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뉴스

경제 > 부동산
기사원문 바로가기
말뿐인 ‘주민 주도’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 첫발부터 삐끗
repoter : 서승아 기자 ( nellstay87@naver.com ) 등록일 : 2014-11-28 17:26:18 · 공유일 : 2014-11-28 20:01:47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하려면 도시의 소프트웨어인 주민이 주체가 돼야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은 주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의 후속 조치로 사업 대상을 `구역`에서 `생활권`으로 하는 이른바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골자로 하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사업은 자치구 신청을 받아 추진되며 내년 도시재생 예산 1472억 원 중 1091억 원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서울형 재생기구`도 신설, 4년간 약 1조 원의 자금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SH공사 "서울형 도시재생 모델, 전국 표준 모델로 확산시킬 것"
장점도 많아 보이고 출발도 거창한데… "…"
"SH공사를 주거 복지와 도시재생 전문기관으로 육성하겠다"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지난 10일 가진 취임식에서 "중앙정부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추진하는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서울시 전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며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성공 모델을 만들어 전국적인 표준 모델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하는 구도심을 방치할 수 없어 탄생한 대안 사업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기본적으로 도시를 새롭게 정비한다는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맥락이지만 방식은 전혀 다르다. 지난 4월 전국 13개 지역을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이하 국토부)가 도시재생선도지역을 선정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이 본격 출범했다.
그 중 서울시는 창신·숭인뉴타운 해제 지역의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안`이 최근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가결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가결된 창신·숭인지구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따르면 주거환경 개선과 이 지역에 많은 봉제산업 재생, 관광자원화 등 3개 분야로 나눠 재생사업이 추진된다. 주거환경 개선은 시가 융자를 지원하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택 개·보수를 해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쇠퇴한 도시의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게 기존의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과 다른 점이다. 무조건 낡은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개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거환경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사업 성패 좌우
업계 "`개봉3동 도시재생사업` 본받아라"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은 무엇보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주민들의 힘으로 1차 완료를 이뤄 낸 구로구 개봉3동 도시재생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5일 구로구(구청장 이성)는 개봉3동 일대(면적 3만2958㎡)에 대해 실시했던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1차 사업을 완료했다. 이번에 재생사업이 실시된 곳은 2012년 서울시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학생 공모전`에서 성균관대 학생들이 `이심전심 개봉3동 이야기`라는 프로젝트로 대상을 수상한 지역이다. 학생들의 공모전 수상 이후 마을 주민들도 마을을 바꿔 보자며 힘을 합쳤고 주민들의 뜻이 모아져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으로 발전하게 됐다.
사업 초기 통반장, 동대표 등 마을 주민들은 임시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삼삼오오 방문해 주민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 사항 등 의견을 수렴하고 마을 기초 자료 수집에 참여했다. 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수차례 설득 작업도 했다. 주민 의견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을의 우선 과제와 이슈도 선정했다.
이후 체계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공동체 운영위원회(이심전심 개봉3동 마을운영위원회)를 조직했다.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을 전문가, 셉테드(범죄예방환경설계) 전문가들과 회의도 개최했다. 주민들과 소통을 위해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진행 사항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위원회 회의도 주 1회 꾸준히 진행했다. 서울시 지원으로 15억 원이 투입되는 개봉3동 도시재생사업은 기반시설공사(1차)와 공동이용시설 조성(2차)의 두 가지 테마로 진행됐다. 기반시설 공사는 낙후된 마을 환경을 밝고 쾌적한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개봉로15길 91 거성아파트의 노후한 옹벽은 산뜻한 벽화로 새로이 단장했고 옹벽 앞 콘크리트 도로와 계단도 재정비했다.
주택 골목길과 개웅초등학교 통학로의 어둡고 지저분해 보이던 담장에는 벽화를 그려 넣어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재탄생시켰다. 주민들의 범죄 우려를 없애고 안전한 골목길을 만들기 위해 CCTV 9개와 보안등 7개를 새롭게 설치했다고 구로구 관계자는 전했다.
구는 또 개봉로11나길 골목길 일대 노후 도로를 새롭게 포장·정비해 깔끔한 마을로 거듭나게 했다. 주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주민공동이용시설(주민회관)도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마을 주민 쉼터와 청소년 동아리, 주민 동아리의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구로구 건축과 관계자는 "사업의 발굴에서 추진까지 주민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 대표적인 사례이기에 도시재생사업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은 본격화하는데 정작 주민들은 모른다?
주민 의견 수렴에서 계획 수립까지 한 달도 안 걸려
이처럼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지구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서울시의 융자를 받아 직접 주택 개·보수를 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주거환경 개선 자체가 힘들다는 얘기다. 서울시에서 강제로 하기엔 예산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의 사업 참여 의지가 높다고 해도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당초 설명과는 달리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 의견을 참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서울시가 사업 추진만을 위한 강경 자세로 날을 세우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주민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0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 일부 변경된 계획을 주민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채 국토부에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다.

또 지난 9월 도시재생사업 계획안 설명회 이후 구체화된 사안들에 대해서도 주민들에게 별도 고시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주민 참여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주민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지난 8월 말이지만 도시재생사업 최종 계획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린 시점은 지난 9월 25일이다. 주민 의견 수렴에서 계획안 수립까지 한 달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서울시와 주민 간, 서울시와 센터 간 대립각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일부 주민협의체 주민들은 "주민 의견은 귀담아듣지 않고 서울시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민 참여가 도시재생의 기본 취지인데 정작 주민협의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신중진 성균관대 교수도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식으로 소통 없이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센터장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주민과의 소통은 `뒷전`이면서 예산 챙기기엔 `앞장`?
이처럼 애초부터 강조돼 왔던 `주민 참여`는 사업시행이 가시화할수록 점점 퇴색하는 느낌이다.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는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창신·숭인도시재생지원센터 개소식에서 "마을을 바꿔 나가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애정 어린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며 주민 참여를 강조한바 있다.
하지만 상황이 시장의 말과 달리 전개되면서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사실상 주민을 배제한 채 사업 추진만 서두르는 이유가 예산 확보에 급급하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사업계획 수립 등을 서두르는 이유는 국토부가 선정한 13개 도시재생선도지역 간 `성과 경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빠른 사업 추진 성과를 인정받아 당초 계획됐던 2014년도 국토부 지원 예산(20억 원)의 2배에 해당하는 40억 원을 배정받았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예산계획은 이미 세워진 상태지만 사업 진척도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서울시의 경우 사업 속도도 빠르고 계획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고 판단돼 기존 계획보다 많은 사업비를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창신·숭인 지역이 박 시장의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 첫 사업지라는 점에서 서울시가 무리하게 성과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은 도시재생선도지역 중 가장 큰 지자체이기 때문에 전체 사업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며 "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주민들에게 알리게 되면 반대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 의견을 모두 반영하려면 적기에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과의 소통에 소홀하다는 비판에 대해 "계획안 변경 등에 대해 별도의 설명회를 하지 않은 것은 큰 틀에서 봤을 때 별다른 변경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각 동의 통장이나 원로회 등과는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첫 사업(지)부터 주민들과 서울시 사이에 간극이 형성돼 시민 참여는 뒷전이 돼 버린 도시재생사업에 어떤 묘안이 나타날지에 시장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무료유료
스크랩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