨와 박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27일 검찰이 한전KDN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수사한 끝에 고씨 등이 한전KDN에 장비를 공급해 온 IT업체 K사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납품 업체인 K사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수표와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로 강모 한전 전(前) 상임감사와 한전KDN 전직 임원 김모 씨가 검찰에 구속되고 국모 정보통신사업처장과 김모 차장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바 있다
이번 납품 비리 의혹에 연루된 K사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한전KDN으로부터 `IT통신센터 구축용 주자재` 사업 등 223억 원 상당의 공사 13건을 수주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K사가 한전 임직원들에게 조직적인 상납을 벌였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납품 비리 의혹과 동시에 한전KDN은 이미 내부 운영 비리와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입법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전 사장에서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회사 돈을 빼돌려 온 사실이 드러나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음이 밝혀졌다. 지난 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한전KDN의 운영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 사장 김모 씨를 「정치자금법」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김모 전 본부장 등 2명을 배임 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허위 출장 보고서를 작성해 회사 자금을 조직적으로 착복한 차장 김모 씨 등 38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2012년 8월 지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참석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1년간 2000만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본부장도 지난해 11월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한전KDN 사업 수주를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11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비리는 임원들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직원들도 회사 자금을 조직적으로 착복해 온 정황이 포착돼서다. 김모 차장 등 38명은 본사 직원 400여 명이 출장을 간 사실이 없음에도 2012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총 4160회에서 걸쳐 허위 출장 보고서를 올려 총 11억2000만 원을 수령해 개인적인 유용하거나 상급자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적 입법 로비… "일을 그렇게 하지"
1인당 10만 원씩 568명 돈 모아 국회의원에 후원
`경영층의 강력한 리더십과 모든 직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Happy Open Top 문화를 실천한다`는 한전KDN의 기업 문화 핵심 가치는 임직원을 아우르는 비리 정황에 `공수표`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입법 로비 활동도 조직적으로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사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김현미 의원, 새누리당 홍일표, 여상규 의원 등 총 4명에게 입법을 청탁한다며 직원 568명에게 후원금 모금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2년 11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법안을 전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한전이 100% 출자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한전KDN은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한전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되기에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위해 김 전 사장은 김모 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사업대처팀`을 꾸려 입법 발의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국회의원 4명을 선정하고 의원실 방문 등을 통해 개정안 내용에 `제한 기업 중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조문을 넣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가로 같은 해 12월부터 한전KDN 직원 491명이 10만 원씩 모아 전 의원에게 1280만 원을, 나머지 세 의원들에게도 995만~1430만 원의 후원금을 입금하도록 했다. 이후 `공공기관 제외` 문구를 삽입한 개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한 지난해 8월 26일에는 기부금을 내지 않았던 직원 77명에게 입법 발의 의원들의 후원금 계좌에 536만 원을 추가로 기부하도록 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기업이나 법인이 국회의원에게 후원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조항을 피함과 동시에 개인 명의의 10만 원 이하 소액 후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통해 전액 환급해주는 규정을 악용한 셈이다. 또한 지난해 6월 전순옥 의원 출판기념회에서는 한전KDN이 900만 원 상당의 책자 300권을 일괄 구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한전KDN의 요구대로 `공공기관 제외` 조문이 삽입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3월 31일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의원들이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행위가 성립되지는 않기에 경찰은 아직 이들 의원의 입건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의원들이 후원금의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그 대가로 입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경찰은 추후 한전KDN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후원금 기부 내역 및 대응팀 회의 자료 등의 증거물을 토대로 국회의원 4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 의원은 지난 19일 보도 자료를 통해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입법 로비를 받았다는 경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입법 로비를 받은 사실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면서 "이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공공기관 제외` 조문을 삽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취지와 달리 공공기관이 공공 부문 발주 사업 참여가 배제돼 공공기관이 민영화(외국계 대기업 수주)되는 상황을 막아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하고 법안 소관 위원회가 바뀌면서 법안 상정이나 심사는 모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저지른 비리는 `천태만상` 처벌은 `솜방망이`
이러니 기강이 이 모양이지… "후속 대책 시급"
한전KDN의 문제는 이전에도 수차례 지적됐다. 지난달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전KDN의 최근 3년간 임직원 징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임 1명, 정직 2명, 감봉 5명, 견책 9명 등 17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지난달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 자료를 내고 "입찰 정보 유출은 기본 배임 수재에 금품 상납, 상습 도박, 불륜까지 한전KDN 직원들의 막장 드라마 같은 기강 해이가 도를 넘고 있지만 징계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1급 간부인 김모 처장은 지난 3월 내연 관계로 의심되는 여성과 법인카드로 외식을 즐기다 국무조정실에 적발됐는데 조사 과정에서 공사를 도급받는 업체 대표와 상습적 도박 등이 드러나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프린터 토너 등 사무 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 주문을 한 뒤 돈을 받아낸 직원 강모 씨와 불륜을 벌여 온 유모 씨가 견책 징계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2년 11월 직원 박모 씨는 미국 태양광사업을 조사하면서 발주처의 재무 상태 등을 허위 보고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16억 원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고 1급 간부 박모 씨는 가족이 근무하는 회사에 30억 원의 회사 자금을 멋대로 예금하거나 금리 조건이 불리한 금융기관에 2012년 회사 자금 230억 원을 예치해 견책 처분을 받았다. 또 다른 1급 간부 최모 씨는 정보통신 기자재를 발주하면서 직원들과 짜고 입찰 정보를 빼돌려 알려주고 현금 600만 원과 노트북 등 9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게 적발돼 해임됐다.
이에 박 의원은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관리·감독 기관의 철저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겐 든든한 `엄마`가 있는 걸요"
한전 일감 몰아주기에 연명… 그래서 속은 편하다?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서 직원 기강마저 엉망인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해답은 `모기업` 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은 지난 4월부터 한전이 발주한 소프트웨어사업 14건 중 11건이 한전KDN에게 돌아갔고 이 중 9건이 수의계약, 1건이 제한경쟁, 1건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일반경쟁으로 입찰이 진행된 3건만 중소기업에게 낙찰됐다는 점을 들며 한전KDN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밥그릇을 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물품 구매 계약을 특정 업체들에게 `몰아주기`를 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한전KDN은 심지어 한전과의 수의계약 시점보다 먼저 하청 업체 입찰공고를 내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전KDN은 한전이 든든하게 일감을 보장해주고 하청 업체를 상대로는 `갑의 위치`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방만 경영이 이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는 셈이다.
일련의 비리 의혹과 문제 제기에 대해 한전KDN 홍보문화팀 담당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으며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한전KDN이 `전력 마피아`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조직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한전과 그 자회사들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전KDN도 `전피아`의 일원으로서 오욕의 역사의 장본인으로 남게 될 것인지 국민과 사정 당국의 이목이 쏠려 있다.
[아유경제=김정우 기자]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성공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창조적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성공을 추구 합니다" 한전KDN(대표이사 임수경) 홈페이지에 있는 회사 소개 문구다. 하지만 최근 한전KDN의 행보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모든 비리의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한전KDN은 한국전력공사(대표이사 조환익·이하 한전)의 자회사로, 전력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부문에 걸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런 한전KDN가 비리에 있어서도 전 부문에 걸쳐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신뢰의 대상이 돼야 할 공기업인 한전과 자회사들이 송전탑 돈 봉투 논란, 부실시공, 원전 비리 및 인사 문제 등을 일으키며 소위 `전(電)피아(전력+마피아)`라는 타이틀까지 얻은 가운데 한전KDN도 이에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前사장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제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
납품 업체로부터 금품 수수, 조직적 회사 자금 착복 정황 포착
한전KDN이 추구하는 기업 문화는 `모든 구성원에게 즐겁고 신바람 나는 일터 제공과 함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한전KDN의 임직원들이 협력 업체로부터 금품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착복해 온 정황이 포착돼 그들이 말하는 `신바람 나는 일터`가 과연 어떤 모습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장영섭)는 배임 수재 혐의로 전날 체포된 한전KDN 직원 고모 씨와 박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27일 검찰이 한전KDN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수사한 끝에 고씨 등이 한전KDN에 장비를 공급해 온 IT업체 K사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납품 업체인 K사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수표와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로 강모 한전 전(前) 상임감사와 한전KDN 전직 임원 김모 씨가 검찰에 구속되고 국모 정보통신사업처장과 김모 차장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바 있다
이번 납품 비리 의혹에 연루된 K사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한전KDN으로부터 `IT통신센터 구축용 주자재` 사업 등 223억 원 상당의 공사 13건을 수주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K사가 한전 임직원들에게 조직적인 상납을 벌였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납품 비리 의혹과 동시에 한전KDN은 이미 내부 운영 비리와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입법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전 사장에서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회사 돈을 빼돌려 온 사실이 드러나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음이 밝혀졌다. 지난 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한전KDN의 운영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 사장 김모 씨를 「정치자금법」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김모 전 본부장 등 2명을 배임 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허위 출장 보고서를 작성해 회사 자금을 조직적으로 착복한 차장 김모 씨 등 38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2012년 8월 지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참석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1년간 2000만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본부장도 지난해 11월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한전KDN 사업 수주를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11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비리는 임원들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직원들도 회사 자금을 조직적으로 착복해 온 정황이 포착돼서다. 김모 차장 등 38명은 본사 직원 400여 명이 출장을 간 사실이 없음에도 2012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총 4160회에서 걸쳐 허위 출장 보고서를 올려 총 11억2000만 원을 수령해 개인적인 유용하거나 상급자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적 입법 로비… "일을 그렇게 하지"
1인당 10만 원씩 568명 돈 모아 국회의원에 후원
`경영층의 강력한 리더십과 모든 직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Happy Open Top 문화를 실천한다`는 한전KDN의 기업 문화 핵심 가치는 임직원을 아우르는 비리 정황에 `공수표`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입법 로비 활동도 조직적으로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사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김현미 의원, 새누리당 홍일표, 여상규 의원 등 총 4명에게 입법을 청탁한다며 직원 568명에게 후원금 모금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2년 11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법안을 전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한전이 100% 출자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한전KDN은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한전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되기에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위해 김 전 사장은 김모 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사업대처팀`을 꾸려 입법 발의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국회의원 4명을 선정하고 의원실 방문 등을 통해 개정안 내용에 `제한 기업 중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조문을 넣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가로 같은 해 12월부터 한전KDN 직원 491명이 10만 원씩 모아 전 의원에게 1280만 원을, 나머지 세 의원들에게도 995만~1430만 원의 후원금을 입금하도록 했다. 이후 `공공기관 제외` 문구를 삽입한 개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한 지난해 8월 26일에는 기부금을 내지 않았던 직원 77명에게 입법 발의 의원들의 후원금 계좌에 536만 원을 추가로 기부하도록 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기업이나 법인이 국회의원에게 후원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조항을 피함과 동시에 개인 명의의 10만 원 이하 소액 후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통해 전액 환급해주는 규정을 악용한 셈이다. 또한 지난해 6월 전순옥 의원 출판기념회에서는 한전KDN이 900만 원 상당의 책자 300권을 일괄 구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한전KDN의 요구대로 `공공기관 제외` 조문이 삽입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3월 31일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의원들이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행위가 성립되지는 않기에 경찰은 아직 이들 의원의 입건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의원들이 후원금의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그 대가로 입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경찰은 추후 한전KDN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후원금 기부 내역 및 대응팀 회의 자료 등의 증거물을 토대로 국회의원 4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 의원은 지난 19일 보도 자료를 통해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입법 로비를 받았다는 경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입법 로비를 받은 사실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면서 "이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공공기관 제외` 조문을 삽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취지와 달리 공공기관이 공공 부문 발주 사업 참여가 배제돼 공공기관이 민영화(외국계 대기업 수주)되는 상황을 막아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하고 법안 소관 위원회가 바뀌면서 법안 상정이나 심사는 모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저지른 비리는 `천태만상` 처벌은 `솜방망이`
이러니 기강이 이 모양이지… "후속 대책 시급"
한전KDN의 문제는 이전에도 수차례 지적됐다. 지난달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전KDN의 최근 3년간 임직원 징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임 1명, 정직 2명, 감봉 5명, 견책 9명 등 17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지난달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 자료를 내고 "입찰 정보 유출은 기본 배임 수재에 금품 상납, 상습 도박, 불륜까지 한전KDN 직원들의 막장 드라마 같은 기강 해이가 도를 넘고 있지만 징계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1급 간부인 김모 처장은 지난 3월 내연 관계로 의심되는 여성과 법인카드로 외식을 즐기다 국무조정실에 적발됐는데 조사 과정에서 공사를 도급받는 업체 대표와 상습적 도박 등이 드러나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프린터 토너 등 사무 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 주문을 한 뒤 돈을 받아낸 직원 강모 씨와 불륜을 벌여 온 유모 씨가 견책 징계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2년 11월 직원 박모 씨는 미국 태양광사업을 조사하면서 발주처의 재무 상태 등을 허위 보고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16억 원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고 1급 간부 박모 씨는 가족이 근무하는 회사에 30억 원의 회사 자금을 멋대로 예금하거나 금리 조건이 불리한 금융기관에 2012년 회사 자금 230억 원을 예치해 견책 처분을 받았다. 또 다른 1급 간부 최모 씨는 정보통신 기자재를 발주하면서 직원들과 짜고 입찰 정보를 빼돌려 알려주고 현금 600만 원과 노트북 등 9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게 적발돼 해임됐다.
이에 박 의원은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관리·감독 기관의 철저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겐 든든한 `엄마`가 있는 걸요"
한전 일감 몰아주기에 연명… 그래서 속은 편하다?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서 직원 기강마저 엉망인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해답은 `모기업` 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은 지난 4월부터 한전이 발주한 소프트웨어사업 14건 중 11건이 한전KDN에게 돌아갔고 이 중 9건이 수의계약, 1건이 제한경쟁, 1건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일반경쟁으로 입찰이 진행된 3건만 중소기업에게 낙찰됐다는 점을 들며 한전KDN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밥그릇을 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물품 구매 계약을 특정 업체들에게 `몰아주기`를 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한전KDN은 심지어 한전과의 수의계약 시점보다 먼저 하청 업체 입찰공고를 내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전KDN은 한전이 든든하게 일감을 보장해주고 하청 업체를 상대로는 `갑의 위치`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방만 경영이 이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는 셈이다.
일련의 비리 의혹과 문제 제기에 대해 한전KDN 홍보문화팀 담당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으며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한전KDN이 `전력 마피아`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조직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한전과 그 자회사들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전KDN도 `전피아`의 일원으로서 오욕의 역사의 장본인으로 남게 될 것인지 국민과 사정 당국의 이목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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